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그린 화가들

by 제임스

산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예술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화가들은 산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캔버스에 담아내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해왔다.


동양 미술에서 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닌 정신세계의 상징이었다.

조선시대의 대표적 화가 겸재 정선은 《금강전도》를 통해

금강산의 기암괴석을 힘차고 독창적인 필치로 그려냈다.

그의 진경산수화는 중국 화풍을 답습하던 당시의 관행을 깨고

조선의 실제 산천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었다.

정선의 산은 단순히 보이는 것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담긴 정신적 풍경이었다.


112849_43856_5556.jpg 금강전도/겸재 정선/비단에 엷은 채색/28.1*33.7/18세기


알프스의 웅장한 산맥은 수많은 화가들을 매료시켰다.

영국의 풍경화가 윌리엄 터너는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에서

거대한 눈보라 속 알프스의 위압적인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11.jpg 윌리엄 터너, 눈폭풍 :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과 그의 부하들, 1810~1812


스위스 화가 페르디난트 호들러는 알프스를 평생 그리며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같은 작품에서 산의 순수한 형태미를 강조했다.

그는 알프스를 스위스 정신의 상징으로 승화시켰다.


22.jpg 페르디난트 호들러 , 융프라우, 1911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도 예술가들의 도전 대상이었다.

故 곽원주 화백은 '산꾼 화가'로 불리며 산을 주제로 동양화를 그렸다.

'산을 오르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신조로 20여 년간 국내외 명산을 탐방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2011년부터는 히말라야 14좌 그림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3년까지 완성했으나,

2015년 작품 전시를 준비 중 별세했다.

그의 작품은 사진이 아닌, 산에 대한 감동과 고통을 승화시킨 예술적 산이다.

인간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성역, 그 압도적인 존재감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에베레스트와 야크를 모는 셰르파.jpg 곽원주 화백, 에베레스트와 야크를 모는 셰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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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은 생애 대부분을 고향 프로방스의 생트빅투아르 산을 그리는 데 바쳤다.

그는 같은 산을 60여 점 이상 그리며 빛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산의 형태를 탐구했다.

세잔의 《생트빅투아르 산》 연작은 산을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하여 표현함으로써

현대 미술의 문을 열었다. 그에게 산은 자연의 영원한 구조를 이해하는 통로였다.


33.jpg 폴 세잔, 생 빅투아르 산, 1888-1890년


한국의 근대 화가 박수근도 산을 자주 그렸지만, 그의 산은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았다.

소박한 시골 마을 뒤편의 야트막한 산,

그곳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박수근의 산은 삶의 배경이자 위안이 되는 존재였다.


44.jpg 박수근, 산, 1950


산을 그린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 각자가 산에서 발견한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초월적 아름다움이, 어떤 이에게는 영원한 진리가,

또 어떤 이에게는 일상의 평온함이 산에 깃들어 있었다.

그들의 붓끝에서 탄생한 산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인간과 우주를 이어주는 예술적 매개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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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힐링을 위한 클래식, 마음 속 고요 찾기

https://youtu.be/tX5ioQlg9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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