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꾼

주절주절

by 제임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계급 이동의 사다리이자 부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수십 년간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제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 모아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청년들은 '영끌'이라는 신조어로 자조하며 빚을 내어 집을 사고,

무주택자들은 전세 대란 속에서 이사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러한 주거 불안의 근원에는 투기 세력이 있다.

그들은 집을 삶의 터전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흥미롭게도 집값 폭등은 서민을 대변한다던 정권 아래서 더욱 극심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0% 이상 치솟았다.

부동산 안정을 외치며 25차례가 넘는 대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결과는 참담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있었다.

서민의 편이라 자처했던 고위 공직자들이 다주택자였고,

심지어 투기의 최전선에 서 있었던 것이다.


2019년 경실련은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64명 중

다주택자가 2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다주택자들에게 주택 처분을 강력히 권고했지만,

정작 본인은 강남 반포동과 청주에 2주택을 보유했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청주 아파트를 팔고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남겨 더 큰 비난을 받았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가만히나 있지.



김조원 민정수석은 강남 도곡동과 송파 잠실동에 아파트 2채를 보유했다.

주택 처분 권고에 잠실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시세보다 2억원 비싸게 불러 처분 회피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그는 집을 팔지 않고 사퇴하는 길을 택했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정책 실패의 주역이었음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기용되었다.

그가 보유한 과천시 아파트 앞에는 GTX 호재가 터져 집값이 급등했고,

그는 부동산 폭등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이런 자가 '부동산과 정치'라는 책을 출판하며 변명을 늘어 놓았다.

유동성이 늘어나 집값이 오를 때 집권해 시운(時運)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송파구에 살면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고 발언해 분노를 샀다.

그의 아파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약 11억원 상승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청와대 재직 중인 2018년 7월,

재개발 호재가 있던 흑석동 상가를 영끌로 25억원에 구입해 논란 끝에 사퇴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14.1% 인상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퇴했다.


아무리 소리처도 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어도 문제는 반복되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오광수 민정수석은 검사 시절 아내의 부동산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검사장 승진 후에도 재산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15억원대 차명 대출 관여 의혹까지 불거져 임명 닷새 만에 사퇴했다.

공직자의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정작 본인은

차명 부동산을 은닉하고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던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의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는 갭투자를 원천 봉쇄한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직후

유튜브에 출연해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그의 배우자는 분당 백현동 아파트를 33억5천만원에 계약하고,

14억8천만원에 전세를 끼운 전형적인 갭투자를 했다.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예금만 29억원이 있었음에도 갭투자를 선택한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하자 그는 사과했지만 집은 팔지 않았다.

결국 그는 취임 117일 만에 사퇴했다.

직이 아닌 33억짜리 집을 택한 것이다.

공직자는 이제 윤리는 없고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그중에서도 이찬진 현재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러한 위선의 극치를 보여준다.

참여연대 활동 시절 그는 "헌법에 다주택 금지 조항을 넣고 싶다"고 말했고,

"다주택자의 고위공직자 임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의 주거 고통을 이야기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듯했다.

그러나 막상 그 자신은 서울 강남 지역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였고,

법원 경매를 통해 상가 두 채를 취득해 매입가의 세 배 이상 차익을

남긴 전문적인 부동산 투자자였다.

정의를 말하던 그 입으로 부동산 투기의 최전선에 서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바로 "내로남불"의 왕이다라고 말한다.




왜 이미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고위 공직자들이

이토록 부동산 투기에 매달리는가?

탐욕일까?

고위공직자들의 필수 조건일까?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신분 상징이자 노후 대비 수단이며,

자녀에게 물려줄 계급 재생산의 도구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그 자리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안다.

그래서 권력이 있을 때 부동산으로 미래를 확보하려 한다.


하지만 그들이 잊은 것이 있다.

공직은 사익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 급급했다면, 그것은 배신이다.

정의를 말하면서 정의롭지 못한 삶을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선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의 침묵이다.

집 한 채는커녕 월세 내기도 벅찬 서민들이 있고,

영끌하여 산 집에 이자 내느라 허덕이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의 고통은 실존적이다.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도 이런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도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는다.

잠깐 뉴스를 보고, 한숨 쉬고, 그리고 잊는다.

정치적 감정에는 광장을 가득 메우며 촛불을 들지만,

정작 자신의 생존이 걸린 부동산 문제에는 왜 촛불을 들지 못하는가?

혹시 우리는 스스로를 "개돼지"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권력자들의 위선을 보면서도 체념하고, 분노해야 할 순간에 침묵하며,

바뀔 것이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감정의 촛불은 쉽게 들어도 생존의 촛불은 무겁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무게를 감당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의 다음 세대도 똑같은 고통을 물려받을 뿐이다.

부동산 투기꾼은 골목길 복덕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침묵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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