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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그린 화가들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고통은 인간 존재의 가장 보편적인 경험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예술가들이 고통을 캔버스 위에 담아내며

인간 내면의 진실을 탐구해왔다.


e_page.jpg 프리다 칼로, 부러진 기둥, 1944


프리다 칼로는 평생 육체적 고통과 싸우며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부러진 기둥」에서 그녀는 자신의 상반신을 갈라 보이며,

척추 대신 부서진 그리스 기둥을 그려 넣었다.

몸 곳곳에 박힌 못들, 눈물을 흘리면서도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


18세 때 겪은 끔찍한 교통사고 이후 평생 30번이 넘는 수술을

받아야 했던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칼로의 작품들은 고통을 숨기지 않고 직시하며,

동시에 그것을 극복하려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다.


333.jpg Francis Bacon, Study after Velá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 1953,


프란시스 베이컨은 20세기 후반 가장 충격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고통을 표현한 화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교황 이노센트 10세 초상 연구」(1953)는

벨라스케스의 고전적 초상화를 왜곡시켜 비명 지르는

교황의 모습으로 변형시켰다.


입을 크게 벌리고 절규하는 교황,

그를 가두는 듯한 수직선의 감옥, 흐릿하게 일그러진 형상. 베이컨은 인간의 살과 뼈,

그 안에 담긴 실존적 공포와 고립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나는 비명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불안과 공포, 인간성의 붕괴를 목격한

세대가 느낀 고통이 그의 캔버스에 생생히 담겨 있다.


3.png 고흐, 울고 있는 노인 : 영원의 문에서, 1890


빈센트 반 고흐의 「영원의 문에서」는 슬픔의 극치를 보여준다.

대머리의 노인이 고개를 숙인 채 두 팔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팔꿈치는 무릎 위에 놓여 있고, 전신에서 절망이 흘러넘친다.

고흐 자신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그린

이 작품은 인간의 깊은 슬픔과 고독을 담고 있다.


밝은 노란색으로 그려진 노인의 형상은 역설적으로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리고 몇 달 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전 생애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그 고통을 아름다운 예술로 변화시켰다.


고통을 그린다는 것은 단순히 아픔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겪는 가장 깊은 어둠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용기다.

화가들은 붓으로 고통을 그리며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아픔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아픔을 어떻게 견디고 계십니까?



https://youtu.be/WI8lwWG7H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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