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커피숍 창가에 앉아 스마트폰을 열었다.
정치면 뉴스는 마치 거울 같았다.
지지하는 정당의 비리 의혹 기사는 스치듯 넘기는데,
반대당의 실수는 다시 보며 속으로 외쳤다.
“역시!”
이 순간,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확증편향(確證偏向)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었다.
확증편향은 사람들은 거짓이라고 해도 자신의 견해 내지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네만" 교수가 이 이론을 정립했다.
하나의 진실, 천 개의 해석
스탠퍼드 대학 실험에서 사형제도 지지자와 반대자에게
동일한 통계 자료를 제시했을 때,
양측 모두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는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다.
마치 정치적 논쟁에서 “저쪽이 먼저 시작했다”는 주장만 반복하는 모습처럼.
선거철이면 후보자의 실수를 지지자들은 “사소한 일”이라 무시하지만,
반대자들은 “근본적 결함”이라 규탄한다.
소위 "내로남불"이다.
객관적 사실은 존재해도,
그것을 비추는 렌즈는 각자의 신념으로 만들어진다.
가정의 식탁 위 편견의 망령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차려낸 생선구이를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기름기 많아서 손님 상에 내기 부끄럽군.”
그런데 며느리의 친정어머니가 같은 요리를 칭찬할 때는
“정성이 가득해”라 했다.
한 번 형성된 편견은 모든 행위를 재단한다.
며느리의 청소는 “대충 하는 것”으로,
친정엄마의 청소는 “꼼꼼함의 표본”이 된다.
관계의 악순환은 상대의 모든 행동을
자신의 부정적 신념의 증거로 해석할 때 시작된다.
경제적 파멸을 부르는 선택적 시선
광진구 커피숍 창업자 김씨는 시장 인근 점포를 고집했다.
“유동인구가 많으니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에,
현장 조사에서도 지나가는 사람 수만 세었다.
하지만 시장 이용객들은 바쁘게 집으로 향할 뿐,
커피를 사러 멈추지 않았다.
결국 가게는 문을 닫았다.
실패의 씨앗은 “내 생각을 증명해 줄 데이터”만 찾는 순간 뿌려진다.
우리는 왜 고릴라를 보지 못하는가
1999년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에서 농구공 패스 횟수를 세는 참가자 40%는
코트를 가로지르는 고릴라를 발견하지 못했다.
집중이라는 이름의 인지적 맹점(認知的 盲點)이었다.
마치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이 과학적 증거를 “시험”이라 배척하듯,
우리는 목적지로 가는 길만 보면 그 옆에 있는 구원의 길을 의도적으로 지운다.
편향의 사슬을 끊는 법
첫째,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겸손을 품어라.
판사들이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선입견을 차단하듯,
모든 판단 전에 “반대 증거는 없는가?” 자문하라.
둘째, 적극적 반론 수집이다.
워런 버핏은 투자 결정 전 찰리 멍거에게 “이걸 반박해 봐”라 요청했다.
셋째, “불편한 데이터”와의 대면이다.
나이키는 부정적 루머가 나도면 “우리의 문제점인가?”
검토하지 “음모론”이라 치부하지 않았다.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만을 증명하려는 집착이다”
교회 종탑에 걸린 종은 바람에 흔들리며 모든 방향으로 소리를 퍼뜨린다.
내 신념의 종도 한쪽만 치지 않게 흔들려야 한다.
고정된 생각의 추(錘)는 결국 종을 망가 뜨린다.
확증편향의 어둠은 반대편 창문을 열었을 때 비로소 밝혀진다.
그 빛은 내가 믿었던 것보다 세상을 더 다채롭게 비출 것이다.
**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1999년에 다니엘 스멀스키(Daniel Simons)와
크리스토퍼 셰이너(Christopher Chabris)가 수행한 실험으로 유명하다.
실험은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되었다.
1.참가자들은 팀으로 나뉘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옷을 입은 두 팀이 공을 던지고 받는 동영상을 시청함
2. 참가자들은 과제를 수행하며 빨간색 팀이 공을 던지거나 받을 때만 카운트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음.
3. 동영상에서는 빨간색과 파란색 팀뿐만 아니라 중앙에서 고릴라 복장을 입은 인물이 나타나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동작을 함
4. 실험 결과, 많은 참가자들이 고릴라를 인식하지 못하고 놓치는 경향을 보임. 이는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며 빨간색과 파란색 팀의 공을 세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다른 중요한 시각적 자극을 무시하는 현상임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팀으로 분할되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옷을 입은 선수들이 공을 던지고 받는 동영상을 보았다. 참가자들은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빨간색 팀이 공을 던지거나 받을 때만 카운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동영상에서는 가운데에서 고릴라 복장을 입은 인물이 나타나 화면을 가로지르는데,
이는 참가자들이 대부분 놓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