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 그 덫

제임스의 투자 Note

by 제임스

요즘 한국 증시가 요란스럽다.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며 5000을 넘어 7000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스마다 연일 주식시장의 호황을 보도하고,

사람들은 지금 안 사면 기회를 놓친다며 앞다투어 시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나는 이 광풍에 휩싸여 사람들이 애써 모은 자산을 날릴까 봐 걱정이 된다.


우리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허리띠 몇 년만 졸라매면

수도권에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렇게 했고,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이 안정된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부동산은 우리 세대에게 가장 확실한 자산 증식의 수단이었다.



소득 26배 된 ‘집값’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젊은 세대에게 부동산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일은 어려워져만 가고 있고,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강남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일반 직장인의 월급으로는 평생 모아도 살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대안이 증권시장이라고 말한다.

국가까지 나서서 본격적인 증시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내가 부족하여 누구처럼 아파트 한채 떡하니

사줄만큼 벌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잘 지켰다.


지금 주식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투자 방법을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투자 공부를 스스로 하기란 쉽지 않다.

어렵기도하고 경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본이라도 안다면 패가망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오랜 기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가장 원칙으로 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투기가 아닌 투자를 지향한다.

둘의 차이는 간단하다.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지는가, 그 여부다.

이것은 남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행위라도 어떤 이에게는 투자이고,

어떤 이에게는 투기가 될 수 있다.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다.


투자는 다시 일반적인 투자와 가치투자로 나뉜다.

투자가 어느 정도의 고위험을 감수하며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라면,

가치투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나의 금융 에너지를

가장 안전하게 보관할 그릇을 찾는 행위다.


투자는 잦은 매매를 동반하지만,

가치투자는 낚시터의 낚시꾼과 같다.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

원하는 것을 얻으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이 저절로 굴러들어오도록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주의할 것은, 직장 생활하면서 일보다

투자에 집중하면 둘 다 잃어 버린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례를 37년간 직장생활 중에 많이 보아왔다.



나는 미국 지수 추종 ETF는 가치투자라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인 자산의 대부분이 미국 주식에 묶여 있기에,

이는 '대마불사'의 논리로 작동한다.

미국이 망할 때까지 미국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자국 증시를

부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기축통화국이라는 지위는 더욱 강력한 이점이다.

미국 주식시장보다 매력적인 금융시장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서울 부동산이 지방의 양분을 빨아들이듯,

미국 주식시장은 글로벌 금융 에너지를 흡수하며 성장한다.

30% 빠지더라도 다시 들어올 매수 주체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뜻이다.

공급은 미국 증시로 한정 되어 있지만, 수요는 전세계 투자자이다.

즉,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뜻이다.


미국 주식을 산다는 것은 미국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의미이기에,

꽤나 안전한 가치투자라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사는 미국 주식은

진정한 의미의 달러 자산이라 말하기 어렵다.

글로벌 정치 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달러 환율의 상승은 개인 계좌 셧다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 확신하지만,

역사는 극단적 상황에서 정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증언한다.


1930년대 루스벨트가 개인의 모든 금을 몰수하고

정부 지정 가격으로 현금 청산했던 일을 기억하자.

대공황, IMF, 외환위기 등 그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서울 부동산, 특히 강남 부동산 역시 가치투자 자산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부의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기에,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마불사의 법칙이 작동한다.

이는 한국인이 부동산을 유난히 사랑해서가 아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가 금융 에너지를 저장할 선택지가 부동산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부동산이 점점 금융자산화되면서,

외곽부터 가치투자 자산으로서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확실한 가치투자 상품은 강남 부동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적 불확실성과 매수 주체층의 축소로 그마저도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현재 강남 슈퍼리치들이 강남 부동산을 팔고 이 나라를 떠난다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탈출이 아니다.

이 나라에 더 이상 부자들의 자산을 담을 만한 가치투자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있다고 해도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다.

한마디로, 나라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 주식은 어떤가?

최근 급등했다고 해서 극소수 기업들을 제외하고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나아진 게 있는가?

원화가 기축통화가 되었는가?

환율은 안정되었는가?

외국인들이 원화를 장기적으로 보유해야 할 유인이 있는가?

아무것도 해당하지 않는다.


최근 급등한 한국 주식은 거의 다 외국인이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든 5000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단언하건대,

그들은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를 하러 온 게 아니라

'투기'를 하러 들어온 세력이다.

당장 내년에 수십조 원 이상의 국채 발행이 예정된 상황에서,

부동산이 아닌 금융을 통해 대한민국의 금융 에너지를 빨아먹으러 온 것이다.


세력은 들어오는 시점도, 나가는 시점도 스스로 정한다.

그런 불공정한 게임에 참여해서 좋을 게 없다.

이는 텅 빈 땅에 이윤을 노리는 기업들과 표를 먹으려는

정치인들이 합작해 대규모 토목 건설을 벌이고,

그 설거지를 평범한 개인에게 떠넘긴 거북섬 같은 모습이다.

단지 규모가 더 클 뿐이다.


코로나 때를 떠올려보자.

코스피를 3300까지 폭등시켰다가 다시 2500까지 빼놓았던 그 시기를.

그때 한국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은 거의 없고,

평범한 직장인들만 주식쟁이가 되었을 뿐이다.

이유 없이 5000을 가는 시장은 어느 순간 이유 없이 3000으로 돌아온다.

기업 성장 없이 그저 수치만 오른다고 나라가 잘살게 되는 게 아니다.

반도체나 일부 수출 품목이 성장을 이끌고는 있으나,

2차 전지 폭락처럼 언제 상황이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는 단타 매매로 돈을 벌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인생의 레이스는 너무 길다.

단기 매매에 맛 들인 사람은 더 이상 땀방울에서 도파민이 나오지 않게 된다.

땀방울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다.

그것이 성공한 자들이 단타 매매를 하지 않는 이유다.


사기의 원리는 어렵지 않다.

도박판에서 호구에게 첫판을 내주는 것처럼,

대부업체에서 100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것처럼,

사기의 기본 원리는 상대방에게 '좋아 보이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우리가 찾아야 할 그릇은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좋은 것'이어야 한다.

그 차이를 아는 것, 그것이 가치투자의 시작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누구나 말하는 좋은 주식을 좋은 가격에 사서 적당한 가격에 파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적정 금액의 투자,

자신만의 기준으로 매매,

때를 기다리며,

쉬는 것도 아는 투자자는 실패가 없다.


그러나 이것조차 쉽지 않기에 아빠는

미국 지수형 ETF와 채권형 ETF에 꾸준히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백 퍼센트, 이백 퍼센트의 수익률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10년 연평균 10% 이상 꾸준히 수익을 낸다.

마음 졸이고 애타는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한국 증시가 뜨겁다고 해서 성급하게 뛰어들지 마라.

부동산이 막혔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자동으로 그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좋은 것과 좋아 보이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는 절대 지지 마라.


그래도 만약 투자를 해야 한다면,

미국 지수 ETF에 꾸준히, 천천히, 오랫동안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

화려한 수익률은 아니지만, 최소한 패가망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35년간 시장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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