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오늘도 시청 앞 지하철역은 출근하는 공무원들로 붐빈다.
그들의 표정은 대체로 평온하다.
커피를 들고 동료와 담소를 나누며,
혹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여느 직장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인식을 보면,
그들은 평생직장, 철밥통, 무사안일로 통한다.
부패인식도 역시 높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명나라 주원장 시대처럼 공무원을 관리한다면
이 풍경은 어떻게 바뀔까?
아침마다 가족들과 눈물로 작별하는 공무원들을 상상해 본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오시길."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가 현관문 앞에 맴돈다.
지각이라도 했다가는 게으른 관리로 낙인찍혀 숙청당할까 봐
새벽같이 집을 나선다.
사직서? 그건 꿈도 꾸지 못한다.
사표를 낸다는 것 자체가 직무유기로 간주되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명나라 때는 황제의 허리띠 위치를 살피는 이상한 풍습이 있었다.
배꼽 위에 있으면 오늘은 안전하다는 신호,
배꼽 아래에 있으면 대대적 감사가 시작된다는 암호.
회의실마다 몽둥이가 비치되어 있고,
업무 태만이 발각되면 그 자리에서 곤장을 맞는다.
형벌의 종류는 죄의 경중에 따라 다양했다.
단순 태만은 참수형으로 끝나니 차라리 황제의 배려다.
하지만 부정부패를 저지른 자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형벌이 기다린다.
허리를 자르는 요참형,
사지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
내장을 드러내 그 안에 풀을 채우는 전초형,
살과 뼈를 발라내는 능지형.
특히 탐관오리들에게는 박피형이 집행된다.
말 그대도 사람의 가죽을 벗기는 형벌이다.
어떤 이는 모기가 들끓는 숲 속에 벌거벗긴 채 나무에 묶여
밤새 모기에 뜯겨 죽는다.
금의위 같은 감찰기구가 24시간 공무원들을 감시한다.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재산은 얼마나 있는지,
근무시간에 인터넷 쇼핑은 하지 않았는지.
CCTV와 전산망이 모든 것을 기록한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상사 험담이라도 했다가는 그날 저녁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놀라운 일도 벌어진다.
업무 보고서는 핵심만 담은 한 장으로 축약된다.
형부 주사 여태소가 16,500자짜리 보고서에
겨우 500자 본론을 담아 주원장에게 얻어맞았듯이,
이제 장황한 서론과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용납되지 않는다.
실적 부풀리기나 탁상공론은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이 된다.
불필요한 회의는 사라지고, 형식적인 결재 라인은 간소화된다.
무엇보다 부정부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뇌물 수수? 공금 횡령? 예산 낭비?
이런 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민원인들은 신속하고 정확한 행정 서비스를 받는다.
공무원들은 자신의 목숨이 걸린 문제이기에 친절할 수밖에 없다.
주원장 시대 백성들이 황제를 성군이라 칭송했듯,
국민들은 태평성대를 누린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정말로 나라가 깨끗해질지도 모른다.
주원장이 8일 동안 1,660개 상소문의 3,291건 업무를 직접 처리했듯,
모든 공무원이 초인적인 업무량을 소화해 낸다.
하지만 그 대가로 수많은 공직자들이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하고,
어떤 이들은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명나라를 세운 10만 명의 공신과 관료들이 숙청당했듯이.
퇴근길,
무사히 하루를 마친 공무원은 집에 도착해 가족의 품에 안긴다.
"오늘도 살아 돌아오셨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아들이 눈물로 반긴다.
하지만 아버지는 대답한다.
"너무 기뻐하지 마라.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한다.
그 살벌한 하루를 또 어떻게 견딜까?
결국 우리는 묻게 된다.
깨끗하고 효율적인 행정을 위해 이런 공포 정치가 필요한가?
주원장은 관리가 행복하면 백성이 고달프고,
백성이 행복하면 관리가 힘들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백성도,
공무원도 모두 행복한 세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적당한 긴장과 합리적인 통제,
그리고 인간다운 대우가 공존하는 그런 세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