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라스베가스의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서 펼쳐진 2026년 CES는
말 그대로 '미래 놀이터'였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답게 AI와 로봇,
자율주행차 같은 거대 담론들이 넘쳐났지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오히려 일상의 작은 불편함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해결한 제품들이었다.
가장 먼저 나를 웃게 만든 건 '음악사탕'이었다.
막대사탕처럼 생긴 이 제품은 막대 안에 블루투스 모듈과 진동소자를 품고 있다.
사탕을 입에 물면 골전도를 통해 음악이 전해진다니,
이게 정녕 21세기 기술인가 싶으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귀엽다.
지하철에서 이어폰 대신 사탕을 빨며 음악을
듣는 사람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누군가에겐 황당한 아이디어겠지만,
이런 엉뚱함이야말로 기술이 가진 가장 인간적인 면모가 아닐까?
부엌으로 이동하면 초음파 식칼이 기다린다.
버튼을 누르면 초당 3만 번씩 진동하며 힘 안 들이고도
무를 자르듯 매끄럽게 칼질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군고구마를 해먹으려고 고구마를 주문했는데,
웬걸, 무처럼 거대한 녀석이 도착해 반으로 자르다가 식겁한 기억이 떠올랐다.
칼날이 고구마 속으로 파고들지 않아 손목에 힘을 잔뜩 주고 밀어붙였던 그 순간,
이 초음파 식칼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기술은 거창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사소한 순간에 빛을 발한다.
집사님들을 위한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고양이가 용변을 보면 배설물을 물로 분해해 배수관으로 흘려보내는
자동 고양이 화장실이 등장했다.
매일 아침 모래 삽으로 배설물을 건져내며 코를 찡그리던
집사들에겐 축복 같은 제품이다.
물론 고양이 입장에선 "인간아, 그게 네 일이었잖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요리로봇 '노쉬'는 이름만 로봇이지 실제로는 똑똑한 가전제품에 가깝다.
식재료를 전용 컨테이너에 담아두면 AI 센서가 양파가 투명하게 익는 순간,
고기의 마이야르 반응이 정점에 달하는 찰나를 포착해 다음 조리 단계로 넘어간다.
요리의 타이밍은 과학이면서도 감각인데, 그걸 AI가 판단한다니 놀랍다.
이제 "불 조절 실패로 스테이크를 태웠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주목할 만하다.
강아지의 생체 데이터를 수집해 "산책을 많이 해서 근육 피로를 느끼고 있어요",
"실내 습도 때문에 호흡이 불편해요"
같은 메시지를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말 못 하는 반려동물의 마음을 읽어주는 통역사가 생긴 셈이다.
반려동물과의 소통이 더 이상 눈빛 교환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제품은 5초 만에 네일 색상을 바꾸는 전자잉크 네일팁이다.
전기 신호에 따라 입자 배열이 바뀌는 필름을 손톱에 붙이고 기기에 넣으면 색상이 변한다.
바르고, 말리고, 지우는 과정 없이 매일매일 코디에 맞춰 네일 색상을 바꿀 수 있다니,
패션과 기술의 만남이 이보다 더 실용적일 수 있을까.
와이파이로 스마트폰과 연결돼 공중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미니 드론,
야간에 빛 번짐을 없애는 안경도 눈을 끌었다.
이밖에 센서가 달려 탈모 방지 방법을 조언해 주는 '스마트 빗',
재료만 넣어두면 2시간만에 맥주 5ℓ를 만들어주는 가정용 맥주 제조기,
방독면 기능이 탑재된 공해 방지 스카프,
좌·우측에 진동 기능이 달려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벨트,
밑창에 진공청소기가 달린 신발 등도 관람객들에게 웃음과 흥미를 선사했다.
2026년 CES의 제품들을 보며 깨달은 건,
기술의 진보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사탕으로 음악을 듣고, 고양이 화장실을 자동화하고,
네일 색을 순식간에 바꾸는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삶을 한 뼘씩 더 편하고 즐겁게 만든다.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또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