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알마 전에 휴대폰을 바꾸러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벽면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광고판,
그 위에 빼곡하게 적힌 숫자들과 조건들.
"25% 할인", "공시지원금 최대", "선택약정 혜택",
"추가지원금"이라는 말들이 난무했지만,
정작 내가 얼마를 내게 될지는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은 능숙하게 여러 옵션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시지원금을 받으면 단말기 값은 싸지만 요금제가 비싸지고,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월 요금은 줄지만 단말기 값이 올라간다.
거기에 2년 약정, 추가지원금, 요금제별 할인율,
가족결합까지 더해지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결국 나는 직원의 "이게 가장 유리하세요"라는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것이 정말 가장 유리한 선택일까?
한국의 통신 요금 체계는 미로와 같다.
공시지원금, 선택약정할인, 추가지원금이라는
여러 옵션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반 소비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조합을 계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통신사들은 이런 복잡성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처럼 보인다.
투명성보다는 혼란을, 명확성보다는 애매함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휴대폰을 직접 구매하고,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요금제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선불 요금제, 후불 요금제, 알뜰 요금제 등 종류는 다양하지만,
각각의 가격과 조건이 비교적 명확하다.
물론 미국도 통신비가 비싸다는 문제는 있지만,
적어도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는지 알 수 있다.
통신사 대리점 직원의 설명에 의존하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구조다.
왜 한국은 이렇게 복잡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걸까?
혹시 이 복잡함 자체가 통신사들의 전략은 아닐까?
소비자가 정확히 계산하지 못하게 만들어,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는 것은 아닐까?
시민단체들은 오랫동안 이동통신사의 가격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본요금을 폐지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2014년 단말기 유통법이 제정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혼탁한 통신시장이 개선되고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그러나 결과는 어땠는가?
통신요금 인하도 없었고 단말기 가격을 낮추는 데도 실패해 국민들의 부담만 커졌다.
좋은 명분으로 시작된 법안이었지만,
실제로는 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더 많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장을 나서면서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과연 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걸까?' 솔직히 확신할 수 없다.
24개월 후 계산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통신 요금 체계의 가장 큰 문제다.
선택의 순간에 그 선택의 결과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
통신사들의 얄팍한 상술로 국민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
통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물과 전기처럼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 가격 체계도 물과 전기처럼 단순하고 투명해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소비자가 계산기를 두드리며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는,
명확하고 투명한 통신 요금 체계를 꿈꾼다.
누구나 자신이 내는 돈의 계산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그런 시스템 말이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이 교묘한 미로 속을 헤매야 할 것이다.
매장 직원의 감언이설에 귀 기울이면서...
팁: 그래서 최종 요금(월)으로 약정을 체결한다.
예를 들어 월 35800원.
만약 추가 요금 청구 시 차액은 대리점에서 지불한다!
실제로 이렇게 약정하여 차액은 선불로 입금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