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앞에서의 시간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미술관에 들어서면 언제나 같은 장면을 마주한다.

사람들이 그림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간다.

마치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학생처럼 말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림 감상에 정답이 있을까?



처음 그림과 마주할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작품 설명을 읽기 전에,

작가의 생애를 찾아보기 전에,

누군가의 해석을 듣기 전에 말이다.

우리의 눈이 가장 먼저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색깔이 마음을 끌어당기는지,

어떤 부분에서 시선이 머무르는지를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1993년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나온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도 있으나 그것은 그 시절이야기고 그 분 견해다.

알지 못하면 그림 감상에 장애가 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림은 시간을 담고 있다.

화가가 붓을 들었던 그 순간의 감정,

캔버스 위에 물감을 올리며 고민했던 시간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이 세상과 만나온 긴 여정까지.

우리가 그림 앞에 서 있는 지금 이 순간도

그 시간의 연장선상에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림은 수백 년을 기다려온 존재이니까.

색채는 그림의 언어다.

빨간색이 주는 강렬함, 파란색이 품은 고요함,

노란색이 전하는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화가는 우연히 그 색을 선택하지 않았다.

각각의 색에는 의도가 담겨 있고,

색들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난다.

때로는 색채만으로도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다.


구도와 형태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들이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빛과 그림자가 어떻게 공간을 나누고 있는지 살펴보자.

화가는 우리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의 핵심에 한걸음씩 다가갈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

슬픔이 느껴진다면 그 슬픔을 받아들이고,

기쁨이 솟아난다면 그 기쁨을 만끽하자.

불편함이 든다면 그 불편함의 이유를 생각해보자.

모든 감정이 옳다.


그림은 보는 사람만큼 다양한 해석을 허용한다.

지식은 감상의 깊이를 더해주지만 필수는 아니다.

르네상스가 무엇인지 몰라도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에서 경외감을 느낄 수 있고,

인상주의 이론을 모르더라도 모네의 수련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다.

지식은 나중에 채워도 된다.

먼저는 직관적인 만남이 우선이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그림과의 대화는 일방적이지 않다.

우리가 그림을 보는 동안 그림도 우리를 보고 있다.

우리의 경험과 기억,

그날의 기분과 상황이 모두 감상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그림이라도 다른 날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이것이 그림 감상의 묘미다.


결국 그림 감상법이라는 것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천천히, 마음을 열고,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 순간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림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https://youtu.be/OA4xWoZ6Y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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