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성찰일기

나도 핵개인이 될 수 있을까?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가자!

by 대기만손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책 집필이 얼추 끝나가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이때쯤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글을 쓸 때 마음이 다잡아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몸담고 있는 콘텐츠산업계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글을 쓰려했는데 도저히 써지지가 않아서, 가볍게 일기라도 써보려 했지만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난독증도 아니고... 이런건 난필증이라고 해야하나?


그간 너무 쉴 새 없이 달려와서 그런 것일까? 돌이켜보면 회사를 다니며 학업을 병행해온 세월이 도합 6년이었다.

너 논문 안 써봤지?


회사에 입사했을 당시 팀장님에게 자주 들었던 저 한마디에 욱해서 대학원에 등록해버렸다. 영상학을 전공해서 실제로 졸작을 찍었지 논문은 안 써봤기에 괜히 오기가 발동했던 것 같다. 공부하는 것을 워낙 싫어해서 대학원은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가 그렇게 2013년에 석사를 시작했고, 회사의 지방이전으로 3년간 휴학했다가 2017년 2학기에 복학해 결국 목표로 했던 논문을 쓰고 졸업을 했다. 사실 그쯤했으면 되었을텐데, 뭐에 홀렸는지 한 학기만 쉬고 박사과정을 시작해버렸고 휴학 한번 없이 강행군을 펼친 끝에 2023년 2월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직장인이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한창 실무자로 빡쎄게 일해야 하는 연차에서 논문을 써내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복학 이후 제대로 공부한게 5년 정도인데, 이 기간 동안 쓴 논문만 학위 논문 두 개에 학술논문 세 개니 연 평균 논문을 한 편 씩은 써낸 셈이다. 게다가 박사 졸업 후 방송문화진흥회 공모에 신청했던 저술지원사업에 덜컥 선정되어 책도 쓰게 되어 2024년 10월에 발간까지 했는데, 박사 논문을 갈무리한 학술논문도 전년도에 한 편 썼으니 사실상 7년 간 매년 한 편 꼴로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해온 셈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난필증이 온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 싶다. 야근도 많고 출장도 많은 회사에서 공부할 정도로 한가하냐는 말은 듣지 않을려고 남들보다 일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그러니 평일이고 주말이고 짬이 나는 시간에는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논문을 써야 했으니, 분명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조금 지치긴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소중한 시간이 그냥 흘러가게 두기엔 아까워서 난필증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을 쳐볼까 한다. 사실 올해는 꼭 꾸준히 글을 써보려고 3월에 브런치를 시작했었다. 하지만 몇 개 쓰지 못하고 개점휴업 상태가 되어 버렸는데 아무래도 너무 거창한 글을 쓰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가볍게 글에 접근해보려 한다. 이런 말하면 다들 이상하게 쳐다보던데ㅎ 나는 일하는게 재밌다. 아무래도 내가 속한 이 조직에서 해나가고 있는 이 '업(業)'이 적성에 맞아서 그런 것 같다. 재밌게 하는 만큼 보람찬 일도 많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도 있어서 적어도 여기에 대한 기록은 남기고 싶다. 아무리 일이 재밌어도 분명 어려움은 있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한 정말 많은 고민과 실행, 반성이 있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기록은 내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타산지석이 될 것이고,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이정표가 되리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KakaoTalk_20250616_221058123.jpg 출처: 송길영(2024),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사실 어릴 때부터 야망 같은게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냥 무난무난하게 살고 싶었고 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묻어가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소싯적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황 아닌 방황을 한 덕에 남들보다 늦긴 했지만, 인생이라는 장기 레이스를 쉽게 지치지 않고 즐기며 나아갈 수 있는 업을 찾아 나름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고 했던가, 기왕 이렇게 살게 된거 내가 몸담은 이 분야에서는 나도 핵개인이 되고 싶다는 소심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자기만족이 가장 크겠지만 한 가정의 가장인 이상 아내에게 쪽팔리지 않은 그런 남편이 되고 싶기도 하고, 이 업계에서도 적어도 공공영역에서는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기도 하다.

KakaoTalk_20250617_003614064.jpg 출처: 송길영(2024),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그러니 더는 미루지 말고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해야겠다. 이러한 각오를 최근 감명 깊게 보고 있는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주인공이 늘 되뇌는 자기주문으로 대신한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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