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삐뚤어진 선으로 그린, 너무도 정직한 나.
거울 앞에 선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곧고 반듯하게 그리고 싶어 한다.
결점은 지우고, 주름은 펴고, 슬픔은 감춘다.
하지만 에곤 실레(1890~1918)는 달랐다.
그의 자화상에는 굽은 어깨와 앙상한 뼈,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이 있다.
손끝은 과장되고, 눈동자는 파르르 떨리는 듯하며,
전체적인 몸의 선은 뒤틀려 있다.
그는 마치 육체와 정신 사이의 틈,
그 낯선 어긋남을 정확히 붙잡으려는 사람 같다.
에곤 실레는 말한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릴 것이다.
심지어 내가 싫어하는 나일지라도.”
그는 외면을 그리되, 그 외면에 스며든 내면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삐뚤어진 선, 굴곡진 음영, 날카로운 손끝…
그 모든 요소는 단지 형식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자신의 불안, 욕망, 고독, 그리고 솔직함의 언어였다.
실레의 자화상 앞에 서면, 우리는 불편해진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우리 자신의 모습도 숨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다듬은 ‘가짜 자화상’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못하게 감춰둔 ‘진짜 나’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진실한 아름다움’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아프고 낯설며 어쩌면 거북할 만큼 적나라하다.
우리는 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이토록 어려울까.
왜 정직한 선 하나 그리는 데, 이리도 많은 용기가 필요할까.
실레는 묻고, 또 묻는다.
그리고 대답 없이 붓을 든다.
그림으로 말하고, 침묵 속에 외친다.
그의 자화상은 고백이다.
비뚤어졌지만 진실한,
흔들리지만 살아 있는,
거짓 없이 직면한 나 자신에 대한.
그래서 그의 그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한다.
“이렇게 너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그려도 괜찮다”라고.
완전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흠 많고 찢어진 모습에도, 분명히 한 사람의 진실이 있다고.
오늘 거울 앞에 선 나는,
그의 그림을 떠올린다.
선 하나, 눈빛 하나를 더 정직하게 바라보려 애쓴다.
그리고 문득,
내 안에도 실레의 선이 살고 있음을 느낀다.
삐뚤지만 진심인,
그런 나의 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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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 교향곡 40번 1악장
https://youtu.be/tVEa73pBepE?si=tFSyP137fwwZUL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