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2003년 11월, 경기도 부천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있다.
두산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해고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였고,
시민들은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노란 봉투에 담아 건넸다.
그 노란 봉투는 연대의 상징이 되었고,
국회를 통과하여 2026년 3월 10일 시행일을 앞두고 있다.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다.
왜 노란봉투법이라 부르는가?
그 따뜻한 연대의 기억을 담아, 쟁의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고의나 폭력이 있을 때만 허용한다.
둘째, 하청노동자도 원청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한다.
셋째, 파업 시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한다.
이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명확하다.
현재 한국의 노동 현실은 가혹하다.
파업에 참여했다가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을 물어야 하는 노동자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는 현장,
파업하면 곧바로 대체인력을 투입해 노동자의 협상력을 무력화시키는 관행.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한국의 손해배상 제도가 과도하다고 지적해왔고,
OECD 국가 중에서도 한국만큼 파업 참가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는 나라는 드물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복잡해진다.
경영계와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한국 경제가 프랑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 경고한다.
프랑스는 1960년대 찬란한 경제 성장을 구가했지만,
과도한 노동자 보호 정책으로 인해 지금은
청년 실업률 17.5%, 0.9%의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5년간 2,400개 이상의 기업이 높은 노동비용과
경직된 노동시장을 피해 독일 등으로 떠났다.
기업들은 해고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니 아예 채용을 꺼리게 되었고,
법안이 통과되기 이전인 2022년에 일론머스크가
테슬라 한국공장 건설 관련 투자 후보지로 언급했지만,
노조 때문에 공장 건설을 접었다고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의 몫이 되었다.
노란봉투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다.
무분별한 파업이 일상화되면 중소기업은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
둘째, 원청의 사용자 책임 확대는 하청 구조 자체를 없애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업들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외주를 줄이고,
그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셋째, 대체근로 금지는 필수 공공서비스에서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개선 방향은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되,
기업의 생존과 경제 활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회사가 존재해야 근로자도 존재하지만,
근로자가 없으면 회사 운영이 안되니,
서로 양보하고 서로 2인 3각처럼 앞으로 나가야 한다.
손해배상 청구를 무제한 허용하는 것도,
전면 금지하는 것도 아닌 합리적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원청 책임도 직접 고용 관계가 명확한 경우로 한정하고,
대체근로는 필수 공익사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식의 절충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사 간의 진정한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노란봉투에 담긴 따뜻한 마음은 소중하다.
하지만 법은 감정이 아닌 냉철한 이성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는 프랑스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진정한 노동 존중은 일자리가 넘쳐나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