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집 앞의 횡단보도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정치 선동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
문득 돌아본 우리 사회의 풍경은 마치 거대한 폭풍 전야의 섬과 같다.
섬 안의 사람들은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누가 더 힘든가, 누가 더 옳은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인다.
세대라는 벽, 젠더라는 선, 이념이라는 틀 속에 갇혀 서로를 향해 날 선 언어를 던지는 사이,
정작 섬 기슭을 갉아먹으며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는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안에서 불태우는 에너지가 밖에서 밀려오는 위협을
방어할 힘마저 앗아가고 있는 비극적인 역설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치열하게 우리끼리 싸우는가?
그 이면에는 대한민국이 걸어온 기적 같은,
그러나 너무나 가팔랐던 성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기득권 세력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분열정치에 있다.
최근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의 현주소를 처참하게 보여준다.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84%, 젠더 갈등은 64%,
이념 갈등은 무려 83%에 달한다.
국민 대다수가 서로를 향해 등 돌린 채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한 셈이다.
대한민국은 단 70~80년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뛰어오른 유일한 나라지만,
그 대가로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들조차
각기 다른 시대적 중력을 견뎌야 하는 분열을 얻었다.
같은 언어를 쓰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 사이의 균열은
정치인들에 의해 '적대적 정체성 정치'로 악용되며 공고해지고 있다.
이 내부의 분열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이
연간 최대 246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며,
국방비의 몇 배를 상회하는 막대한 에너지가 서로를
깎아내리는 데 소모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렇게 안으로 침잠해 있는 사이,
밖에서는 ‘관시(关系)’라는 강력한 응집력으로 무장한 중국의 자본과
시스템이 우리 삶의 빈틈을 치밀하게 파고들고 있다.
중국의 관시는 단순한 인맥이 아니라 수천 년간 생존을 위해 진화된
‘경제적 집단 면역 시스템’이다.
이들은 안으로는 무섭게 결속하고 밖으로는 철저히 배타적이다.
이 네트워크가 지금 대한민국의 금융, 유통, 문화, 영토 전반으로 뻗어 들어오고 있다.
가장 먼저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금융과 데이터 주권’의 잠식이다.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는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엔트그룹(지분 약 32%)이며,
토스페이먼츠 역시 약 37.7%의 지분을 그들이 쥐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가 사용자 445만 명의 신용정보와 결제 내역 542억 건을
중국 알리페이에 무단으로 넘긴 사건은 그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기업에 데이터를 요구할 수 있는
‘국가정보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금융 지도가 타국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는 셈이다.
유통 시장 역시 소리 없는 전쟁터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원가 이하로 팔아 경쟁자를
고사시키는 ‘약탈적 가격 전략’을 구사한다.
우리가 단돈 몇 천 원의 저렴함에 취해 있는 동안,
국내 소상공인들은 무너지고 제조업 기반은 황폐해진다.
배달 시장마저 중국계 플랫폼 ‘헝그리판다’가 진입하며
우리 골목 상권의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문화적 공세 또한 집요하다.
김치와 한복이 자신들의 것이라는 억지 주장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한류라는 거대한 산업의 원조성을 흔들어 그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려는 ‘문화 전쟁’의 일환이다.
심지어 우리의 영토와 제도마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인이 소유한 한국 땅은 이미 여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며,
용산 대통령실 인근 부지 약 1,256평까지 중국 정부가
직접 매입했다는 사실은 안보의 위기를 경고한다.
우리는 중국에서 땅을 소유조차 할 수 없지만,
그들은 한국 땅을 영구 소유할 수 있는 이 ‘비상호주의’의 불평등 속에서
우리 영토는 서서히 조각나고 있다.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 중 압도적 다수가 중국 국적자라는 사실 또한,
향후 우리의 정책 결정 과정에 외풍이 불어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더한다.
더욱 두려운 것은 미래에 닥칠 거대한 해일이다.
만약 대만 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한다면 대한민국 GDP의 23.3%가
순식간에 증발할 것이라는 관측은 섬뜩하다.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대만의 TSMC가 멈추고,
우리 에너지 수송로인 대만 해협이 봉쇄되는 순간,
우리가 안에서 치열하게 다투던 그 모든 가치와 명분은 ‘생존’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무력해질 것이다.
이제는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 경고는 특정 국가나 인종을 혐오하자는 선동이 아니다.
타국의 국가 전략이 우리 시스템의 빈틈을 파고들 때,
우리가 스스로 무장 해제된 상태는 아닌지 직시하자는 성찰이다.
미국은 30개 이상의 주에서 부동산 매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일본은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 발 빠르게 조치를 취하고 있다.
캐나다, 호주 역시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관성적 규제 완화에 머물러 있으며,
내부의 분열에 매몰되어 마땅히 갖춰야 할 방패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분열은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문이 되지만,
우리에게는 공멸의 지름길이다.
우리가 서로를 향해 든 창을 내려놓고 같은 방향의 파도를 바라볼 때,
비로소 대한민국이라는 섬은 더 이상 침식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분노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냉혹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낼 깨어 있는 시민들의 연대다.
거울 속의 가공된 적이 아닌,
바다 너머에서 밀려오는 거대한 실체의 위협을 향해 이제는 시선을 돌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