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와, 한국 진짜 망했네요.”
캘리포니아대학교의 한 교수가 한국의 초저출산율과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접하고 내뱉은 탄식은,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로 다가온다.
기저귀를 차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치열한 입시 전쟁에 내몰리고 있는 한국의 오늘을 마주하며,
우리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이다.
국회 자료를 보면,
만 5세 미만 영유아에게 ADHD 치료제가 매년 1만 2천정 이싱
꾸준히 처방되었다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이 중 70~80%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처방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정식 진단 없이도 약물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어두운 지표이다.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호기심과 활력을 ‘증상’으로 오인하고,
약물로 억누르려는 사회의 무리한 요구가 빚어낸 비극적 현실이다.
이에 대해 “영유아기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인지 기능과 정서적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놀이와 휴식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찾아오는 과도한 학습의 스트레스는,
아이의 뇌에 각인되는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
이런 약물 처방의 배경에는 한국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과열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교육부의 첫 공식 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아동의 사교육 참여율은 47.6%에 이르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 2천원에 달한다.
‘영어유치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 5천원으로,
소득 규모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는 7배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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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대치동 로드맵’에 따라,
만 2세쯤 되면 유명 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한 레벨테스트를 준비하기 시작하고,
7세가 되면 미국 초등학교 3~4학년 수준의 교재로 공부한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명문대를 위한 긴 여정의 서막에 불과하다.
원래 놀이터와 꿈을 키워야 할 공간이,
어린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조기 교육의 열풍은 아이의 개인적 성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험 통과’라는 결과만을 향한 몸부림이다.
이는 “준비되지 않은 시기의 이른 학습 경험은 이후 학령기에 학업 흥미를 떨어뜨리고,
학습 동기를 저하해 학습 부진과 자존감 저하,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증명하듯 , 오히려 장기적인 학습 능력을 말살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소아정신의학과 전문의 10명 중 8명은
조기교육이 영유아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답했다.
그들은 조기교육을 경험한 영유아에게서 낮은 자신감,
부모와의 관계 악화,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더 나아가 이 현상은 가정 내 양육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경제력에 따른 교육 격차를 심화시켜 사회적 불평등을 악순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교육감까지 나서서 “4세 고시, 7세 고시가 어린이들의 정상적인 발달을 가로막는 일종의 범죄 행위”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외신이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오명과 함께 조명할 정도로,
이제 이 문제는 더 이상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전한 정신, 부담 없는 마음, 가벼운 자세”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되돌려줘야 할 유년의 본질이 아닐까?
모든 경쟁의 끝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일까?
아이들의 유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에게서 빼앗은 놀이의 시간과 행복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잃어버리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경쟁(competition)의 라틴어 어원 ‘competere’는 ‘함께 노력하다’라는 뜻이다.
서로를 적으로 내모는 오늘의 경쟁이 아니라,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경쟁의 의미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