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노인들

일상 속으로

by 제임스

새벽 다섯 시, 도시는 아직 잠들어 있지만

그분은 이미 일어나 준비를 한다.

등이 굽은 할머니가 낡은 손수레를 끌고 골목길을 나선다.

오늘도 폐지를 주우러 가는 길이다.

하루 열한 시간 반을 일해도 손에 쥐어지는 것은 만 원 남짓.

최저시급으로 한 시간 일한 것과 같은 돈이다.


월 15만9000원을 벌었다. 시간급으로 따지면 1226원에 불과하다. 복지부 통계(2024)에 따르면 45,000명이 폐지로 생활한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

전체 노인 중 40%가 빈곤층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저 할머니의 구부정한 등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장수가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분들이 가난한 것은 게으름 때문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노후 준비를 할 여유가 없었고,

자녀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연금 제도 도입이 늦어 가입 기간도 짧았다.

그렇게 평생을 남을 위해 살다가 정작 자신의 노년은 준비하지 못했다.



자녀들은 어떨까.

부모 세대의 희생 덕분에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성장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들 역시 부모를 부양할 여력이 없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육아와 교육비는 가계를 압박한다.

자신의 미래도 불안한 상황에서 부모를 돌볼 수 없는 현실.

가난이 부모에게서 자녀로 대물림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가난이 부모에게 역대물림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인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다.

산업사회에서 농업사회의 경험은 별 소용이 없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에는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는 경쟁이 치열해 임금은 바닥을 기고 있다.



한국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최고 수준이지만,

빈곤율 역시 최고다.

가장 많이 일하면서도 가장 가난하게 사는 모순적 현실이다.


여성 노인의 처지는 더욱 참혹하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그들은 평생 집안일만 하며

살아온 탓에 사회적 연결고리가 약하다.

연금도 적고, 저축도 없다.

성평등이 미흡했던 시대에 태어나 교육 기회도,

직업 경험도 부족했다.

그렇게 그들은 고독사의 위험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모든 현실이 '나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노인 절반이 빈곤층이라면,

우리 중 절반도 같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연금, 저축, 자녀 부양, 노동이라는 네 가지 노후 대비축이

모두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가장 낮은 출산율.

우리는 일본이 수십 년에 걸쳐 겪은 변화를 단 7년 만에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사회 시스템이 이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더 많은 노인들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저 폐지 줍는 할머니의 등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존엄한 노년을 보장받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가난한 노인의 현실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오늘의 우리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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