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비즈니스의 근본은 결국 '콘텐츠'
작년부터 큰 이슈가되어 왔던 QWER과 플레이브. 하지만 나는 이들에 대해 자세하게는 알지 못했다.
QWER은 여자 유튜버들로 구성된 아이돌 밴드고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뿐. 인기가 많다는 소식은 많이 접했지만 이들 자체에 대한 관심은 이상하게 가지 않았다. 기존의 K-팝 아이돌 시장에서 이들이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라 이것이 인기 요인인가 싶었고, 뭔가 지나가는 유행? 정도로만 치부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그렇게 자세하게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2주전 쯤, 팀에서 진행한 한 캐릭터 관련 사업에 카카오쪽 관계자가 IP 비즈니스에 대한 교육을 해주러 오셔서 끝나고 저녁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거기서 그분과 대화하던 중에 플레이브 얘기가 우연찮게 나왔는데 그분이 플레이브를 좋아한다면서 밝힌 이유가 의외였다.
"저는 버추얼 아이돌 이런거 다 떠나서 플레이브의 노래가 너무 좋더라구요"
뭔가 뒤통수를 한데 맞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난리인데 나는 왜 플레이브의 노래를 들어볼 생각을 안해봤지? 버추얼 아이돌도 아이돌이라 당연히 음악적인 것도 중요한 인기 요인이었을 텐데, 나도 모르게 '버추얼'에만 시야가 한정돼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웠다. 콘텐츠산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산업이 돌아가는 것을 글로만 접하고 판단하려했던 나의 게으름도 반성했다.
그래서 지난 주말, 글로만 접했던 최신 트렌드 중 몇몇 콘텐츠는 직접 제대로 보고 듣고 느껴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최근 거의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K-팝을 들어보고자 했고, 가장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인 QWER과 플레이브를 낙점해 감상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정말 개인적인 감상에 의한 이들의 성공 요인을 한번 짚어 보았다. 먼저 QWER 부터 알아보겠다.
올해 팀에서 진행한 한 IP 라이선싱 관련 지원사업에 QWER 관련 과제가 들어왔다가 선정평가에서 탈락했다. 그때 담당자들이 아쉬워했던게 기억나 QWER이 어떤 그룹인가 싶어 유튜브에서 MV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조회수가 제일 높았던 <고민중독>을 먼저 들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노래를 듣다가 싸비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다. 노래가 왜이렇게 좋지? 하면서 다른 노래들도 들어봤는데 대부분의 노래가 다 좋았고 보컬의 실력과 호소력도 상당했다. 프로젝트 그룹 같은 느낌이라 음악성은 별로일 것이라는 편견이 산산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QWER에 매료되었고 이들의 데뷔 스토리를 담은 유튜브 콘텐츠 <최애의 아이들>을 순식간에 정주행하며 결성 비하인드를 알게되었다. 이걸 기획한게 피지컬갤러리의 김계란이라니? <가짜 사나이>를 기획할때만 해도 기획력이 좋다고는 생각했었지만 그건 자기 전문분야라 그렇다고 쳐도 아이돌 걸 밴드를 기획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도 일본 애니 <최애의 아이>를 보고 확신을 얻었고, 그룹 이름인 QWER은 LOL(리그오브레전드)에서 주로 쓰는 스킬 발동 단축키에서 따온 거라는 걸 알았을 때는 정말 문화충격이었다.
기획의 출발점은 분명 그 어디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었지만 그룹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300만 유튜버 다운 전략과 역량이 눈에 띄었다. 4명의 멤버 중 3명은 이미 유튜브나 트위치, 틱톡, 인스타 등 SNS에서 상당한 팬덤을 확보한 인플루언서라는 점, 김계란 자신이 가진 인지도와 이들의 인지도를 활용해 준비 과정을 '성장' 콘텐츠로 담아 풀어낸 점은 데뷔 전 팬덤을 쌓아나가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돌이 데뷔 전 콘텐츠를 통해 팬덤을 형성해 나가는 방식은 이미 <식스틴>, <프로듀스> 시리즈 등으로 어느정도 검증이 된 방식이기도 하다.
밴드라는 컨셉과 각 파트에 맞게 멤버도 잘 구성했다. 이 프로젝트의 시발점인 쵸단은 대학에서 드럼을 전공한 실력자다. 드럼은 일정한 리듬으로 곡 전체의 중심을 잡고 흐름을 잡아줘야 하는 파트라 다른 악기 파트에 비해 더 실력과 경험이 필요한데 정말 적임자였다. 그리고 보컬 시연의 영입은 정말 화룡점정이다. 밴드에서 리드보컬의 노래 실력과 매력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다. 다른 3명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일본에서 아이돌을 해본 경험과 탄탄한 노래 실력은 QWER이라는 걸 밴드에게 진정성을 불어넣어줬다. 베이스인 마젠타와 기타 히나는 음악적으로는 아직 더 성장해야 하지만 각자가 가진 매력도가 높아 그룹의 팬덤을 공고히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게 데뷔한 QWER은 이제는 명실공히 주류 아이돌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차트에서 1위도 하고 아이돌 순위 집계에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것저것 인기 요인을 분석해봤지만, 결국에는 노래가 좋은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지난 며칠 동안 <고민중독>만 100번 넘게 들으며 제대로 중독되었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번에 나온 미니 3집 타이틀 <눈물참기>가 대박 예감이라 이거는 또 얼마나 더 들을지... 오프닝부터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운드가 귀를 홀리고, 곡 전반에 멤버들의 서사가 녹아들어 다른 '바위게'들도 더욱 애정할 것 같다. QWER 노래에 전반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동혁 작곡가의 공이 큰 것 같다.
이번 컴백 무대 진심 소름 돋았는데, 쵸단이 무릎 부상으로 휴식기를 가진다는게 아쉽다ㅠㅠ 하지만 곧 털고 일어나 좋은 노래 많이 들려주길 바란다. QWER의 다음 여정이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