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리장강 위에서 고요히 앉아 있는 가마우지를 보고 있노라면,
어부의 조종을 받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우리 경제의
그림자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목에 묶인 끈으로 인해 큰 물고기를 삼킬 수 없는 가마우지처럼,
우리 경제도 오랫동안 핵심 기술과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며
정작 큰 이익은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구조에 갇혀 있었다.
1980년대 일본 경제평론가가 우리 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라 비유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 진단이었다.
한국이 수출을 늘릴수록 핵심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일본에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
마치 가마우지가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도 결국 어부의 배를 채우는 것과 같았다.
오늘날에도 이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를 따라다닌다.
삼성이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을 만들어도
핵심 칩은 퀄컴에서, 운영체제는 구글에서 가져와야 하고,
K-콘텐츠가 전 세계를 열광시켜도 유통 플랫폼은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장악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목에 끈이 묶인 가마우지인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새의 모습을 상상해야 할 때다.
펠리컨의 모습을.
펠리컨은 자신의 부리 주머니에 새끼들을 위한 먹이를 담고,
그 풍성한 주머니에서 새끼들이 필요한 만큼 영양을 섭취하게 한다.
어미와 새끼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바로 이것이 우리가 꿈꾸어야 할 경제 모델이다.
펠리컨 경제구조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단순한 하청업체로 부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로 키워내는 시스템이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자신들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들에게 기술 이전을 하고,
공정한 거래 조건을 제공하며,
때로는 직접 투자를 통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나아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들이 좋은 예다.
벤츠나 BMW 같은 완성차 업체와 수많은 중견 부품업체들이 상생하며
독일 경제의 탄탄한 허리를 만들어냈다.
일본 역시 도요타를 중심으로 한 협력업체 네트워크가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희망의 싹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겪으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기술 자립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LG화학, 삼성SDI가 글로벌 톱 티어에 올랐고,
이들과 함께 성장한 소재 업체들이 하나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 경제구조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율은 여전히 낮고,
대기업 의존도는 높다.
진정한 펠리컨 경제를 만들려면 대기업들이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생태계 구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마우지와 어부의 관계에서 벗어나 펠리컨과 새끼들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 경제가 진정한 자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길이다.
목에 묶인 끈을 끊고,
풍성한 부리 주머니를 가진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