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100권 클럽’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입으로는 늘 책을 내겠다고 말하고 다녀서 말한 것만 따지면 벌써 책 100권은 썼을 것 같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결국 말에서 그칠 뿐 실행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내 지인들 중에도 수년 전부터 공공연히 책을 쓰겠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저기 하도 말하고 다녀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같은 말을 하고 다닌다. 정말 그렇게 쓸 얘기가 많다면 이제 그만 100권 클럽에서 탈퇴하는 게 어떨까?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 그리고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 더 멀고 어렵다. 생각한 것(머리)을 마음먹기(가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물리적으로도 머리와 가슴은 가깝다. 그러나 마음먹은 것(가슴)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발)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가슴에서 발까지의 물리적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보다 더 멀다. 결심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오랜 기간 인내심을 갖고 실행하는 사람은 더욱 적다.
나는 실행력이 근본적으로 경쟁력의 차이를 만들고, 가치 창출에 기여하며, 개인과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믿는다. 멋진 비전과 전략을 수립한 개인과 기업은 많지만 대부분 실행력의 미비로 쓴맛을 본다. 따라서 기업이든 개인이든 ‘실행’은 하나의 문화이자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야 할 중요한 요소다. 이런 점에서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즐겨 쓴 “이봐,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또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강조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란, 일종의 과학이나 테크닉이 아닌 오직 실천”이라는 말도 좋아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아무리 책을 열심히 읽고, 성공한 사람들을 벤치마킹하고, 무언가를 마음먹었을지라도 거기서 습득한 것을 실행으로 옮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읽거나 강연을 들을 때에는 의지를 다지고 무언가를 실천해야겠다는 강한 자극을 받는다. 하지만 책장을 덮거나 강연장을 나오면 그 감정은 점점 약해지고 다시 현실에 순응하게 된다. 그러다가 다시 현실에서의 불만족스러운 감정이 고개를 들면 새롭게 마음을 다지기 위해 책과 강연을 찾는 일을 반복한다.
나 또한 과거에 그런 생활을 반복했었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그렇게 열심히 하던 공부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내가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진짜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나는 책 쓰기를 실행으로 옮겨 회사에 다니면서 4권의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공대 출신이며 글쓰기에 대해 배운 적도 없는 내가 얻은 확실한 교훈이 있다. 무엇이든 꾸준히 실행하면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꾸준히 실행하다 보면 티핑포인트를 넘어서는 순간이 오고, 결국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살면서 계획만 세우고 고민만 하는 사람들, 그러나 정작 실행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무언가에 대한 방향성을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방향을 확정했다면 당장,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 세상은 우리를 기다려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천하의 무공 중 빠른 것은 절대 당해낼 수 없다. 느리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
속도를 중시하는 샤오미 대표 레이쥔의 경영철학이다. 샤오미는 다양한 신제품을 속사포처럼 쏟아냈고,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샤오미의 속도에 열광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와 알리바바의 마윈은 “일류 아이디어에 삼류의 실행을 더하는 것과 삼류 아이디어에 일류의 실행을 더하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에 동일한 답변을 했다. 그들의 대답은 “삼류 아이디어에 일류의 실천이 낫다”이다. 마윈은 지금, 바로, 빨리 실행하고 잘못을 발견하면 즉각 고쳐 나가는 유연한 조직은 우유부단해서 신속히 결정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조직을 늘 이긴다고 강조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연 매출 70억 원의 적자 기업 무사시노를 600억 원 규모의 흑자 기업으로 키워낸 고야마 노보루 사장은 <사장의 말 공부>라는 책에서 이렇게 충고한다.
“조금이라도 하는 편이 나은 것 같으면 주저 없이 실행에 옮기고, 아니라고 느껴지면 그때 가서 그만두면 된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보다 당장 결정하고, 당장 잘못을 알아채고, 당장 변경하는 신속함과 민첩함을 지닌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중한 현자(賢者)보다 실행력이 강한 용자(勇者)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빠른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속자생존(速者生存)’ 시대, ‘빠르게 행동하고, 빠르게 후회하며, 빠르게 배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행이 곧 전략이고, 그중에서도 빠른 실행은 최고의 전략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여전히 말만 하는 사람인가?
이재형 비즈니스임팩트 대표 | 비즈니스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