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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와 함께 떠난 빙하 호수 트레일.

 리노에게는 교회 주차장에 아메리카 라이온 (표범)이 나오니까 차 안에 들어가면 밤에 절대 밖에 나오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으며 추위에 시달리며 오들오들 떨면서 잠이 들었으며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숲 속으로 가기로 했다. 리노의 여행 밴을 두드리니 녀석이 부시시한 눈으로 일어나서 어디로 갈 것인지 묻기에 오늘은 Grinnell Glacier 그리넬 폭포 빙하로 가자고 말해주었다.




각기 차를 몰고 떠나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준비물 점검을 다시 하고 이번에는 숲이 더 우거진 곳이라서 폭음탄을 꺼내기 쉬운 주머니로 옮기고 라이터와 성냥도 바로 꺼내어 불을 붙일 수 있게 준비를 단단히 마치고 길을 떠났다.


오늘은 왕복 12 마일 가량 걸어야 해서 음식과 물과 옷을 챙겨 떠났는데 입구의 안내표지를 보니 가려고 했던 북쪽 트레일은 곰이 우글거려서 폐쇄를 해서 실망스러웠지만 차선책으로 아래에 있는 빙하로 떠났다.





리노는 하와이 태생이라서 추위를 많이 탔으며 늘 파커를 뒤집어쓰고 다니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안되고 만약에 곰이 나타나도 먼저 발견하는 속도가 늦다 했더니 내가 있어서 괜찮다고 태평스럽게 말하는 아이다.


유사시 곰에게 먼저 발견되는 것보다 먼저 발견해야 상황에 대처가 용이한데 얘는 젊은 혈기가 있어서 그런지 걱정이 없는 아이였고 배짱이 좋아서 같이 다니기에 무척 편한 아이였다.




트레일을 따라 호숫가로 들어가서 세상 풍경에 일일이 간섭하면서 너는 왜 이렇게 아름답게 생겼냐고 칭찬하며 숲을 향해 걸었다.




호숫가 외곽을 돌아서 들어가니 인적이 매우 드물었고 이 정도에서는 사람의 왕래가 있어서 곰도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길로 1 마일 가량 들어가면 본격적인 트레일이 시작되는데 경사가 심한 편이라서 사주경계를 게을리하며 걸음을 재촉하였다.





저 멀리 호텔이 보이는데 규모는 크지만 색깔이 어두워서 그리 볼품이 없지는 않았고 캐나다 록키산맥 레이크 루이스 호숫가에 있는 밝은 색상의 호텔에 비하면 주변 환경을 어지럽게 하지 않아서 문제는 없었다. 어느 인간이 말한 것인지 모르지만 Lake Louis 가 세계 10 대 절경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세상 넓은 곳을 다녀보지도 않은 것들이 자신이 간 곳이라고 설레발을 친 것에 불과하다.


레이크 루이스 그곳에 세 번이나 갔지만 첫째 커다란 호텔이 주변 경치를 완전히 망가트렸고 그 정도 호수가 이곳 글래시어 국립공원에는 가을걷이를 마친 과수원 땅바닥에 버려진 사과만큼이나 많다. 하여간 세상 미친 것들이 그랜드 캐년이 세계 제일의 국립공원이라고 떠드는 것이고 레이크 루이스가 세계 10 대 절경이라고 하는 것을 기억하고 보는 즉시 한대씩 쥐어박아야 한다.


그런 황당한 작자를 보면 뻰찌로 혀를 잡아당겨서 혼을 내든지 아니면 서해 바닷가에서 아낙네들이 사용하는 굴까는 연장을 하나 구해서 주둥이를 톡톡 쪼아서 옥수수를 하나씩 털어야 하는데 내게는 그것이 없으니 문제다.





이 정도면 색깔이 우중충하고 주변 경치에 비해 튀지 않아서 거부감이 없었으며 절경과는 거리가 있는 이곳 호수에 하나 있기 때문에 신경 쓸 일도 없고 숲길로 걸어 들어가면 사방에 널린 것이 환상적인 빙하와 절경의 호수가 널린 곳이다.




이곳에서 북쪽에 있는 Salamander 빙하를 가야 하는데 통제구역이라서 아쉽기만 했으며 리노와 잠시 의논하고 눈에 보이는 안쪽까지 들어가기로 했다. 한참을 들어가니 숲은 거칠고 어두워 후퇴하여 제자리로 돌아왔고 그리넬 호수로 떠났다.




빙하에서 흐르는 물이 호수로 들어가는 곳 다리를 지났다.




이곳 국립공원 전체에 이렇게 수량이 많은 것은 샘물이 아니라 밤에 눈이 쌓이고 낮에 눈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빙하의 물줄기라서 그렇다.





트레일에 들어서 분위기를 살피고는 되돌아 나가는 사람도 있고 비무장으로 호기롭게 가는 사람도 있는데 결국은 지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마음속으로 의자 한다고 보면 되겠다.






마음이 약한 사람은 이 정도 호숫가에서 놀다가 나가는 것이고...




인근에 보트 선착장이 있어서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보트로 쉽게 경치를 구경하고 되돌아 가는 것만도 큰 복을 타고난 것이지만 기왕이면 자력으로 하이킹을 하며 살피는 것이 심도 있게 관찰하는 여행자의 모습이라 하겠다.





도중에 두어 곳 이런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는데 안을 열어보니 외진 곳 화장실 사용자의 수준을 알만하였다. 경험에 의하면 미국인의 일반적 행위가 아니라 분명히 외국 어디선가 온 사람의 (나만 편하면 되지...) 하는 막가파식으로 사용한 흔적이 역력했다.




호수가 가까우면 이렇게 재밌는 출렁다리가 보이는데 이들 부부는 둘이 한꺼번에 걷다가 거의 떨어지기 직전에 매달려 웃음이 났으며 이곳의 출렁다리는 모두 한 번에 한 사람씩 건너야 한다는 주의표지가 있다.




출렁다리의 서스펜션은 거의 고무줄 수준이라서 재밌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했다.




경사가 가파른 위쪽에 있는 폭포를 거쳐서 가기로 하고 리노와 함께 올라갔다. 거리는 불과 300 미터 가까운 곳이지만 인적이 전혀 없었으며 좁은 계곡을 내려오는 물줄기가 시원한 곳이다.




늪지대가 많아서 기둥을 세우고 판자를 깔아 매우 긴 다리를 놓은 곳이 여러 군데 있다.




독특한 대굴빡에서 나온 이런 황당한 징검다리도 있으며 숲길을 가는 사람들이 곰이 나타날까 염려하여 (곰아 어딨냐 소리)를 지르며 손뼉을 치면서 다니기 때문에 리노와 나는 김이 샜으며 없는 곰도 찾아서 봐야 하는 데 있는 곰도 쫓아버리는 하이커들이 싫었다.


배낭이나 허리춤에 방울을 달아서 딸랑딸랑 소리를 내서 곰이 듣고 떠나라고 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남에게 민폐가 되도록 큰 소리를 지르고 다닐 바에는 아예 숲길이 아닌 안전한 트레일로 다녀야 한다.   





몇 마일을 걸어서 도착한 이곳이 그리넬 호수이며 함께 걷던 시애틀에서 온 부부와 딸이 경치에 취해 기념사진을 찍느라 부산스러웠다. 이들은 곰 스프레이도 없이 걷다가 함께 이곳에 도착하였으며 세 가족 중 남편이 하는 말이 곰이 나타나면 부인과 딸은 걸음이 빠르고 젊어서 도망치고 결국은 동작이 느린 자신이 잡혀 먹힐 것이라며 웃었다.


부인은 뉴욕 주 위쪽에 있는 커네티컷 주 런던 마을 출신이어서 그곳과 뉴욕의 이야기를 많이 나누던 시간이었다. 동부에서 온 사람을 만나면 동향이라서 다정스럽고 이야기가 길어진다.




호수 건너 절벽에 폭포를 사이에 두고 두 마리 흰 염소가 절벽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었고 저들이 간밤에 다투어서 제각기 떨어져 풀을 뜯어먹는다고 농담을 해서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캐나다 레이크 루이스 정도는 이곳에 수십 개 이상 널렸으며 그곳이 이곳에서 평균 수준에 불과한 그리넬 호수보다 아름답다는 것은 도대체 누굴까.





하이커들이 속속 도착하고 누구나 시원스러운 경치에 환호를 지르며 등장한다.




누군가 물을 건너려고 나무를 주워 가교를 만들어 놓았다.




오래도록 머무른 후 다시 돌아가기로 했으며 호수에 있는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리노를 앞세우고 길을 떠났다.





호텔이 보이는 Swift Current 호수에서 리노는 사진에 몰두하였고 주차장이 가까운 곳 트레일에는 노인들이 여럿 보이는데 그들은 조금 걷다가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은 늙기 전에 체력이 있을 때 후회 없이 해야 하는 것이고 늙으면 여행을 다니겠다는 얼간이 말은 잡소리로 들어서 넘겨야 한다.




점심을 먹기로 하고 배낭에서 치즈와 살라미를 꺼내는데 잠시 기다리라며 리노가 차에 뛰어가더니 얼마 후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져왔다. 햄에 아보카도에 레몬에 영양가는 골고루 갖춘 음식이다.




소피아 폭포가 있는 곳으로 연결되는 이곳 트레일로 가기 전에 아이스 벅 트레일이 열렸는지 살펴보러 갔다.




언제 열릴지 알 수없어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섰으며 언젠가 기회가 다시 올 것이니 슬퍼할 필요가 없다.







이곳 호수로 가는데 앞에서 오는 그룹이 세 마리 곰이 호숫가로 이동했다고 하여 리노와 숲을 가로질러 조심스레 들어가서 곳곳을 살폈지만 종적을 찾을 수 없어서 아쉬운 날이었고 리노는 스무 살 젊은 혈기라서 겁도 없고 곰을 만나서 해를 당하게 된다면 같이 싸우자고 하는 아이라서 믿음직스러웠다.





교회 주차장 캠프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앞서가던 리노가 차에서 뛰어내리더니 달려가는 게 보여 차를 멈추고 카메라를 들고 튀어내려 쫓아갔다.


뭐냐고 묻는 말에 검은 곰이 길 옆에서 이곳 덤불 속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주변을 살피는데 녀석은 저녁때가 되어 잠자리로 삼으려고 이곳에 들어간 것으로 보였고 나뭇가지는 마구 움직였으나 모습은 겨우 보여 아쉬웠는데 순찰하던 레인저 차가 다가와 뒤로 물러나라고 황급히 방송해서 돌아선 날이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검은 곰을 두고 강제로 떠나야 했으나 다시 기회는 올 것이니 편안히 길을 떠났다.

우리를 믿고 주변에 따라서 내린 여행자들도 풀숲이 움직이는 모습에 기대를 하고 함께 다가섰는데 모두 아쉽게 돌아선 시간이었다.


오늘 밤이 지나면 리노는 캐나다 록키산맥으로 떠나기로 했으며 새벽 다섯 시에 떠난다기에 미리 작별인사를 하고 전화번호를 나누고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50 개 주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가보지 못한 하와이에 오면 자신의 집에서 오래도록 머물러야 한다는 아이다. 여행의 초보자라서 나를 멘토로 삼아 자신도 대륙 여행을 끝없이 하겠다기에 장거리 여행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일러주었다.


기온은 곤두박질하여 겨울이 왔으며 밤새 폭풍우가 쏟아지고 흔들리는 차 속에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늦게 일어나니 퍼부은 비바람에 밤새 산불이 모두 꺼졌는지 연기는 모두 사라지고 맑고 밝은 세상이 되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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