월요병 시르다

일상 속으로

by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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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리는 순간,

온몸의 신경이 칼날로 스치듯 곤두선다. 삐─── 삐───,

소리는 점차 귀를 후벼 파는 전기톱으로 변한다.

눈꺼풀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까맣게 타들어간

꿈의 잔해를 붙잡으려 한다.


"5분만, 진짜 5분만…"


손가락이 알람을 미루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허공을 가르는 비명으로 가득하다.

침대는 진흙탕처럼 몸을 빨아들이고,

담요는 시체를 감싼 흙덩어리 같다.

발가락이 차가운 바닥에 닿는 순간,

온몸의 뼈마디가 부서지는 듯한 경련이 올라온다.


거울 속 얼굴은 창백하게 물들어 있다.

양치질할 때 목을 조르는 구역질,

머리를 감으며 느껴지는 두피의 당김마저

고통처럼 느껴진다.


현관을 나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면

층수 올라오는 숫자가 하나씩 깜빡일 때마다

가슴이 철렁내려앉는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는 순간,

아침 공기가 아닌 무거운 수은이 코와 입을 틀어막는다.

발걸음은 지하철 역까지 이어지는 사형장 행진이다.


개찰구를 통과할 때마다

쇠사슬이 족쇄를 채우는 소리가 난다.

계단 아래로 쏟아지는 사람들의 어깨와 가방,

뒷머리만 보인다.

첫 번째 열차가 들어오자

군중이 살아있는 빗장처럼 문 앞으로 밀려든다.

누군가의 팔꿈치가 갈비뼈를 찌르고,

땀에 젖은 가방 끈이 목덜미에 달라붙는다.


"다음 차를…"


막다른 희망을 삼키려는 순간,

뒤에서 밀려오는 파도에 실려 발이 공중에 뜬다.

지하철 안은 압축된 통조림 같다.

코 끝에 닿은 이방인의 겨드랑이 냄새,

앞사람의 머리카락이 입술에 스치는 끈적함.

손을 들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스마트폰 화면만이 유일한 빛이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창백하게 일그러져 있다.


"강남역입니다."


안내방송이 귓구멍을 기어들어와 뇌를 할퀴지만,

몸은 이미 사람 사이의 짐승이 되어 움직이지 못한다.

천장의 형광등이 깜빡인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가도,

문이 열릴 때마다 새로 들어오는 인파가 산소 대신 체온을 앗아간다.

유리창 너머로 스쳐가는 아침 해가 역간판에 비친다.

밖에는 선명한 푸른 하늘이 있을텐데...


지하철은 터널에 들어가며 모든 것을 어둠으로 삼키고,

머릿속엔 온통 해변에 앉은 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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