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참으로 묘한 시대를 살고 있구나 하고.
그들은 여전히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이제 그 영향력은 오락의 경계를 훌쩍 넘어섰다.
한마디 한마디가 실시간으로 퍼져나가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때로는 뜨거운 찬사와 동시에 집단적인 비난을 감당해야 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소식을 접하며 가슴 한편이 착잡해졌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록 밴드 자우림이 뉴욕 공연을 앞두고 비자 발급에 실패했다는 뉴스였다 .
소통의 달인이라 불리는 김창옥 씨 역시 LA에서의 ‘김창옥쇼’ 녹화를 준비했으나,
스태프들의 비자 문제로 전격 취소했다고 한다.
그리고 트로트 가수 송가인 씨의 LA 콘서트 또한 비자 발급 지연으로 연기되는 일이 발생했다.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 소식을 전하며 다양한 해석을 쏟아냈다.
특히 자우림의 경우,
평소 보컬 김윤아 씨가 정치적인 소신 발언을 자주 해왔다는 점이 조명되면서,
일부 누리꾼들은 “CIA 신고 효과 아니냐”는 추측성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
송가인 씨에 대해서도 과거 5·18 민주화 운동 추모글 게시나
특정 정치 성향의 콘서트 참여 이력이 거론되며,
마치 그녀의 공연 취소가 이념적인 이유와 무관하지 않은 양 해석하는 시선이 존재했다.
물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반적인 비자 발급 정책이 강화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연 비자(O-1, P-2 등)의 심사가 전반적으로 까다로워졌고,
행정적 지연이나 추가 서류 요구가 잦아져 해외 예술가들의
미국 공연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
단순히 몇몇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세와 행정 절차의 변화가 빚어낸 복합적인 현상인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는 또 한 번 우리 사회의 깊은 골을 마주하게 되었다.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해석되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저 공연을 준비하는 예술가의 발걸음이 ‘좌파’니 ‘우파’니 하는 정치적 잣대로 재단되고,
그들의 예술적 성취보다는 과거에 남긴 SNS 게시물 하나가 더 큰 관심을 받는다.
연예인들도 한 국가의 시민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철학을 펼치는 모습은
때로 긍정적인 변화의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그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견해를 강제로 숨겨야 한다면,
그것 또한 옳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한다.
그들의 소신이 때로는 ‘선동’의 도구로 변질될 위험성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의 말 한마디는 비판 없이 수용되기 쉽고,
팬덤은 때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연예인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며
타 집단과의 갈등을 부추기는 ‘이념의 전사’가 되기도 한다 .
이념의 바람은 예술이 원래 가진 힘,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순수한 에너지를 위협하고 있다.
자우림의 공연 취소 소식을 들으며,
김창옥 씨의 강연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송가인의 콘서트 연기 소식을 읽으며 문득 묻게 된다.
그들이 정말 비자를 받지 못한 이유는 과연 순수하게 행정적인 문제였을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어떤 이념의 손길이 작용한 것일까?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이상 순수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예술은 이념의 대립을 넘어 보편적 인간의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이 예술의 본령일 터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예술마저도 이념의 잣대로 쪼개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맨해튼의 공연장에서 울려 퍼질 예정이었던 자우림의 음악은 결국 울리지 못했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듣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