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장사꾼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물건을 사고판다.
그렇다면 지방의원은 무엇을 사고파는가?
그들은 공천을 사고, 권력을 팔고, 혈세를 소비한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하나가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국회의원 강선우에게
서울시의원 공천을 부탁하며 현금 1억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것이다.
둘 다 구속을 면치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시의원 자리 하나가 1억 원짜리 '상품'이 된 것이다.
심지어 구의원 공천은 수백만 원을 가져갔다가 면박을 당하고
다시 달라는 대로 더 내놓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쯤 되면 공천장은 정가 표시도 없이 흥정하는 암시장의 물건이나 다름없다.
왜 지방의원 자리가 이토록 탐나는 장사가 되었는가?
지방의원 꿀직장론이 요즘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광역의회 의원 한 명이 받는 의정비는 연평균 6,538만 원,
기초의회 의원도 연평균 4,539만 원에 이른다.
이는 2023년 대비 각각 10.1%, 12%나 오른 수치다.
의정비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로 나뉘는데,
의정활동비는 광역의회 기준 월 2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세금도 내지 않는 돈이다.
게다가 의정활동비는 사용 내역을 정산하거나 증빙 자료를 낼 의무도 없다.
쓰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는 돈을 매달 손에 쥐는 것이다.
여기에 회기 중 의사당 출석 수당, 교통비, 출장비 등이 줄줄이 따라붙는다.
거기에다가 해당 지자체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사업이라면 얼마든지 겸직이 가능하다.
그래서 겸직은 보너스다.
현직 시의원 운영 식당에서 의회가 업무추진비로 총 1천여만 원 결제한
최근 사건도 있었다.
우리 동네 시의원도 식당을 겸직하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열심히 팔아 주고 있다.
안그러면 타켓 감사를 당한다고 한다.
이 모든 돈은 물론 우리가 낸 혈세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쏟아지는 혈세 앞에서 그들은 과연 무슨 일을 하는가?
내가 지켜본 지방의원들의 일상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거들먹거리기, 해외 출장 궁리하기, 그리고 권력에 줄 서기.
지역 현안 해결이나 주민의 목소리를 행정에 반영하는 일은 뒷전이다.
대부분은 국회의원의 심부름꾼, 소위 '딱가리' 역할로 임기를 채운다.
지방선거 때 국회의원의 조직을 등에 업고 당선된 대가를 그렇게 치르는 것이다.
해외 출장 문제는 특히 가관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점검 결과,
지방의원의 국외 출장 915건 가운데 무려 44.2%인 405건에서
항공권 위·변조를 통한 경비 부풀리기가 드러났다.
경기도의회에서는 뇌물수수·회계부정 등의 혐의로 의원들이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전체 의원의 60%가 동시에 해외 출장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
상임위별 출장 여비가 3,500만 원에서 4,700만 원 수준이니,
총경비만 3억 2,000만 원이 넘는다.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일정표를 열어보면 국립공원 관람, 재래시장 구경, 대성당 투어가 하루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의원님들의 졸업 여행'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범죄 문제도 심각하다.
부천시의회 이모 전 의장은 만취 상태에서 현금인출기의 돈 70만 원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검찰로부터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지역 주민을 대표한다는 의장이 ATM 앞에서 손을 뻗은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지방의원의 뇌물수수, 성비위, 회계 부정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살인사건도 발생하여 해당의원은 무기징역을 받았다.
이들이 지역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일꾼'이라는 이미지는
이미 오래전에 바닥에 떨어졌다.
지난 지방선거 후보 등록자 가운데 1건 이상 전과를 보유한 후보는
3547명이었다.
즉 출마한 후보 가운데 약 39.9%가 당선된 것이다.
전과 3범 이상의 경력을 가진 후보도 260명에 이르렀다.
전과 5건 이상도 47명에 달했고, 9건의 전과를 가진 후보도 4명이나 당선됐다.
그런데도 왜? 범죄 이력자들을 공천하고 법으로 금지하지 못하는가?
본인들이 더한 범죄자이거나,
전과자가 아니면 공천할 사람이 없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수배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 감이 생긴다.
돌이켜 보면 세계에는 다른 선택을 한 나라들도 있다.
스위스의 많은 지방의원들은 무급 또는 소액의 회의 참석비만 받으며
봉사하는 명예직으로 활동한다.
미국의 상당수 소규모 지방정부 의원들도 실질적인 무보수 명예직이다.
독일 역시 기초지방의회 의원들은 본업을 유지하면서 활동비 수준의
소액만 받는 겸직 구조를 채택한 곳이 많다.
의정 활동 자체를 지역에 대한 봉사로 여기는 문화가 뿌리내린 곳에서는,
의원 자리가 '장사'가 되지 않는다.
얼마 있지 않아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좋은 사람을 뽑고 싶어도 뽑을 수가 없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진심으로 지역을 위하고자 하는 사람은 공천을 받지 못한다.
아부를 잘하고, 줄을 잘 서고, 뇌물을 줘야만 공천장이 주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입후보자를 걸러내야 할 공천 과정이 오히려 양심 있는 사람을 걸러내고 있다.
지방의회는 주민 가까이에서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기관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지방의회는 그 본래의 목적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혈세로 먹고, 공천으로 거래하고, 출장으로 유람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지방의원은 장사꾼'이라는 씁쓸한 말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