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은 꽃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몇일 있으면 3월이 온다.

말그대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온다.

봄바람을 제일 반가와 하는 것은 산에 들에 있는 꽃님들이 아닌가한다.

겨우내 움추렸던 싹을 피우기 위해 기지개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Cap 2026-02-24 11-37-57.jpg 천경자_꽃


그림 속의 꽃들은 조용히 말을 건다. 저마다의 색깔과 향기로, 각기 다른 언어로.

천경자의 꽃은 여인의 눈물을 닮았다.

'고(孤)'에서 머리에 꽃을 얹은 여인의 눈빛은 웃고 있으면서도 슬프다.

그에게 꽃은 곧 여성의 운명이었다.

아름답지만 시들 수밖에 없는, 그 덧없음 속에서도 피어나려는 의지.

그의 꽃들은 우리에게 인생의 그늘마저 아름답게 바라보는 법을 가르친다.



Cap 2026-02-24 11-41-27.jpg 김재학_양귀비


김재학의 양귀비는 다르다.

그의 붓끝에서 양귀비는 섬세한 데생 위에 회화성을 더해 윤곽이 흐릿한 사진처럼 보인다 .

배경을 중성색으로 단순히 처리함으로써 꽃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

담백하고 발랄한 그의 꽃들은 관조의 미학이다.



1429713358064.jpeg 엄옥경_모란이 흐드러지게 피는 마을에 살아보심 어때요


엄옥경의 모란은 어떤가?

김영랑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라고 노래했듯,

그의 모란은 찬란한 슬픔이다 .

화려함 뒤에 숨은 그리움,

만개한 순간 이미 지고 있음을 아는 꽃의 숙명.



Cap 2026-02-24 11-48-19.jpg 이수동_꽃


이수동의 꽃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잘 살아보세'에서 서로 다른 두 그루의 나무는 결국 하나가 되어 연리목 인연을 이룬다.

그에게 꽃향기는 인연의 향기다.

"우리, 꽃밭에서 만납시다"라는 그의 말처럼,

꽃은 만남의 장소이자 사랑의 증표다.


11.jpg 김일해_For you-아이리스


김일해의 꽃은 빛과 색의 축제다.

'빛과 색의 번역자'라는 별명처럼,

그는 대상의 고유한 색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강렬한 색채로 꽃을 재탄생시킨다 .

그의 꽃들은 역동적인 붓질과 함께 생명력을 얻어 춤춘다.


Cap 2026-02-24 11-56-17.jpg 김환기_꽃과 항아리


김환기의 꽃과 항아리는 정반대의 길을 간다.

푸른 색조로 수렴되는 그의 꽃들은 항아리와 함께 한국적 정서의 정점을 보여준다.

색과 선이 극도로 절제될 때 오히려 무한한 여운이 피어난다.



작가님들, 꽃그림과 함께 희망찬 3월을 맞으시길...




https://youtu.be/j6DUb76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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