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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맨하탄을 아름답게 만드는 무명의 음악인들.

훌러싱에 있는 민박집 앞마당에 차를 세우고 간단한 짐을 옮겨놓고 4년만에 맨하탄 밤거리를 다니기로 했다. 여행밴 뒤에는 자전거 한 대가 매달려 있고 더불어 삽 한자루가 묶여있는 그대로 밤길을 나섰는데 예전보다 인파가 더욱 많아졌고 차량은 여전히 번잡스러웠다.  



옛날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의 장소였던 밤거리를 돌면서 센추럴팍과 브로드웨이를 지그재그로 돌아다니다가 허드슨 강변도로를 따라서 쌍둥이 빌딩이 있던 곳을 살펴보면서 금융가로 내려갔다. 두개의 쌍둥이 빌딩은 그날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새로운 뽀족탑이 있는 건물이 외로이 서 있었다.





미국의 독립전쟁 1775 ~ 1783 이 끝나고 전쟁에서 패한 영국군의 마지막 함선이 맨하탄을 떠나는 그때에 워싱턴 장군이 전쟁이 끝났음을 선포하던 역사유적지 선술집은 대문에 불이 환하게 켜진채 지금도 밤이 늦도록 장사를 하고 있었다.


S&P 와 무디스 등 세계 각국의 신용을 평가하고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다운타운 금융가의 밤거리 전체를 오랜만에 둘러보았다. 월스트릿 모퉁이에서 황소 동상이 있는 곳을 가려고 방향을 떠올리느라 이삼초 멈추어 생각을 정리하는데 옐로우택시 운전자가 미친듯이 클락션을 울려대었다.


다음 신호등에서 어차피 내 옆에 녀석이 멈추었기에 창문을 열고 한마디 해주려는데 중동에서 온 녀석은 영어가 안되어 Long Long (너무 오래 서있었다는 뜻이었을)을 연발하였고 이삼초가 그렇게 길다고 앙탈을 부리는 녀석을 향해 한마디 해주었다. (야 녀석이 네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내가 이곳 뉴욕에서 살았다)


중동 녀석의 나이는 오십세 중반이었는데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몇초라도 빨리 다니며 사람을 태워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방사람보다 더욱 촐랑거리는 뉴욕사람의 투정을 다시 보게되었다.





그린위치 빌리지를 거쳐서 NYU 와 워싱턴 광장도 둘러보던 시간...





여행객들은 숙소로 돌아가 쉬고 있을 늦은 시간 타임스퀘어는 아직도 번잡스러웠으나 커다란 여행밴으로 동서남북을 오가며 자세히 살펴보던 시간이었고 자전거와 삽자루를 매달고 맨하탄을 다니는 텍사스 번호판 차량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웃었을 것이지만 그들은 뉴욕이 나의 고향이며 이곳에서 30년을 산 토종인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휘황찬란한 네온불빛은 늦은 시간에도 빛났으며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파는 장사꾼이 줄지어 있었고 옛추억을 생각하며 케밥을 하나 사서 먹었다.





다음날은 훌러싱에서 한인 콜택시를 불러서 맨하탄에 갔으며 한인업주들 간에 경쟁이 심해져 십수년 전 보다도 더욱 가격이 내려간 23달러를 받기에 40달러를 주고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센추럴팍 입구에서 내려 천천히 걸었다.


옛날에는 한인 콜택시를 맨하탄에서 불러 이용할 때는 교통이 혼잡스런 곳으로 다니기 때문에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에 요금의 두 배를 주었는데 지금은 옛날의 잘나가던 시절의 경제사정이 아니라서 넉넉히 주지 못하였다.






거리의 음악가를 주려고 1달러 지폐를 많이 갖고 갔으며 한곳에서 잠시 머물며 이들의 노래를 듣고 매번 2달러를 박스에 넣고 길을 떠났는데 이들 흑인 뮤지션이 부르는 재즈는 감탄사 정도로는 부족하였다.




내게 권한이 있다면 카네기홀 무대에 올려놓고 싶은 생각이 들던 음악가들이었다.





관객들 모두가 박수를 치면서 춤을 추던 시간...





자리를 떠나고 분수대를 둘러보는데 옆에 있는 아리따운 아가씨 여행객 셋이서 스페인 말로 대화를 하고 있기에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멕시코 시티에서 온 일행은 한결같이 용모가 아름다웠고 영어가 무척 유창하였으며 미모 만큼이나 대화의 매너가 좋았다. 몸매와 인물이 명품인데 어깨에 걸친 핸드백까지 명품이었다.


이정도 미모면 밀가루 푸대로 치마를 만들어 입어도 어울리고 중국제 싸구려 가방을 메어도 전혀 꿀릴 게 없으며 못난 얼굴을 성형수술로 바꾸고 유명브랜드로 도배를 한 먼나라 못난이들 가운데 있으면 미의 여신 비너스의 반열에 올라야 할 아가씨였다. 그녀의 친구는 나의 사진을 찍어갔으며 나의 특기를 살려서 멕시코 여행 이야기와 맨하탄을 화제로 삼았다.  





100 번도 더 다닌 센추럴팍...





여행객의 옷차림은 대체로 화사해서 금새 알아볼 수 있으며 뉴욕 토종들은 대체로 잔디밭에서 일광욕 정도 하는 것이고 이렇게 요란을 떨면서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






비눗방울을 만드는 아저씨와 더불어 신이 난 아이들...





세상에는 남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거리의 음악가들이라서 큰 수입이 될리 없으나 이들의 음악성은 높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움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거의 아수라장을 방불케하였으며 이들 거의 모든 여행객들은 미술품을 감상하러 온 것이 아니라 맨하탄을 방문하고 매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온 사람인 것이 단번에 표가 났으며 인파가 감당이 안되어 다음을 기약하고 밖으로 나왔다. 특히 시끄러운 오랑캐들의 인해전술이 큰 문제였다.  






다시 센추럴팍으로 들어왔으며 숲속의 길을 지나는데 철조망 안에 자리를 펴고 낮잠을 자는 노인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일광욕을 하기 위해서 몰려드는 인파가 가득한 곳인데 오늘은 빈 공간이 무척 많았고 보이지 않는 한편에서는 차림새와 말투로 보아 미국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서 온 여인들이 추억의 사진을 남기려고 비치타울을 펴고 자리하였으나 한인 특유의 눈치를 살피며 부자연스런 모습이라서 바로 표가 났다.






콜롬버스 서클 가운데 센추럴팍 정문 앞의 풍경...





수십년 정에 비하면 무척 깨끗해진 정문의 모습이며 옛날에는 묵은때가 칙칙했던 곳이고 쓰레기가 날리던 곳인데 이십여년 전부터 뉴욕시가 정화되면서 안전하고 깨뜻한 도시로 변모하였다.





거리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주는 거리의 음악가들이 많은 맨하탄...

수십년전에 비하고 몇년전에 비교해도 맨하탄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여행객과 장사하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실제로 맨하탄에 거주하는 사람은 너무도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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