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딸기가 먹고 싶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마트에 나가기는 귀찮고 스마트폰 화면 속 붉고
탐스러운 딸기 사진이 자꾸 눈에 밟혔다.
결국 쿠팡 앱을 열었다.
검색창에 '딸기'를 치자 수십 개의 상품이 쏟아졌다.
어느 것을 골라야 할까. 판단의 기준은 하나였다.
구매 후기였다.
꼼꼼하게 읽었다.
"달콤함이 입 안 가득 퍼져요",
"매일 주문하고 싶을 만큼 맛있어요",
"실망하지 않으실 거예요."
별점은 하나같이 다섯 개였다.
수백 명이 극찬을 쏟아냈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확신에 차서 주문 버튼을 눌렀다.
이른 새벽, 현관문 앞에 딸기가 도착해 있었다.
쿠팡의 새벽 배송은 소문대로였다.
아내와 함께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기대감을 한껏 품고 딸기 한 알을 집어 들었다.
입에 넣는 순간, 뭔가 이상했다. 달콤함은 없었다.
싱겁고 밍밍했다.
심지어 몇 알은 겉보기와 달리 속이 물러 있었다.
아내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그런데?"
그 말 한마디가 내 기대를 무너뜨렸다.
처음으로 구매 후기를 남기기로 했다.
생애 처음이었다.
평소에는 남들이 써놓은 후기를 읽기만 했지,
직접 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앱을 열고 상품 페이지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미 올라와 있는 수백 개의 후기 가운데 부정적인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사람의 입맛이 제각각이거늘,
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한 목소리로 극찬만 할 수 있을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검색창에 '구매 후기 알바'를 쳐봤다.
금방 답이 나왔다.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가 수두룩했다.
단순히 후기를 써주면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심지어 상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됐다.
업체가 대신 구매해 주고 대금을 환급해 준 뒤,
원하는 내용의 후기를 올리게 하는 구조도 있었다.
온라인 쇼핑의 가장 큰 신뢰 기반이 철저히 돈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이것이 단순한 내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곧 확인됐다.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에 1,628억 원이라는
국내 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후기 조작이었다.
쿠팡은 자사 임직원 2,200여 명을 동원해 자사 PB(자체 브랜드) 상품에
조직적으로 높은 평점과 긍정적 후기를 달게 했다.
100위권 밖의 상품이 하룻밤 사이에 1위로 올라서고,
무려 1년 9개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는 객관적인 지표라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손으로 빚어낸 허상이었다.
후기 조작은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전반에 퍼진 고질적인 병폐다.
판매자들은 후기 관리 대행업체에 돈을 지불하고,
대행업체는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해 허위 후기를 양산한다.
별점은 늘 다섯 개, 내용은 한결같이 찬사 일색이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우리는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는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그 모든 감각을 후기가 대신한다.
그 후기가 거짓이라면, 소비자는 그야말로 장님이나 다름없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스스로 그 함정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한 후기를 쓰는 수고를 아꼈고, 나쁜 경험도 그냥 삼키고 넘어갔다.
그 빈자리를 거짓 후기가 채웠다.
평범한 소비자의 진솔한 목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돈을 받고 쓴 문장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딸기 한 알의 실망은 작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작지 않다.
별점 다섯 개짜리 찬사는 믿지 말 것,
그리고 솔직한 내 경험을 기꺼이 나눌 것.
그날 이후 나는 후기를 남기기 시작했다.
맛없으면 맛없다고, 좋으면 좋다고.
그 작은 정직함이 모여야 비로소 온라인 쇼핑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젠 모든 것이 조작된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한없이 서글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