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메시지는 달콤하면서도 기괴했다.
"앱 하나만 깔면 너도 나도 10만 원을 받을 수 있어."
처음에는 그저 파격적인 마케팅이겠거니 웃어넘겼지만,
문득 등골이 서늘해지는 의구심이 들었다.
기업이 아무런 대가 없이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수천억 원의 돈을 뿌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의문의 끝에서 마주한 진실은 우리가 매일 무심코 넘기던 짧은 영상들 뒤에
숨겨진 거대한 국가적 기획이었다.
최근 공개된 미 FBI의 기밀문서는 단순한 보안 우려를 넘어선
충격적인 사건을 담고 있었다.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중국이 틱톡을 통해 수집한 실제 미국인들의 이름, 주소, 신분증 정보를
활용해 엄청난 양의 위조 운전면허증을 제작했다는 정황이다.
중국에서 제작되어 미국으로 배송된 이 가짜 면허증들은 우편 투표 조작에 이용되었고,
투표권이 없는 중국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이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만드는 무기가 되었다.
우리가 즐거움을 위해 넘겨준 데이터가 타국의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조 신분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알고리즘의 힘이다.
틱톡의 알고리즘은 단순한 추천 서비스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이 알고리즘을 손에 쥐고 한국인 천만 명의 머릿속에
자신들이 원하는 가치관을 심을 수 있다.
반미·반일 감정을 부추기거나, 남녀 갈등 같은 혐오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노출해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고,
중국 쇼핑이나 여행 콘텐츠를 밀어주며 친중 여론을 조성한다.
내가 즐겁게 보고 있던 쇼츠 영상 하나가 실은 정교하게 설계된
선전 선동의 도구일 수 있다는 사실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위협은 틱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분야의 '딥시크(DeepSeek)'가 CHAT GPT보다 뛰어난 성능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전 세계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테무(Temu)와 알리 역시 파격적인 현금 살포로 한국 시장을 잠식 중이다.
하지만 이 모든 서비스 뒤에는 중국의 '국가정보법'과 '데이터 보안법'이 버티고 있다.
모든 조직과 국민이 공산당의 정보 요구에 무조건 협조해야 한다는 이 법령 아래에서,
딥시크에 입력한 기업 기밀이나 틱톡에 남긴 위치 정보는
언제든 국가적 차원의 스파이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틱톡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미국 기자의 IP 주소를
추적해 그가 누구를 만나는지 감시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이 위험을 직시하고 칼을 빼 들었다.
미국은 틱톡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게 하여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했고,
유럽은 다단계식 현금 보상 프로그램을 영구 폐지시켰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떤가?
국내 기업을 향한 규제에는 엄격하면서도,
정작 안방을 차지한 중국 기업들의 보안 위협과 정보 유출 사고에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세상에 대가 없는 공짜는 없다.
우리가 받은 10만 원, 그리고 무료로 사용하는 고성능 AI는 실상
우리의 사생활과 정신적 주권을 팔아넘긴 값싼 대가일지 모른다.
내 스마트폰 속에서 쉼 없이 돌아가는 앱들은 이제 즐거움이 아닌,
나를 감시하고 조종하려는 누군가의 눈동자로 보인다.
이제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나의 소중한 개인정보와 자유로운 생각의 가치가 고작 10만 원짜리 덫에
걸려도 좋을 만큼 가벼운 것인지를 말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그 화려한 유혹의 화면을 꺼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