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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코치 Apr 25. 2019

블록버스터를 파산시킨 벤처 넷플릭스의 전략 이야기(1)

전략과 혁신 이야기


블록버스터를 파산시킨 벤처 넷플릭스의 전략 이야기(1)



미국 비디오 렌탈 업계의 신생 벤처 ‘넷플릭스(Netflix)’와 업계 공룡 ‘블록버스터(Blockbuster)’의 흥망성쇠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2010년, 2011년 당시 업계 1위 블록버스터는 신생 벤처 넷플릭스의 치밀한 전략에 두 손을 들었고 결국 파산했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도전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많은 기업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1997년에 컴퓨터광이자 영화광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넷플릭스(Netflix)’라는 비디오 대여 회사를 차렸다. 넷플릭스(Netflix)라는 이름은 인터넷(NET)과 영화(flicks)에서 따왔다. 헤이스팅스가 창업 당시부터 인터넷으로 영화를 유통할 생각을 꿈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스트리밍 방식으로 콘텐츠를 유통한 것은 아니다. 1997년 넷플릭스는 비디오와 DVD를 우편·택배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영화 DVD를 주문해서 우편 서비스로 받아보고 다시 우편 서비스로 반납하는 방식이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 : 블룸버그>


당시 닷컴버블이 꺼지던 1990년대 말이었기에 대다수는 이 아이디어를 비웃으며 곧 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넷 주문 방식 역시 생소했으며, 미국 우편 서비스는 달팽이 우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느린 것으로 인식돼 있었다. DVD 시장 자체도 작았다. DVD로 출시된 작품은 연 500여개에 불과했고 DVD 플레이어도 보급되기 전이었다. 그리고 이미 블록버스터라는 오프라인 공룡이 미국 전역에 9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었고, 4000만여명의 회원에 매년 3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블록버스터는 비디오를 빌려보는 문화가 막 움트던 1980년대를 타고 비디오 대여 체인 1위 사업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넷플릭스는 1999년에 500만 달러의 매출에서 7년 후인 2006년에는 10억 달러로 초스피드 성장을 했다. 그리고 블록버스터를 파산에 이르게 한데 이어, 스트리밍 서비스의 본격 시작 이후로는 케이블TV 산업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미국에서 케이블TV 가입자보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수가 더 많으며, 2016년에는 매월 약 10달러의 회비를 내는 회원 수가 무려 85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가장 성공적인 닷컴 기업 중의 하나로 우뚝 섰다. 2017년 2분기에는 전 세계 가입자 1억 명도 돌파했다. 국내 유료 이용자 매출(결제금액)은 2019년 1월 기준, 월 117억원에 달한다. 넷플릭스가 연간 국내에서 1500억원가량을 벌어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어떤 전략으로 성공했을까.


첫째, 운영 방식을 차별화했다. 블록버스터의 운영 방식은 국내 비디오 대여점과 비슷했다. 빌려간 비디오를 약속 기간 안에 반납하지 않으면 연체료를 무는 식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헬스클럽처럼 매달 정액제로 사용료를 받고, 편수의 제한 없이 마음껏, 연체료도 물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비디오를 반납했을 때 다른 비디오를 보내주는 식이니 장기 연체 고객이 생길 염려도 없었다. 헤이스팅스는 “창업자는 반드시 반대를 보는 관점(Contrarian View)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창업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둘째, 전략적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이는 넷플릭스 성장세를 견인한 주된 요인이다. 넷플릭스는 한 달에 최소 7.99달러만 내면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케이블 유료 방송 서비스 이용료는 한 달에 최소 50달러 정도이니, 3~4배는 비싸다.


셋째, 선견지명을 갖고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온라인 스트리밍은 전체 영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고, 실리콘밸리에선 아마존, 이베이 등 전자상거래 기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었다. 헤이스팅스는 콘텐츠 유통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옮겨갈 거라 내다보고 초창기부터 인터넷 서비스를 구상해왔다. 그 결과,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을 시작한 다음 해인 2008년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25.6%, 그 이듬해엔 30.7% 증가했다. 지금은 DVD 우편 대여 사업부를 완전히 분리해내고 스트리밍에만 집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차차 잠식해 나갔다. 그리고 결국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에게 왕좌를 내주고 2010년에 파산을 신청했다.


넷째, 마케팅을 차별화했다. DVD 플레이어나 DVD 플레이어가 내장된 노트북을 판매하는 기업과 제휴를 맺어 이들 제품에 넷플릭스 무료 이용권 쿠폰을 넣어 배포하는 등 마케팅 전략을 적극 펼치며 시장 판을 키웠다. 이어 전국 어디에서든 DVD를 주문한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는 익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업계에서 당연시했던 연체료를 없애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를 확보해나갔다. 이런 마케팅 방식이 성공하면서 넷플릭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다섯째, 제휴 전략을 적극 활용해 고객과 접점을 늘렸다. DVD 대여 사업이 주력이던 시절엔 DVD 플레이어를 판매하는 기업과 제휴를 맺어 넷플릭스를 알렸고, 일본에 진출할 땐 소프트뱅크 대리점과 웹사이트를 통해 넷플릭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에선 케이블 방송사 딜라이브와 제휴를 맺었다. 케이블 방송사가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란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 협정이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적과의 동침도 마다 않는 등 제휴 전략을 적극 활용했다.


여섯째, 다양한 시청 환경을 지원했다. 케이블방송은 셋톱박스가 달린 TV 앞에서만 봐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윈도우 PC와 매킨토시, X박스360, 플레이스테이션3, 닌텐도 위, 애플TV, 아이패드, 아이폰, 구글TV 등 다양한 시청 환경을 지원한다. 넷플릭스는 OTT(Over The Top, 셋톱박스를 넘어서는) 서비스이다. OTT 서비스는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다. 최근 미국에서 OTT는 기존 콘텐츠 유통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백 개의 케이블TV 채널이 지상파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한 OTT 서비스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기존 방송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 선두에 있는 기업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과거 블록버스터 영역을 잠식해 나갔던 것처럼 기존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 HBO의 가입자 수를 넘어섰다. 또 돈을 지불하고 영상을 구독하는 서비스 가운데 미국에서 제일 많이 쓰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넷플릭스의 성공 스토리가 주는 교훈은 여러 가지이다. 그 중 3가지를 꼽으라면 첫째, 헤이스팅스의 말처럼, 창업자는 반드시 반대를 보는 관점(Contrarian View)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개척 시장을 과감히 선점하라는 것이다. 셋째, 끊임없이 차별화하고 도전하라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끝없는 도전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들려드리겠다.

넷플릭스의 창업 스토리에서 창업과 전략에 대한 통찰을 얻길 바란다.




위 글은 머니투데이 연재된 필자(이재형)의 칼럼, [돈되는 이재형의 창업스토리]에서 가져왔으며, 일부 내용은 수정하였습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news.mt.co.kr/mtview.php?no=2017111309531212298&type=1






이재형 | 비즈니스임팩트 대표
전략 및 조직변화와 혁신 분야의 비즈니스 교육·코칭·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KT 전략기획실 등을 거쳐 KT그룹사 CFO(최고재무책임자) 겸 경영기획총괄로 일했다.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CTI 인증 전문코치(CPCC), ICF(국제코치연맹) 인증 전문코치(ACC), (사)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KPC)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하게 경영하고 두려움 없이 실행하라》, 《전략을 혁신하라》, 《식당부자들의 성공전략》, 《인생은 전략이다》가 있고,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이데일리》, 《서울경제》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jhlee.pass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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