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천재

추억 속으로

by 제임스

우리 주변엔 똑똑한 사람도 많다.
머리가 좋으면 인생이 편할 것만 같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술술 풀어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내는 그들.

나 역시 한때 유사한 부류였던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공식이
강하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따라 나도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전학을 하게 되었다.
부모와 떨어져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외삼촌과의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하였다.



4학년 첫 수업 시간,
담임 선생님의 호출로 전학 온 학생 7명이
교단에 세워졌다.
많기도 했다.

그래도 동지가 있어서인지 그리 쑥스럽지는 않았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소개한 후,

반장 선거를 하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반장을 했던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나는 쭈뼛거리며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서너 명이 함께 손을 든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선생님은 이틀 후에 이들 중에서 반장을 뽑을 테니
후보들은 반장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연설을 하라고 했다.


촌에서 왔다고 얕잡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기 싫은데도 하기로 했다.

외삼촌의 지도로 연설문을 작성하고 며칠을 열심히 연습했다.


“4학년 12반 여러분!
우리 반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반으로 만들겠습니다.
아니, 세계에서…, 아니 우주 최강의 반으로 만들겠습니다!”


연설은 적중했다.
그 화려한 뻥에 아이들은 열광했고,
시골에서 전학 온 내가 서울 토박이 입후보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반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전학 온 촌뜨기를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일부 짓궂은 아이들은 놀려댔다.


한 달쯤 되었을 때 월간고사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
“왜 이리 쉬워!”라는 탄식이 나왔다.

다른 아이들이 열심히 푸는 동안
나는 이미 다 풀고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이번에 1등을 하면
아이들이 반장을 잘 따르겠지?’


아냐! 오히려 더 시기하고 질투할 거야!’


끝의 두 문제 정답을 지우고 오답을 일부러 적었다.
결과는 2등이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 뒷계산까지 하다니….
지금도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한 일이었다.
그 후로는 아이들과 잘 지냈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좋은 머리였다.
훗날 IQ 검사를 통해 남들보다 높았다는 결과도 받았다.

그러나 좋은 머리, 높은 IQ의 진실은 정반대에 서 있다.
IQ 140을 넘어서는 이들에게 불행은 통계적 우연이 아니라
일상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들이 겪는 깊은 불행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지나치게 많이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이 한 가지 생각으로 지나갈 때,
천재의 머릿속에서는 수백 가지 가능성이 동시에 꿈틀거린다.

메뉴 하나 고르는 간단한 일조차 모든 변수를 계산하려 들며
30분을 흔들린다.


이 끝없는 사고의 회전목마는 불면증과 불안 장애를

친구로 삼아 살게 만든다.

세상이 너무나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마치 멍청이들의 천국처럼 보인다.

비효율적인 시스템,논리 없는 대화,단순한 사고방식이
눈에 훤히 들어온다.

그러나 그들은 소수자다.
자신의 목소리가 닿을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매일을 답답함과의 전쟁으로 살아간다.


주변의 기대가 무거운 짐이 된다.

“너는 똑똑하니까 당연히 잘할 거야.”라는 말은
격려가 아니라 저주가 된다.

평생 ‘기대’라는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며, 조금만 실수해도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는 핀잔을 듣는다.


이 압박감은 이른 나이에 번아웃을 불러오기도 한다.

한때 나와 동갑내기 천재인 김웅용과 인연이 있어서

술자리에서 자주 하소연을 들었었다.


아직까지도 '꼬마천재 김웅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가 어릴적 방송에 출연한 모습. IQ 210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부모가 건대, 이대 교수였다.


그들은 감정의 공유가 불가능한 고립감에 시달린다.

논리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내는 일은
가장 어려운 문제다.


“왜 화났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봐”라는
말 한마디가 인간관계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그들은 영원한 감정적 유리천장 아래에서
고독하게 자신의 논리와 씨름한다.

세상의 냉혹한 진실이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사회 구조의 부조리, 인간의 위선, 시스템의 모순이
마치 엑스레이 사진처럼 훤히 들여다보인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말이
통계적으로 거짓임을 증명해 버리는 순간,
그들에게 남는 것은 허무뿐이다.

진실을 아는 것이 꼭 축복은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들.

IQ가 높다는 것은 단순히 문제를 빨리 푸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지나치게 선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렌즈이자,
때로는 그 빛이 너무 강렬해 눈을 뜨고 있기 힘들게 만드는
저주가 되기도 한다.


그들이 찾아야 할 것은 완벽한 지혜가 아니라,
불완전한 세상과 불완전한 자신을
어떻게든 화해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결국 진정한 지혜란 높은 IQ가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알고도 세상을 향해
눈을 감아 주는 용기가 아닐까?


이런 진실을 이미 나는 알고 있었나보다!



‘IQ 204’ 영재소년 백강현

※ 2012년생인 백강현은 만 3세 때 SBS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멘사 기준 IQ 204를 기록하며 상위 0.0001% 영재로 주목받았다.

이후 만 9세에 중학교에 조기 입학했고, 서울과학고등학교에도 진학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서울과학고 입학 약 5개월 만에 자퇴 소식을 알렸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자퇴 배경에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화제가 됐다.

현재 옥스퍼드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진학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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