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블러그에 접속이 없이 지냈으며 지난 달 초에 멕시코와 과테말라 그리고 온두라스까지 가려고 준비하는 중 떠나기 직전에 차에 이상이 발생하여 차를 수리하며 생각에 잠기던 중에 중미가 워낙 위험한 곳이라서 하늘의 뜻이려니 생각하고 포기하였다, 멕시코는 마약조직 간의 폭력과 살인으로 위험이 따르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리 위험한 곳이 아닌데 비하여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지는 산적과 강도가 시도 때도 없이 살인을 일삼는 곳이어서 며칠의 고심 끝에 차후로 미루게 되었다.
나의 거주지에서 캘리포니아에 가는 거리쯤 되는 가까운 곳이니 언제라도 기회는 다시 올 수 있으므로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었으며 어제 출발한 이번 늦가을의 여행을 위해서 자동차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눈과 험지용 타이어로 4개를 모두 교체하였다. 차안에서 사용할 에어 매트리스를 좁은 것과 이불 그리고 만약을 위해 혹한의 날씨에서 필요할 파커를 구입하고 차고에 있던 캠핑용 프로판개스 난로, 취사용 버너 두개를 실었으며 여행에 사용할 음식을 장만하고 길을 떠났다.
늘 겪는 일이지만 가볍게 떠나는 여행인데도 준비물을 차안에 실으면 커다란 차에 혼자 누을 빈자리가 비좁은 것은 무슨 조화인지 알수가 없다. 아이스박스, 전기밥솥, 후라이팬, 부식상자, 일회용 그릇과 접시, 사발면 두상자, 김치와 총각김치 각각 한병, 견인용 로프, 자동차 수리용 연장, 이불 벼개, 랩탑 컴퓨터, 이런 것들인데도 차에 싣기만 하면 커다란 여행용 밴에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다.
비가 심하게 내리므로 떠나기 전 킹사우나에서 하룻밤 지새우고 다음날 금요일 출발하여 서북방향으로 달렸다.
35번 고속도로 북쪽으로 달리고 곧 380 도로 서쪽으로 향하다 287 도로 서북방향으로 달렸으며 출발한지 세시간 남짓 한 곳에서 피곤하여 Childless 차일드레스 마을에서 일찍 잠이 들었는데 바로 근처에 건널목이 있는 문제로 밤새 이삼십분 간격으로 화물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덜컹거리며 지나는 때문에 피곤은 더하고 잠은 제대로 들지 못한 괴기한 밤이었다.
대평원을 달리는 열차는 한국에서 보는 수십량 길이의 열차가 아닌 보통 화차 300 개 가량 달고 다니기 때문에 한번 지나면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왕복차선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굉음이 끊이지 않았다.
아침 늦게 일어나 길을 떠났으며 길가에 목화밭이 끊이지 않는 곳이어서 차를 세워 목화밭에 들어갈 기회를 찾는 중에 마침 길가에 목화더미가 있어 급정차 후 벌판으로 들어갔다. 솜을 트는 목화 먼지가 벌판에 가득한 그곳에는 커다란 기계로 목화씨를 빼버리고 목화를 일차 정제하여 트레일러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오른편 건물로 들어간 목화는 기계를 거치고 파이프를 통하여 마구 쏟아내어 쌓이는데 트레일러가 줄줄이 대기하고 대형 페이로더는 쉼없이 목화솜을 트레일러에 퍼붓고 있었다. 공장을 한바퀴 돌면서 먼지가 덜한 곳을 찾는데 찾을길 없어 차안에서 눈앞의 광경을 감상하며 틈틈이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같은 부지 안에 있는 야적장에 일차 정제된 목화가 엄청난 양으로 쌓여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아직 상품용 솜으로 가공되지 않은 목화더미가 어마어마하게 놓여진 빈터에 차를 알맞게 세우고 목화더미 크기와 비교가 쉽도록 하였다. 이리저리 다니며 셔터를 누르고 목화를 만져보는데 픽업트럭이 다가왔으며 운전자는 이곳 회사의 현장 책임자였다.
여행자의 모습에서 의심하지는 않았으며 이곳에 어인 일로 들어왔냐는 물음에 지나는 길에 미국의 진귀한 목화농업 이야기를 쓰려고 방문하게 된 사연을 말했더니 환영하며 이곳에서 생산하는 목화의 양과 품질 등을 세세히 알려주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서 한해 생산하는 목화는 50'000 바렐이라고 하여 바렐의 기준을 모르므로 컨테이너 기준으로 설명을 부탁하니 10 바렐이 한 트레일러라고 알려주었다. 즉 이곳 목화농장에서 생산하는 목화솜은 일년에 트레일러 5'000 대 분량이다. 지금이 추수기이기 때문에 쉼없이 기계를 돌리는데 파종 때와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라는 설명이었다.
내가 여행하며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풍경보다 미국인의 일상생활의 모습과 대륙의 역사와 끝없이 펼쳐진 광야에서 생산되는 농업 광업 임업 목축업 과수업 등 소산물이다. 하와이주를 제외한 대륙의 49개 주 모두를 다니며 풍경은 모두 섭렵했으므로 봐도 그만이고 안 봐도 그만이지만 이들이 생산하는 엄청난 양의 자원의 경외로움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광야에서 목화를 재배하고 일차 가공하여 들판에 쌓아놓는 목화농장은 이곳 뿐 아니라 길을 지나는 곳곳의 들판에 널렸으므로 전체 미국에서 생산하는 양은 짐작이 불가능하다. 3년 전 댈라스로 오면서 목격한 알라바마 주, 미시시피 주, 루이지애나 주, 등지에서 생산하는 목화를 감탄하면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곳 불모지와 같은 사막의 땅 택사스 북서쪽에서 또다시 감탄을 멈추지 못하던 날이다.
동부와 남부 그리고 이곳 서부로 이어지는 대륙에서 생산되는 목화의 양은 도대체 얼마나 될지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봐야 자세히 알겠으나 과거 목화업으로 떼돈을 번 사업경영주가 맨하탄에 세계적인 음악대학을 설립한 것이 오늘날 그 유명한 줄리아드 음대다.
참고. 그만큼 어마어마한 생산이 있고 값싼 화학섬유가 판치는 시대지만 용도가 무궁무진하며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는 것이 목화산업이다.
나그네를 위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던 농장 책임자와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길을 떠났으며 달라스 교외를 출발하여 이곳까지 불과 세시간 남짓한 거리를 왔을 뿐인데 차에 치어 길가에서 죽은 늑대와 이리를 약 20 여마리 보았으며 늑대와 이리를 분간하기 위하여 잠시 차에서 내려 이리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Coyote "이리"는 늑대보다 작고 진도개 크기이며 늑대는 독일 쉐퍼드와 외관이 분간하기 어려우며 체격도 같다. 쉐퍼드와 다른 특이한 점은 늑대의 눈은 야생의 맹수라서 섬찟할 정도로 위로 찢어져 올라간 눈이 다르다.
이리는 진도개와 체격은 같지만 머리가 작으며 진도개 입은 단단히 물고 놓치지 않으려고 주둥이가 넓고 튼튼하게 발달한 것에 비하여 이리는 강력한 입과 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면 된다. 또한 이리는 여름철에는 푸른초원과 같은 황색 진도개와 같은 색깔이지만 가을철에 접어들면 주변의 삭막한 풍경에 맞추는 보호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등 부분이 짙은 잿빛으로 변한다.
사슴과 늑대와 이리 그리고 너구리 오소리 등 야생동물의 죽음은 거의 길 가장자리에서 볼 수 있는데 이유는 차에 부딧히면 즉사하지 않고 본능적이며 반사적으로 몇번 뛰다가 길가의 이런 위치에서 죽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여간 심하게 찢어진 부위는 비위를 거슬릴 수 있어 검게 처리하였다.
Amarillo 시티에서 뉴멕시코 주 알버키키와 산타페 방향으로 가려다 벌판 보다는 북녘의 눈덮인 록키산맥을 넘는 스릴을 느끼려고 87번 도로 서북쪽으로 계속 달렸다. 콜로라도 록키산맥을 오가며 연중 서너번씩 들리는 낯익은 곳이라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으며 ...
오래전 2009년 초행길에 남쪽으로 달리다 이곳 왼편의 철길에서 곡식창고를 보면서 놀던 추억이 잊혀지지 않는 마을이다.
대륙을 오가며 택사스 틀판 이야기를 거의 쓰지 않는 것은 보이는 풍경이 거의 아무 볼거리가 없는 위 사진의 모습인 것이 이유지만 지금은 추수의 계절이어서 몇번 멈추어 들녘을 바라보았다.
옛날과 달리 지금시대는 사람의 편리성과 효울성에 기준을 맞추어 품종을 개량하였으므로 목화식물의 키는 불과 30 Cm 에 불과하지만 지난 30 여년 전 목화식물은 이보다 세배 쯤 되는 큰 키였다.
목화식물의 키를 설명하기 위하여 밭으로 들어갔으며 이곳은 아직 추수를 하지 않고 차례를 기다리는 밭이다. 목화식물의 키는 무릎에도 닿지 않는 매우 낮은 키였고 이렇게 개량한 이유는 사막기후에서 부족한 강우량과 지하수 절약을 위해 수분을 많이 머금는 줄기와 잎사귀 부분을 짧고 적게하여 물을 절약하기 위함으로 보면 맞는다.
위 사진은 10'000 마일 대륙여행을 마치고 9월 말경에 뉴멕시코 주를 경유하여 댈라스로 돌아오는 길에 유전지대를 지나고 뉴멕시코 주 동부지역 목화밭에서 찍은 사진인데 마지막 편 글을 쓰지 못하여 사용하지 않은 것을 오늘 추수할 시기의 목화밭과 비교하기 위해 찾아서 올렸다. 이때는 아직 목화가 활짝 피어나지 않은 시기였고 드물게 피어난 목화를 하나 따서 길게 벌린 모습이다.
목화는 꽃봉오리를 평균 5월에 맺는데 목화의 꽃봉오리는 매우 달고 맛있어서 어린시절 오가며 남의 목화밭에서 많이도 따서 먹었다. 물이 많은 과일을 먹는 것처럼 매우 맛있었는데 성장하며 생각하니 목화밭 주인에게 많은 손해를 끼쳐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오십여년 전 그때의 목화식물은 약 1 미터 정도 키였는데 지금은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30 Cm 정도의 크기로 변하였다.
늘 목적지 없이 다니는 여행을 하지만 이번에는 도착해야 할 목적지가 있으며 이후 약 2주 간 여행을 해야 하는데 아직 목적지가 어디인지 미리 말할 필요는 없고 매일 쓰게 될 여행기록을 보면 어느곳을 어떤 이유로 여행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곳 87번 도로 곳곳의 마을은 모든 곳이 폐허와 같았는데 해마다 바뀌어 지금은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되었다.
오늘은 매우 청명한 날씨라서 멀리 있는 휴화산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2009 년 봄에 저곳 Capulin Volcano "캐풀린 화산" 분화구에 들어갔었는데 벌써 8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오늘은 해가 저물녘에 저곳 록키산맥 아래까지 도착해야 한다.
아직 시간이 넉넉하여 카메라 셔터를 조작하여 머나먼 록키산맥을 살피면서 전진하였다.
뉴멕시코 주 동북부 모퉁이에 있는 Raton 마을에서 연료를 가득 채우고 25번 고속도로 북족으로 달려서 Fansta 에서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북으로 달렸다. 콜로라도 록키산맥은 올해까지 하도 자세히 다녀서 더이상 새로운 길이 없고 2009년 이후 지금에 이르러서는 모두 나의 추억이 가득히 묻어 있는 길이다.
도착시간을 예정하지 않았으나 엇비슷하게 맞아서 록키산맥을 넘기 전에 있는 Salida 살리다 마을에 이르면 완전히 어둠이 내릴 것으로 에상되었다.
69번 왼편으로 돌고 곧이어 오른편으로 돌아서 50번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된다.
하도 여러번 지나던 마을이어서 내비게이션 없이 거침없이 돌고 돌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둠은 서서히 내리는 산중의 들녘을 달리며 기억을 더듬으니 석달 전 북쪽에서 이곳으로 진행하여 남쪽으로 가려다가 다시 되돌아서 그레이트 샌드 듄 방향으로 내려가 인근 온천에서 하룻밤 묵었으며 지금도 눈에 선한 곳이다.
길가의 메마른 풀밭에는 계절에 맞추어 옷갈이를 한 잿빛 사슴이 떼지어 풀을 먹고 있었다.
차를 세웠으나 별로 놀라지 않고 풀을 먹으며 약간의 경계심을 보이던 사슴의 무리...
지금부터 3월까지는 사냥의 계절이므로 교배를 마친 수컷이 떼죽음을 당하는 시기이며 4월 5월 경 새끼를 낳는 시기가 지나 여름이 오면 암컷 사슴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냥이 연속으로 벌어지는데 눈앞에 보이는귀엽고 가여운 얘들 가운데 몇이 살아 남을까 염려스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연의 조화가 있어서 천적인 퓨마와 늑대와 이리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여름철 풀색깔에서 지금은 잿빛의 보호색으로 변화시켜 털바꿈을 하여서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한참을 더 진행하며 바라보는 들녘에는 겨울철 폭설이 닥치기 전에 많이 먹고 살을 찌우기 위한 사슴의 무리가 곳곳에 줄지어 있었다. 겨울이 오면 폭설 속에서 풀을 찾다가 굶주리는 날이 많을테니 미리미리 많이 먹어두고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벗어나고 더불어 사냥꾼의 총탄에 맞지 않도록 깊은 산속으로 숨어 들어가야 한다.
해마다 장총을 살까말까 총포상을 방문하고 망설이다가 돌아서는데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을 겨냥하여 죽이기에는 마음이 여려서 올해도 너희들을 살해할 총기는 구입하지 않지만 내년에는 너희 동족을 살해할 총기를 구입할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할 수 없다. 올해도 내년에도 변하지 않고 흉악한 무기를 구입할 생각을 떨쳐버리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강력한 성능의 총기를 구입하는 비용은 육칠백 달러에 불과하고 백발백중의 효과를 노리는 자들은 200 달러의 망원렌즈를 부착하며 한개에 몇십원에 불과한 값싼 총알이 허공을 날아서 느닷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너희들 몸을 뚫어 영문도 모른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사냥꾼이 접근하기 어려운 깊고 깊은 산중에 숨어들어 올해도 목숨을 부지하기 바란다.
늑대와 이리에게 쫓기다 잡혀서 죽임을 당하는 것이야 약육강식 자연의 조화라서 내가 간섭할 것이 아니지만 취미생활로 피를 튀기는 살륙을 즐기는 인간에게는 죽임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서 올해 5월에 넘어 온 해발 삼천미터가 넘는 Monarch 고갯길을 서쪽으로 넘어야 하는데 만약에 눈이 쌓여서 넘을 수 없으면 9월에 온천욕을 하던 그곳을 경유하여 알라모사 마을을 지나 서쪽으로 가야하므로 일찍 서둘러야 한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