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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서부는 불타고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나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언제나 목적지가 없는 장거리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매일 행선지를 정하는 일이 쉽지 않고 하루에도 몇번씩 길을 이리 저리 바꾸며 돌아다니다가 다시 지도를 살펴보고 방향을 대충 정해서 떠나고 다시결정을 번복하고 고심하다가 북으로 가고 남으로 갔다가 서쪽으로 달리다 다시 동남쪽으로 가던 시간이다.


포틀랜드 북쪽에서 대평양을 보고 가겠다며 서쪽으로 달렸는데 아무래도 바다는 별로 볼 것도 없고 태평양은 하늘에서 본지 몇년 되지 않아서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2008년 한국에 가는데 그때는 비행기가 캄차가 반도를 지나 러시아와 만주를 지나더니 신의주 상공으로 인천을 들어 온 적이 있다. 한국을 가면 태평양을 지난다는 생각에 숲속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포틀랜드에서 하루 묵었다.





월마트 주차장은 하루 거쳐가는 RV 차량이 한적한 곳에 멈추어 아침에 떠나는데 요즘은 월마트 주차장이 나의 전용 RV Park 이 되었다. 샤워장만 없을 뿐 화장실은 24시간 오픈하는 월마트를 이용하면 문제가 없고 계곡에 흐르는 물 보이지 않는 장소가 나의 천연 샤워장이다.






아침에 준비물을 구입하고 26번 도로 동쪽으로 달리는데 마운트 후드 산 표지가 보여 옆으로 돌면서 안내센터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기에 계속 길을 달렸으며 X 표 46번 도로가 산맥으로 남쪽과 연결되었기에 46 번 지방도로에 들어갔다. 사방에 산불이 심해서 연기는 천지에 가득했고 순찰차가 연신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어지러운 가운데 빨간 선 숲속을 헤매던 날이다.






분명히 46번 포장도로를 달렸는데 뭔 착각을 했는지 엉뚱하게도 비포장 신작로에 들어섰고 46번이 이렇게 바뀐 것으로 생각하였다. 심심산골 신작로는 1 차선이고 마주 올 차가 보이는 지점마다 차를 세우고 비켜주는 공간을 수없이 만들어 놓았다. 옛날에 벌목 차량이 다니던 길이었는데 험한 길을 다니는 은사를 받았는지 요즘은 비포장 길 전문가로 변해 있었다.






전국지도 책에는 세밀한 길 표시가 없고 아이패드 네비게이션은 연결이 끊긴지 오래여서 덜컹대며 황당한 운전이 계속 되었고 아무래도 오던 길을 찾아서 새로운 길로 가려고 차를 돌리는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차가 있었다.






숲길을 순찰하는 보안관이고 타주 번호판이 이상했는지 젊은 친구는 문뒤에서 경계하고 운전하던 보안관은 나를 검문하려고 왔다. 일단 셔터를 팍팍 누른 후 모자를 쓰고 내렸으며 경계심이 가득한 보안관과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미국은 검문할 때 반드시 권총에 손을 얹게 되어 있으며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사격하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한다. 허리에 대검이 있어 만지면 안되므로 팔짱을 끼고 상황을 설명하였다. 텍사스 번호판이라서 의아했던 보안관의 의심이 풀어지고 부드럽게 대화가 이어지는데 젊은 친구는 문 뒤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으며 보안관 된지 얼마 안된 신참인 듯했다.


46번을 잃어버려 이곳에 왔는데 다시 마운틴 후드 방향으로 가려고 차를 돌리는 중이었고 큰길로 나가겠다고 했더니 10 마일 정도 가면 46번을 만나고 Detroit  "디트로이트" 에서 22번을 따라 동남쪽 Sister 타운으로 가서 벤드에서 97번 남쪽으로 가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체구가 거인에 가까운 Sheriff (보안관)은 별뱃지가 권위의 상징이지만 기념뱃지가 가득한 모자를 본 사람은 즉시 의심이 걷히고 잘난척 하려던 여행자는 꼬리를 내리는 나의 아이콘 마법의 모자다.


워싱톤 주를 거쳐서 오레곤 주는 어제 처음 도착했으며 이제 대륙에서는 49개 주에 발 스탬프를 모두 찍었다는 말에 놀라움이 가득한 친구였다. 요즘 일기가 고온에 건조하여 산불이 곳곳에 자연적 발생하여 전체 산맥에 비상이 걸렸다며 만약 Sister 마을 가는 길이 막히면 서쪽이나 북쪽으로 가라는 친절한 안내도 해주었다.






그들과 작별하고 다시 차를 돌려 그들 뒤를 따라가서 오른편으로 돌아 46번 도로 방향으로 달렸다.






오른편으로 가야하는데 인적이 전혀 없는 산골짜기 쓰러진 고목에서 기념사진을 하나 만들고 쉬엄 쉬엄 다녔다.






온 산이 연기가 매케해서 기관지가 별로인 관계로 기침을 해가면서 그래도 세상 간섭은 모두 하고 다녔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파헤친 모습도 살피고....







46 번 까지 약 10 km 가서 디트로이트 마을에 가기로 했으며 백밀러에 온도계와 나침판이 문자로 나와서 동서남북은 잃어버리지 않는다.







갈길이 멀지 않으면 물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쉬운 시간이었다.






고개와 벼랑을 오르고 도는데 이곳에는 특이한 나무가 서식하고 있는데 소나무도 아니고 삼나무도 아닌 "히말라야시다" 와 비슷하지만 정확한 종류는 알지 못한다.






46번에 들어서 달리는데 화재가 진행중이니 천천히 가라는 표지다.






산불로 연기가 가득하고 모든 산맥의 사태는 심각했고 산짐승에게는 불행하지만 어쨋든 나는 절호의 기회를 만났고 잘하면 산불이 훨훨 타는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연기 때문에 갈팡질팡 차를 돌고 돌다가 저편으로 달렸다.







작은 마을이었고 테슬러 전기차 충전소가 세워진 마을인데 주차장 그늘에 여행객 차가 많았기에 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여기서 하루 묵으면서 불구경을 하려는데 앞길의 상태가 심하다는 지나는 사람들 말에 불구경을 하려고 부지런히 달렸다.






기침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노니는 사람들이 있었고......






숲속 길을 모두 막았으며 곳곳에는 산불 진화요원들 캠프가 가설되어 있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미조리 주에서 이곳에 경비요원으로 일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한달에 한번 집에 다녀오며 주 산림청에서 비행기 요금을 지불해주기 때문에 좋다고 한다.


소방사 숫자는 약 800 여명이 동원되었고 아침 일찍 떠나서 저녁 8시에 천막으로 돌아오며 일부는 밤에 산불을 끄는 작업이 이어진다고 했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산불 소방요원은 풀타임 아닌 필요에 의해 동원되는 전문인력이며 급료를 물으니 대원을 이끄는 팀장이 시급 20 달러 정도고 일반 대원은 그보다 작다고 한다. 아무리 시골이라도 이런 일은 35 달러 정도 주어야 하는데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뉴욕주와 비교하면 지방은 보통 절반의 임금으로 보면 된다.







바리게이트를 치고 경비원이 서있는 곳에 또 멈추었는데 숲속에 들어가는 길목마다 막고 경비원이 지키고 있다. 심심하게 서있는 젊은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길이 막힐까 염려되어 속도를 높여 연기를 벗어나려 기침을 하며 마구 달렸다. 






어느 산길에 오르니 불과 삼사년 전 산불로 타죽은 나무가 끝을 헤아릴 수 없었고 (그 흙에 새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려~!) 묘목을 심은 듯 작은 솔이 키를 더하고 있었고 이 정도면 세살이 채 안된 어린 나무다.


전편의 설명처럼 땅에 떨어져 있던 솔방울 얘들은 불이 나서 엄마가 타죽어야 그 불길로 솔방울 겉의 껍질이 타고 일정한 온도가 되어야 안에 있는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으므로 산불은 지극히 정상적인 자연 현상이다.


숲속 마을로 번지지 않으면 크게 걱정할 것 없고 옐로스톤 국립공원 레인저의 말에 의하면 불이 나도 끄지 않으며 지나치게 심하게 번질 때만 조절하는 소방작업을 한다고 했다. 불이 나는 곳을 살피면 한가지 특징이 있는데 성장이 거의 끝난 곳 숲에서 불이 나는 것이지 작은 나무일 때는 불이 나지 않는다.


번개불에 의하던 마찰열에 의하던 따질 것 없고 자손을 번식시킬 때가 되면 알아서 산불이 나는 것이며 얘들 삼나무 종류는 그렇게 진화해 온 것이다.






지대가 높고 건조하면 거목으로 자라지 않으며 이 정도에서 불에 타서 생을 마감한다.







산불 현황판이 모든 곳에 서있고 나그네에게 설명해주는 요원들이 나와있으며 모두 무전기를 갖고 상황을 전달 받는다. 사진처럼 산불은 물을 뿌려 끄는 게 아니라 맞불 또는 도구를 사용하여 불이 번지지 못하게 하거나 나무를 미리 잘라서 불길이 번지지 못하게 하며 비행기로 물을 뿌린다.






오늘의 목적지 Crater Lake 국립공원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화산이 폭발하여 백두산처럼 호수가 형성된 곳이며 백두산과 매우 닮은 모습이다.







명랑한 노부부는 말을 거느라 연신 웃음이 가득했으며 유럽여행 등 곳곳을 섭렵한 여행의 베테란이다.







이 여인은 훌로리다 주 남동쪽에 사는데 배낭을 메고 혼자 여행을 다니고 있었으며 때로는 비행기로 때로는 렌트카로 다니지만 거의 걸어서 다니는 대륙의 신발녀다. 지난 5월에는 네바다 사막 50번 도로에 애기 스트롤러에 짐을 싣고 걸어서 여행하는 신발맨을 만났는데 오늘은 신발녀를 만났다.


억양이 너무 시골 사투리여서 사우스 훌로리다에 산다는 것을 사우스 다코타에 산다는 것으로 들었을 정도였고 테네시 남부 사투리 보다 심하고 한국 전라남도 섬사람의 억양처럼 알아듣기 너무 어려워서 두세번 반복해서 물어야 했지만 정서가 해맑은 청순한 신발녀였다. 


대륙을 다니면 참으로 다양한 여행자를 만나게 되는데 동냥해서 다니는 사람, 혼자 살기도 어려운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 낡은 자전거로 힘들게 다니는 사람, 커다란 배낭을 지고 걷는 사람, 자전거에 작은 요트를 싣고 강으로만 다니는 사람, 남의 차를 얻어타는 히치하이커 여행자.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러 경비를 마련하는 사람, 집도 없고 수십년 된 낡은 RV로 대륙을 떠도는 부부, 경제난에 얼굴에 수십이 가득한 채 떠도는 사람이 많은 대륙이다.






옛적에 화산이 폭발한 것으로 물은 파란색 맑은 물이었다.







둘레를 돌면서 전망대에 멈추어 올라서 살피는 곳으로 빠르게 다니면 두 시간이고 천천히 다니면 세시간 쯤 걸리는 곳이다. 화산을 한바퀴 도는 도로는 난간이 없어 늘 조심해야 하고 이곳은 동서남북 식물 분포도가 달랐으며 동쪽은 산림지대였고 서쪽 입구는 산꼭대기 숲과 사막지대였으며 곳곳에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







해발 2 천미터가 넘는 산꼭대기 호수도 연기로 가득하고 모든 곳이 매케하여 속히 떠나기로 했다.








메마르고 건조한 지역이지만 일기가 맑으면 매우 유익한 여행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며 호수에는 보트도 다니는데 개인 것을 갖고와서 선착장을 이용하면 된다.








방문객이 무척이나 많은 곳이며 오레곤 주 남쫃에 위치한 곳이다.











안내센터 주차장에 산불 진화요원들이 잠시 쉬다가 떠났으며 일반 소방차와 다른 연료 운반 소방차 등 다양한 소방차가 곳곳에 대기하고 있었다








동쪽일 것으로 생각되는 호수면 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샘솟아 흐르는 Vidae 폭포 가는 물줄기가 보여 차를 세웠고 샛길로 들어가 두손으로 물을 떠마시는데 물맛이 너무 깨끗해서 놀라워 여러번 마셨으며 지금까지 살면서 마신 중에 가장 좋은 물이었다. 뉴욕시 물맛은 전 미국에서 손에 꼽히는 정평있는 물이며 전국의 강과 호수와 폭포물 등 숱한 물을 감정하느라 마셨는데 이곳서 흐르는 물맛이 가장 훌륭했다.


무척 차가웠으며 오래전 한국서 수입해서 판매하던 초정약수보다 훨 맛이 있었다. 어느 안다박사는 물은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이라 하지만 분명한 헛소리다. 술은 마셔본 적이 없어 모르지만 술도 다양한 맛과 질이 있다는데 하물며 물의 다양성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생각이다.






베이사이드 뉴욕에서온 연로한 서양인 부부를 만났으며 뉴욕이야기를 나누다 작별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으며 먼 산위에 불이 난 것이 보였고 곳곳에 산발적으로 일어난 불이라 큰비가 내려야 피해가 적겠지만 모든 것은 하나님 소관이니 사람은 겸손하게 있어야 한다.


후각 상실로 냄새를 맡지 못하는데 저지대 심한 곳에서는 질식할 정도로 매케한 연기가 괴롭혀 얼른 숲을 벗어나기로 했다. 숲이 너무 우거져 산은 제대로 보이지 않고 꽉막힌 숲을 여러날 지겹도록 봤더니 가슴이 답답하여 사계가 확 트인 곳으로 떠나기로 했는데 산불 진화요원은 캘리포니아 남단의 레드웃과 세쿼이아를 권하는데 어찌할까....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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