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 500원의 진실

일상 속으로

by 제임스

테무나 알리에서 490원짜리 무선 이어폰이 배송비 포함 490원에 온다.

1,200원짜리 20000mAh 보조배터리,

2,900원짜리 3피스 여행용 캐리어 세트.

이 가격을 처음 본 순간 우리는 “중국은 진짜 대단하다”고 감탄한다.



하지만 그 감탄이 끝난 뒤 조용히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이건 진짜 가능한 가격인가? 원재료값, 인건비, 운송비를

다 합해도 남을 리 없는 이 숫자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답은 간단하다. 이건 혁신이 아니라, 절망의 가격이다.

중국 경제의 심장인 부동산이 죽었다.

헝다, 비구이위안, 룽광…

한때 세계를 놀라게 하던 거대 건설사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선분양으로 건물을 판 뒤, 그 돈으로 또 건물을 짓고, 또 팔고…

끝없는 폰지 게임이었다.

시진핑이 2020년 “세 개의 레드라인”을 긋는 순간 그 사슬은 끊어졌다.

건설 현장이 멈추고, 유령 아파트만 수천만 채 남았다.

집을 사려고 평생 저축을 쏟아부은 수천만 명이 하루아침에 ‘벼락 거지’가 되었다.



중국인의 자산 70%는 부동산에 묶여 있었다.

집값이 폭락하자 소비는 얼어붙었고, 내수는 죽었다.

지방정부는 땅을 팔아 먹고 살았는데 땅이 안 팔리니 재정이 바닥났다.

공무원 월급이 반토막 나고, 가로등이 꺼지고,

쓰레기 수거가 중단되는 도시들이 나타났다.

숨겨진 지방정부 부채는 이미 3,000조 원을 넘었다.

이건 숫자가 아니라 시한폭탄이다.


그런데도 공장은 멈추지 않는다.


왜?


멈추면 실업자가 쏟아지고,

실업자가 쏟아지면 폭동이 일어나고,

폭동이 일어나면 공산당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수시장이 죽었어도 공장은 밤낮없이 돌아간다.

전기요금, 인건비, 원자재비 다 떠안고서라도 돌려야 한다.

그래서 재고가 산처럼 쌓인다.

그 재고를 어떻게든 처분해야 한다.

원가 이하로, 심지어 운송비까지 떠안고서라도 해외로 밀어낸다.

그게 바로 테무와 알리의 490원, 990원 상품이다.


우리가 사는 건 ‘혁신의 결실’이 아니라 ‘좀비 공장’이

마지막 숨을 내쉬며 뱉어낸 악성 재고다.

우리는 싸다는 이유로 기뻐하며,

결국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통째로 수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저가 공세는 이미 한국 중소기업들을 죽이고 있다.

중국산 5,000원 전기면도기로 국내 공장은 문을 닫는다.

1만 원짜리 중국산 LED 조명 때문에 조명 공장 30년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증발한다.

우리는 값싼 물건을 사서 잠깐 기뻤지만,

결국 일자리를 잃고, 산업을 잃고, 미래를 잃는다.


중국은 이미 ‘피크 차이나’를 지나고 있다.

부유해지기도 전에 늙어버린 나라.

젊은이는 일자리가 없어 ‘탕핑’하고,

집값은 폭락하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대만 해협에 군사력을 쏟아붓는다.

경제가 무너질수록 전쟁 위험이 커진다.


500원짜리 이어폰 하나를 장바구니에 담을 때마다

우리는 중국 경제 붕괴의 충격파를 조금씩 앞당기고 있다.

그 충격파가 본격적으로 오면 가장 먼저,

가장 세게 맞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가계부채 비율, 부동산 몰빵 비율, 저출산 속도.

우리는 이미 중국이 가고있는 길을 똑같이 걷고 있다.

테무의 500원 상품은 싸구려 플라스틱 덩어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다.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너무 싼 건, 누군가 대신 피를 흘리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가 그 피 위에 서서 환호하고 있을 뿐.


테무를 열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

이 500원이 정말 500원짜리 가치인지,

아니면 우리 미래를 조금씩 깎아먹는 대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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