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한 영혼의 그림 여행

장욱진

by 제임스

장욱진(1917~1990)은 스스로를 "심플하다"고 말했다.

그 한 마디 안에 그의 삶과 예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화려한 기교도, 웅장한 서사도 없이 그는 평생 단순함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가장 깊은 무언가와 마주하게 된다.



Cap 2026-03-29 21-21-09.jpg 자화상, 1973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비슷한 것들이 등장한다.

작은 집, 나무, 새, 강아지, 아이, 그리고 하늘. 소재만 보면 단출하다 못해 소박하다.

어른들은 그 그림들을 보며 비웃기도 했다.

아이가 그린 것 같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은 그의 그림 앞에서 자연스레 웃었다.

어쩌면 장욱진은 어른의 눈이 아니라 처음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캔버스를 채운 화가였는지도 모른다.



Cap 2026-03-29 21-21-19.jpg 자화상, 1951


그가 진정한 자신과 마주한 건 한국전쟁이 터지고 가족과 흩어져

고향으로 피난 오던 그 혼란의 시간이었다.

오색 구름 아래 황금빛 들판을 홀로 걷는 순간,

새와 강아지만이 그를 따랐다.


그는 그 완전한 고독이 외로움이 아니었다고 했다.

비어있는 것 같지만 꽉 찬,

그 역설의 감각이 이후 그의 그림에 스며들었다.

그의 화면이 텅 빈 듯하면서도 충만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Cap 2026-03-29 21-24-03.jpg 가로수, 1978


서울대 교수직도 결국 내려놓았다.

그림은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작업실에서 수도승처럼 그림을 그렸다.

세상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그의 화면은 더 맑아졌다.

기교를 뽐내고 싶은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지만,

그는 그 욕망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끝없이 단순해지는 것,

그것이 그가 선택한 수련이었다.



36.jpg 안뜰, 1990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그는 마지막 두 작품을 남겼다.

검은 아이가 집으로 들어오고, 아내가 그를 막아선다.

늙은 자신은 두 갈래 길에서 하늘로 떠오른다.

죽음조차 그의 그림 안에서는 두렵지 않다.

오히려 한 아이가 새 인생을 향해 걸어가는 것처럼 담담하고 맑다.



565.jpg 밤과 노인, 1990


장욱진의 그림 앞에 서면 한참을 머물게 된다.

설명이 필요 없다.

복잡한 해석도 필요 없다.

그냥 오래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의 소란이 가라앉는다.

그것이 심플함의 힘이다.

평생을 단순해지려 애쓴 한 화가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조용한 선물이다.



Cap 2026-03-29 21-25-52.jpg 닭과 아이(1990), 수안보 풍경(1986), 여인상›(1979)



Cap 2026-03-29 21-27-44.jpg 부엌과 방, 1973



Cap 2026-03-29 21-28-44.jpg 가족, 1976



22.jpg 진진묘(眞眞妙), 1970

장욱진 작가의 부인 이순경 여사의 법명이다. 즉 이 그림은 작가의 부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youtu.be/sd4vdb_PJ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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