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서점에서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을 마주했을 때,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10년이 넘도록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책은
마치 부를 꿈꾸는 이들에게 종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내 마음속에는 묘한 불편함이 자리 잡았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진정한 부를 가족, 건강, 자유라고 정의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돈이 아니라 사람과 경험으로부터 행복을 얻는다는 그의 철학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가난한 농부가 가족 관계를 소홀히 하는
고소득자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그의 말에도 깊이 공감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진정한 부가 가족, 건강, 자유라면서
왜 책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은 람보르기니일까?
30대에 람보르기니를 타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할까?
저자 스스로 람보르기니가 자신의 행복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말했으면서도.
책을 읽어가며 나는 더 큰 모순을 발견했다.
저자는 주 5일 근무를 노예와 같다고 비판하면서,
동시에 사업을 위해 주 7일 하루 12~16시간씩 6년간 일하라고 조언한다.
시간의 노예에서 벗어나라면서 오히려 더 큰 시간의 노예가 되라고 말하는 셈이다.
이것이 진정 자유를 향한 길일까?
무엇보다 불편했던 것은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을
'바보 등신', '현대판 노예'로 치부하는 저자의 시각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이 정말 멍청한 쫄보들이기 때문에 회사에 다니는 것일까?
아니다. 그들은 단지 하이 리스크보다 로우 리스크를 선택한 것뿐이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열등한 가치관인가?
저자는 사업 성공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한다.
6년만 개같이 일하면 백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하며,
사업의 성공 여부가 오직 개인의 노력과 실력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20년 기업 생존 통계를 보면 창업 후 6년 생존율은 27.7%에 불과하다.
백만장자가 되는 확률은 0.1% 미만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9.9%는 모두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들인가?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이나 경기 침체 같은 외부 요인은 모두 개인의 잘못인가?
저자는 이 모든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마치 세상의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저자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롭다.
그는 다단계 회사를 전전하다 모은 자금으로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고,
닷컴버블이라는 특수한 시기에 성공을 거뒀다.
회사를 버블 최고점에 팔고 거품이 꺼진 후 최저점에 재매입하여 큰 부를 얻었다.
이는 분명 대단한 안목이지만,
동시에 시대적 운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 운의 요소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공이 순전히 노력과 실력의 결과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조언이 설득력을 갖고,
다른 사람들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정말 람보르기니를 타는 것이 성공의 증거일까?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저녁에는 책을 읽으며 조용한 시간을 갖는 직장인이 진짜 가난한 사람일까?
야근에 시달리고 상사의 잔소리에 스트레스받는 것이 문제라면,
그 해결책이 반드시 사업이어야 할까?
진짜 문제는 직업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시간을 생산성과 동일시하며 고용인을 깔보는 태도,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성공 공식으로 규정지으려는 편협함에 있다.
직업을 등신으로 보고 고용인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 한,
회사를 다니든 사업을 하든 갑질과 불안,
시간에 얽매이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이 책이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와 실제로 추구하는
가치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가족, 건강, 자유라는 아름다운 이상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람보르기니라는 물질적 상징에 매달린다.
논증 없는 과격한 주장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실패의 책임을 오로지 개인에게 전가한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진정한 부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저자가 처음에 말했던 그대로일 것이다.
가족, 건강, 자유.
하지만 그 길이 반드시 람보르기니를 경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람보르기니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부에서 멀어질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의 모습도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안정적인 직장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모험적인 사업이 더 나은 길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부의 추월차선'을 읽으며,
진정한 추월차선은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는 길이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진정한 부는 람보르기니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행복들일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