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김어준은 한국 정치 미디어의 이단아이자 이 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스피커다.
1997년 인터넷 풍자 매체 '딴지일보'를 창간한 그는 2011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로 대중의 폭발적 지지를 얻었고,
이후 TBS 라디오를 거쳐 지금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 223만 명을 보유한 이 채널의 생방송에는 동시 시청자 20만~30만 명이 몰리며,
방송 한 편의 누적 조회 수는 200만 회에 달한다.
주요 종합일간지의 발행 부수를 넘어서는 수치다.
그는 단순한 방송인이 아니라, 하나의 미디어 권력이다.
그런데 지금 그 권력이 스스로를 불태우고 있다.
이번 '공소 취소 거래설' 파동은 김어준 현상의 명암을 동시에 드러낸다.
MBC 출신 장인수 기자가 김어준의 유튜브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
고위 검사 다수에게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시작됐다.
법무부 장관은 "황당한 음모론"이라고 일축했고,
청와대는 법적 조치 가능성을 내비쳤으며,
민주당 지도부는 "혹세무민하는 어둠의 세력"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역시 불리하면 자기 편도 쫓아 내는 습성은 어딜 가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김어준은 사과는커녕 고소·고발이 오면 무고로 맞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태도야말로 그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을 압축한다.
김어준의 성장은 기성 언론의 실패 위에 세워졌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등 보수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며 커온 그는
진영의 답답함을 대변하고 속 시원한 말을 내놓는 역할을 했다.
기성 언론이 '기계적 중립'에 안주할 때 그는 편파를 무기로 삼았고,
그 편파성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동했다.
저항의 문법을 무겁고 진지한 것에서 통쾌하고 재미있는 것으로 바꾼 공로는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권력 바깥에 있을 때의 저항 언어가 권력 안으로 들어왔을 때도 유효한가?
그것이 문제다.
지난 1년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친여 성향 의원 119명이 김어준의 방송에 832회 출연했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까지 안 나간 사람이 없을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의원은
"유튜브 권력이 국가 정책 결정에까지 개입하고 좌지우지한다"고 비판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김어준의 생각이 민주당의 교리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
이것은 더 이상 재야의 저항 미디어가 아니다.
사실상 집권 세력의 확성기다.
그에 대한 비판은 무책임한 음모론 제기와 반지성주의,
그리고 진영 논리에 갇힌 이중적 태도로 요약된다.
틀렸을 때 인정한다고 스스로 말하지만,
실제로 그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책임지는 장면은 드물다.
이번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검증되지 않은 제보를 방송에 올리고, 파장이 커지자 법적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자세는
언론인의 태도가 아니라 전사의 태도다.
물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기성 언론이 먼저 그렇게 했다고.
권력에 편향된 언론을 비판하던 그가 이제 같은 비판을 받는다는 아이러니는,
어쩌면 한국 미디어 생태계 전체의 비극일지 모른다.
진영 미디어는 보수든 진보든 결국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반대편을 악마화하고, 내 편의 잘못엔 침묵하거나 합리화한다.
김어준은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그를 손절하려는 목소리가
지지자 진영 안에서도 나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공장은 돌아가지만, 공장이 만드는 것이 뉴스인지 소음인지,
이제 그 경계가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