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 영웅문의 추억

추억 속으로

by 제임스

추석연휴가 시작되었다.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아내와 고민하다가 TV를 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드라마에 선택장애가 왔다.

결국 옛 추억 삼아 아내와 신혼 때 밤새며 보던 무협드라마를 재탕하여 보기로 했다.

당시 밤새며 드라마를 보고 회사 가서 졸았던 추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무협드라마 영웅문. 1984


1980년대 중반,

'충격적인 재미'에 홀딱 빠져 읽은 인생 최초의 무협지는 '영웅문'이었다.

대학생이었던 나는 학교 근처 서점을 제집 드나들 듯하면서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가 새로 나오지 않았는지 확인하곤 했다.

심지어 출판사에까지 전화하여 독촉을 하였다.

당시에는 각기 『영웅문』 1, 2, 3부 총 18권으로 고려원 출판사에서 차례로 출간되었다.



당시 내 또래의 학생들은 그 '허황된' 영웅담에 쏙 빠져 뒷권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이미 읽은 앞권을 책장이 다 닳도록 읽고 또 읽었다.

너무 재밌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기존 무협지가 허구와 황당한 장풍의 세계라면,

영웅문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고,

방대한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녹아 있었다.

한마디로 충격적인 전대미문의 무협지였고,

이전의 무협 대부인 와룡생의 이름을 지워버렸다.


작가인 '김용(金庸)'은 신문기자였지만 무협소설로 더 명성을 얻어

'왼손으로는 신문 사설을, 오른손으로는 무협소설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50∼60년대 전성기를 지나 70년대쯤 활동을 접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 번역서가 선보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영웅문은 사조영웅전(1부), 신조협려(2부), 의천도룡기(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작품은 독립적이면서도 인물과 세계관이 연결되어 있다


이 인기의 핵심에는 걸출한 대표작 '사조영웅전'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영웅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바로 그 책이다.

곽정의 황룡십팔장, 매초풍의 구음백골조, 황약사의 탄지신통, 주백통의 쌍수호박 등

다양한 무공이 재미를 더해 준다.

성격도 능력도 시원시원해서 다 마음에 들었던 여주인공 황용과

답답할 만큼 우직한 주인공 곽정...

밥을 먹고 길을 걸으면서도 영웅문 생각만 할 만큼 한동안 책 속의 세계에 빠져 살았다.

그 영향으로 무협지를 읽기 시작했고,

만화방에 드나들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도 무협소설을 보는 삶을 살고 있다.


무협드라마 사조영웅전, 2024


드라마로 보는 재미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역사상 가장 많은 리메이크를 한 드라마일 것이다.

1976년 홍콩 CTV에서 처음 방영된 이후,

1983년 홍콩 TVB의 황일화·옹미령 주연작이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1988년 대만 CTV,

1994년 홍콩 TVB의 '대사조영웅문',

2003년 중국 CCTV 작품까지 거의 10년마다 제작되어 방영했다.

최근에는 2017년과 2024년에도 새로운 버전이 나왔을 정도다.


의천도룡기, 신조협려도 사조영웅전 못지않게 재미있고 잘 만들어졌지만,

역시 첫사랑 같은 영웅문의 매력은 여전하다.

추석 연휴가 기다려진다.

아내와 함께 그 시절 추억을 되살리며 무협의 세계로 빠져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03년 사조영웅문.jpg 2003년 사조영웅문


2008년 사조영웅문.jpg 2008년 사조영웅문


사조영웅문 2017.jpg 사조영웅문 2017


2019.jpg 2019


2021.jpg 202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로버트 레드포드를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