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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서 만난 한국인 부부 여행가.

이곳에 도착해서 Many Glacier에서 놀다 보니 로간 패스를 가지 않았는데 서쪽 입구는 산불로 입구가 막혔고 글래시어 전체가 연기가 자욱하여 먼 곳이 보이지 않아서 불이 꺼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밤새 폭풍이 불어 연기가 바람에 실려 날아가서 오늘은 시야가 확 트였다.




아름답고 장엄한 이곳 록키산맥의 최 북단에 있는 글래시어 국립공원은 늘 화재가 발생하여 이렇게 되지만 운이 좋을 때는 산불이 없는 때 올 때가 있고 천운이 닿아야 한다.


6월 말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그동안 눈사태로 입장이 불가했던 곳에 하루 전에 문을 열어서 다행스러웠고 삼박 사일을 두루 살피다가 떠났고 두 달 만에 다시 왔더니 이제는 산불이 문제였다.




동서로 200 리가 넘는 국립공원에 연기가 가득하지만 그래도 전체를 봉쇄하는 것보다는 감사한 일이었다. 




올 때마다 이 자리에서 쉬는 것이 습관화되었는데 이곳이 경치가 좋고 시야가 넓어서 안성맞춤인 곳이다.




여행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나이가 더 들면 여행하겠다는 주변 것들의 말은 한갓 강아지 부친이 짖어대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여행할 수 있지만 그때는 기력이 쇠하여서 이렇게 관광버스를 타고 차 안에서 풍경을 바라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거나 아니면 망원경으로 먼 곳을 살펴보는 정도면 다행이다.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지나간 청춘은 되돌릴 수 없고 명예를 소중히 한들 그것이 구부러진 허리를 펴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힘 빠진 늙은 몸으로 바깥을 바라봐야 한다.




대자연은 제자리에서 억만년 세월을 버티는데 인간 수명은 팔십 살이면 장수하는 부류에 속하고 그것도 유년기와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을 지지고 볶고 살다 보면 금세 60 이 넘어가고 인생은 육십부터라고 젊고 건강한 것들이 늙은이를 불쌍히 생각해서 해주는 한마디 헛소리에 이백 년은 쉽게 살 것처럼 좋아하는 들떨어진 얼간이가 주변에 수루둑하다.


육십이면 구렁이가 오래 묵어 이무기가 된 나이라서 남은 여생을 손주의 재롱이나 대충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즉사하면 그게 행복인데 그 나이에 아직도 집자랑 돈자랑 자식 자랑이 끊이지 않는 환상에 사로잡힌 얼간이를 수없이 본다.




천국의 관문처럼 생긴 이곳 로간 패스의 아름다움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말로 형용이 안 된다.




이곳 2'025 미터 Lagan Pass 정상에 왔더니 West Gate 까지 가는 40 마일은 산불 때문에 막았으며 저편의 환상적인 절경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이미 수차례 왔으니 아쉬울 게 없다.




절벽길에 가려고 하이 라인 트레일에 들어섰고 운이 좋으면 작년처럼 수많은 빅혼 산양 떼를 만나리라는 희망을 갖고 떠났다.




건너편 안내 센터 뒤편으로 이어진 히든 레이크 가는 곳은 지대가 높아서 연기가 없고 깊은 계곡일수록 연기가 가득했다. 




저편 서쪽 문으로 가는 길 주변에서 대형 산불이 곳곳에 났지만 이곳을 갈 수 있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트레일을 가려는데 초행길인 청춘남녀가 곰 스프레이가 없다며 걱정되어 앞길을 묻기에 이곳은 괜찮은 트레일이니 염려 말라고 했는데도 여인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두 연인은 나를 따라서 가겠다기에 동반자가 되어 중간 지점까지 가기로 했는데 아래에 보이는 찻길은 조용하고 길이 막힌 로간 패스도 전에 비해 무척 한산해서 이곳 유명 트레일을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앞에서 가라 해도 겁나서 못 간다며 뒤를 졸졸 따르면서 엄살이 무척 심하던 루마니아 여인이었다.




이들은 버지니아 주에서 왔으며 이곳은 초행이고 루마니아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커플인데 남자는 괜찮은데 여인은 겁이 너무 많았다. 비탈이 심한 산길에는 곰이 거의 없다고 안심을 시켜도 앞길에 작은 나무와 풀이 무성하다고 겁나서 돌아가겠다 해서 웃음이 났고 이들과 여기서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등산을 해보지 않고 자라서 절벽을 지나 안전한 곳에서도 고소 공포증이 심해서 몸을 가누지 못했으며 미끄러져도 무성한 풀과 나뭇가지에 걸리니 염려 말라고 해도 전혀 갈 수 없다며 발을 떼지 못하였으며 겨우 1 마일 정도 들어온 곳에서 이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혼자서 터덜터덜 걸어 중간지점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왔으며 들꽃과 각종 식물을 살펴보는 재미로 이곳저곳을 뒤지느라 시간이 오래 지났다.




어차피 저곳은 나중에 넘어가야 할 곳이라서 아쉬울 것이 없고 조용한 이곳에 오래 머물며 풍경을 살펴보고 있었다.




로간 패스로 돌아오는 길은 아름답고 신의 조화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을 보고 뒤를 보면서 무인지경에서 걷는데 오른편 중턱으로 길게 이어진 차도는 정막이 흐르고 연기는 산 중턱 아래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절벽을 지나서도 이런 바위 절벽이 곳곳에 있지만 그리 위험하지 않은 곳이다.




산 위에서 수시로 쏟아져 내려오는 바위와 부스러기가 깔린 곳인데 장소가 꽤 넓고 아름다운 곳이라서 늘 이곳에서 쉬어가는 곳이다.





해발 3'000 미터 바위산 절벽을 올려보면 이렇게 생겼고 여기저기서 잔돌이 떨어지는 툭툭 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무수히 많은 절벽길 가운데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더욱 유명한 하이 랜드 절벽 트레일...




무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바위에 연결한 쇠줄을 잡고 걸으면 된다.




1 마일 저편의 고갯길에는 히든 레이크 트레일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글래시어 국립공원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다니는 트레일이다.





겉으로는 아닌 체 해도 이곳에 오면 누구나 겁을 먹게 되어 있는 아찔한 절벽길이다. 깨끗이 자른 길이 아니라 무성하게 금이 간 바위에 좁은 길을 낸 것이라 조금만 건드려도 돌이 우수수 아래로 내려가는 곳이니 조심해야 한다.




어제 소피아 폭포를 가면서 같이 걷던 노부부이며 바윗길에서 쉬고 있는데 한참 후 올라와 정상까지 가겠다고 떠난 부부를 오늘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 어제는 Swift current mountain 정상 고갯길까지

14 마일을 걸었다며 오늘은 이곳에서 그곳까지 가려고 왔다가 다시 만나서 반가워하였다.


연세가 많아서 빠르게 걷지 못하지만 쉬엄쉬엄 끝까지 가던 부부였는데 다정스럽게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진으로는 젊은 부부로 보이지만 실물은 노인네이며 표정이 맑아서 불평불만 마귀가 끼어들 틈이 없는 평화로운 성품의 부부다.




절벽길 입구에서 서성이며 한국말 하는 부부를 이곳에서 만났고 노부부와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이들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한눈에 보아도 처음 온 모습이고 산길에 익숙하지 않은 복장의 박현우 선생 부부와 절벽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미시간 주 랜싱에 살고 있는데 한국서 연수를 온 부부이며 얼마 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서 여행을 왔는데 이곳에 이틀 머물고 캐나다 록키산맥으로 떠난다 해서 밴프와 재스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뉴욕에 사는 후배 마라도나 최의 고향이 미시간 랜싱 마을이고 재작년과 올해 일 때문에 랜싱 마을에 들렸던 곳이라서 친근한 곳인데 그곳의 미시간 대학에 1 년 연수 온 부부를 이곳서 만났다.


작년에 캘리포니아 데스 밸리에서 한인 부부를 만났었고 여행 중에 한인을 이곳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캐나다 록키산맥 여행에 도움이 되라고 블러그를 알려주었다. 미국에 1년 살면서 공부하느라 여행은 남의 일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알고 이곳 머나먼 글래시어에 온 것만 해도 대단한 행운의 부부였다.


이곳은 일 년 가운데 길어야 넉 달이고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기간은 불과 석 달이 안될 때 많은 이곳이며 대륙의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하고 험준한 곳이라서 미국인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을 초행길에 왔다는 것이 대단하였다.


다른 곳 트레일에서 만난 또 다른 노부부는 5년 전 이곳에 한여름 7월에 왔는데 눈사태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떠났다가 5년 만에 다시 왔다며 놀랍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감격해하였다. 하여간 천국의 입구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한 사람은 이곳에 오면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볼 수 있고 마음이 맑으면 천국의 안쪽을 조금 엿볼 수도 있다.




한인 부부에게 가볍게 갈 수 있는 히든 레이크와 그리고 매니 글래시어 일부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떠났으며 오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주차장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미 동서의 모든 곳을 봤기 때문에 서편으로 가는 길이 막혔어도 아쉬울 것이 없고 이전에 가지 못한 곳을 갈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기회가 되었다.




차가 흔들려 잠을 설칠 정도로 폭풍이 심해서 전날에 비해 연기는 많이 사라졌고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쏙 들어왔다.




야생 염소가 많이 있는 곳 주차장에 멈추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카메라 삼각대를 세우고 망원경을 준비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히피족 비슷한 두 커플이 돌담에 앉아서 간단히 음식을 먹고 남이 보던 말던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낡은 승용차로 넷이 다니면서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 먹는 매우 소탈한 사람들이었다.


여행자와 캠퍼는 음식을 간단히 먹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한식은 끓이고 지지는 것이 많아서 너무 복잡하여 여행 때는 통조림과 연기에 그을린 말린 소고기 등이 나의 주식이 되는데 틈틈이 밥도 해 먹고 스테이크도 구워서 먹기는 하지만 대체로 간략히 먹는 식성이다.  




이곳이 하얀 염소가 많은 절벽산인데 이미 망원경으로 산을 살피는 사람들이 여럿이고 옆에 있던 부부가 7부 능선 높은 숲에 회색곰이 있다고 알려주기에 샅샅이 훑어도 보이지 않았다. 곰을 보려면 산삼을 캐는 심마니처럼 목욕재계하고 공을 들여야 하는지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곰은 수풀 속으로 갔으니 다시 찾기로 하고 그들이 겨눈 망원경 방향을 살펴보니 하얀 염소 세 마리가 보였다.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카메라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지만 이렇게 절반의 모습을 본 것만 해도 다행스러웠는데 얘들은 곰이 올라온 능선의 바로 아래에 있지만 곰이 온다 해도 수직의 바위 절벽에 있으면 안전하기 때문에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저 위 어딘가에 있는 곰을 찾으려고 무려 두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보이지 않아서 캠프로 가서 쉬기로 했다.




산 능선의 빙하에 가는 루트가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고 이곳저곳에 있는 빙하 가운데 만만한 곳에 갈 생각이다. 무너져 내리는 곳 위험한 빙하가 아닌 안전한 곳을 확인하고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연기만 걷히면 시야가 넓게 트이고 아름다운 산천 경계가 심금을 울리며 다가올 텐데 그날까지 줄기차게 기다리기로 했다. 힘들지만 근력을 기르려면 힘든 것을 감수해야 하고 히말라야를 다니는 중년 하이커들의 길잡이로 2주를 넘게 험지를 다녀야 해서 폐활량도 늘리고 지구력을 늘리려면 이곳에서 한동안 지내야 한다.


콜로라도 록키산맥은 높아서 하이킹하면서 산소부족으로 곤란을 당할 때 많았지만 이곳의 트레일은 높은 곳이 2'500 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호흡곤란이 없어서 좋고 콜로라도 그곳이나 이곳이나 이름이 같은 록키산맥이지만 풍경은 이곳에 감히 명함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인기 배우 김태희가 누구인지 모습을 본 적은 없으나 잘난 인물이라는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는데 콜로라도 록키산맥을 수다쟁이에 못난이 Jo혜련이라고 가정하면 이곳 글래시어 국립공원은 김태희로 볼 수 있는 그 정도 차이가 나는 곳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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