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쓰는 유언장

일상 속으로

by 제임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출근길 횡단보도를 건널 때,

저녁 식탁에 앉아 가족들과 웃고 있을 때도

죽음은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그래서 오늘, 살아 있을 때 유언장을 써본다.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더 깊이 살아가기 위해서.


중국은 20대 작성자가 증가추세라 한다.


유언장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재산을 나누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던 흔적을 정리하는 일이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며,

무엇보다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거울이 된다.


백지 앞에 앉아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면,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가끔 뉴스에서 접하는 기괴한 유언들은

이런 성찰의 기회를 놓친 사례들이기도 하다.


캐나다 백만장자 찰스 밀러는 자신의 전 재산을

"사후 10년간 가장 많은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 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결국 각각 아홉 명의 자녀를 낳은 네 명의 여성이 거액의 유산을 나눠 가졌다.

그의 유언은 장난스러운 도발이었을까,

아니면 삶에 대한 왜곡된 집착이었을까.


찰스 밀러의 유언장, 1926년



곤조 저널리즘의 창시자 헌터 S. 톰슨은 2005년 사망 후 자신의

유골을 대포에 넣어 하늘로 쏘아 올리도록 유언했다.

그의 집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53피트 높이의

'곤조 주먹' 조형물 안에 장착된 대포가 발사되었고,

빨강, 흰색, 파랑, 초록 불꽃놀이가 터지는 가운데 "Spirit in the Sky"가 울려 퍼졌다.

죽음마저 스펙터클로 만든 그의 마지막 쇼였다.


자신의 두 아들이 "콧수염을 기르면 상속권을 박탈한다"는 유언,

오토바이를 너무 사랑하여 같이 묻어 달라는 유언,

기르던 개에게 110억원 상속 유언까지...


미 오하이오주 빌리 스탠틀리 매장 사진


생전 레오나 햄슬리와 거액을 상속받은 반려견


이런 사례들을 보며 깨닫는다.

유언장은 결국 그 사람이 무엇을 소중히 여겼는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를 드러내는 마지막 초상화라는 것을.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유언을 남길 것인가.

돈과 물건의 분배를 넘어,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기억되고 싶은가.

미리 쓰는 유언장 앞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가.

미루고 있던 화해는 없는가.

후회 없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가.

유언장은 죽음의 문서가 아니라 삶의 점검표가 된다.


오늘 당장 사고를 당한다면,

가족들은 내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고 있을까.

은행 계좌는 어디에 있고,

보험 서류는 어디에 보관했는지 아무도 모른다면,

남은 사람들은 혼란 속에서 나를 보내야 할 것이다.

실용적인 준비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다.



사랑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을 지금 하고 있는가.

유언장을 쓰는 건 죽음을 앞당기는 불길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삶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내일이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오늘을 온전히 살게 하는 도구다.

콧수염처럼 사소한 집착에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사랑과 의미를 남길 것인가.


그 선택은 유언장을 쓰는 순간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다.

백지 한 장과 펜을 꺼내보자.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살기 위해서.

미리 쓰는 유언장은 죽음의 리허설이 아니라, 삶의 각성이다.


나는 유언장이란 제목만 적어 놓고 1년째 써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무엇을 써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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