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파라다이스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부부 갈등을 그린 화가들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질투(Jealousy)를

보면 고통이 느껴진다.

전경에는 질투로 일그러진 남자의 얼굴이,

배경에는 붉은 옷을 입은 여자와 다른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뭉크 특유의 불안한 색채와 왜곡된 형태는

질투라는 감정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준다.


1.jpg Edvard Munch, Jealousy, 1895


그의 연작 《생명의 프리즈》 시리즈는 사랑의 탄생부터 질투, 불안, 절망까지

관계의 전 과정을 추적한다.

뭉크에게 사랑은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고통의 원천이었다.


2.png 질투, 1898-1900


재(Ashes)에서는 머리를 감싸 쥔 여인과

무기력하게 서 있는 남자가 등장하는데,

사랑이 타버린 후의 잔해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이 처연하다.


뭉크_절구_기억_망각.jpg 에드바르 뭉크, 재(ashes), 1894



에곤 실레의 작품들도 관계의 어두운 면을 그렸다.

포용(The Embrace)에서 남녀는 껴안고 있지만,

그들의 몸은 뒤틀려 있고 표정은 고통스럽다.


포옹.jpg 포옹, The Embrace>, 1917

실레의 붓질은 날카롭고 선은 각져 있어,

친밀함 속에 감춰진 폭력성과 불안을 드러낸다.

사랑하기에 상처를 주고,

가까이 있기에 더 아픈 관계의 역설이 그의 캔버스에 생생하다.

그의 작품 속 연인들은 서로를 붙잡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밀어내는 듯 보인다.



20251009_125100.jpg 프리다 칼로, 단발머리의 자화상(Self-Portrait with Cropped Hair), 1940


프리다 칼로의 '단발머리의 자화상(Self-Portrait with Cropped Hair)'은

디에고 리베라와의 이혼 직후 그린 작품이다.

남자 양복을 입고 머리카락을 자른 프리다는 바닥에 흩어진 머리카락들을 내려다본다.

"봐, 내가 너를 사랑했던 건 네 머리카락 때문이었어.

이제 머리카락이 없으니, 난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아"라는

노랫말이 그림 위에 적혀 있다.

사랑을 거두기 위해 자신을 해체하는 여성의 분노와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33.jpg 프리다 칼로, ' 두 명의 프리다 ' 1939


'두 명의 프리다(The Two Fridas)'에서는

상처받은 자아와 온전한 자아가 손을 잡고 앉아 있지만,

그들을 연결하는 혈관에서는 피가 흐른다.



20251009_130513.jpg 오토 딕스, 불균형한 커플(Uneven Couple), 1925

"불균형한 커플"이라는 제목 자체가 작품의 주제를 암시한다.

이는 나이, 계급, 권력, 또는 감정에서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부나 연인 관계를 다룬 것으로

사랑이나 감정보다는 물질적, 육체적 필요에 의해 맺어진 관계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며,

당시 바이마르 시대 독일의 사회적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화가들은 부부와 연인 관계의 어두운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갈등, 질투, 소통의 부재, 상처. 이들의 캔버스는 사랑이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때로는 우리를 가장 깊이 상처 입히는 것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역설을 보여준다.

하지만 바로 그 정직함 때문에 이 작품들은 위로가 된다.

우리의 갈등이 비정상이 아니라,

인간 관계의 본질적인 일부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https://youtu.be/o4PYFjHbh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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