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바람처럼 흐르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나의 인생관을 축소해서 요약한 것인데 살아보면 별의 별 사건도 많고 잡음도 많지만 결국은 사람도 단풍처럼 물들고 낙엽처럼 떨어져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재물과 권세는 가져가지도 못하고 병들고 늙은 몸만 길게 누워 애도의 곡소리가 그치기도 전에 세상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어느 사람은 죽기 직전까지도 회장 감투에 환장해서 혼자서 갖가지 모사 속에 살다가 죽었다. 그것도 급수가 있는 대기업 회장이면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훌러싱 교민사회의 길바닥에 널린 뭔 개떡같은 회장이라며 봉투를 들고 각종 모임을 찾아다니며 인삿말 순서에 넣어달라고 생쇼를 부리는 얼간이, 즉. (나홀로 회장) 직함에 목을 걸고 말년에 죽을힘까지 쏟아붓는 사람이 있다.
이곳을 방문한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 순수한 마음으로 각종 영양가 있는 삶을 사는 이들을 보면서 오래전 모임에서 내게 인삿말 순서에 넣어달라고 구걸하던 옛날 주변 상것들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홀로 회장) 감투를 목숨보다 귀한 것으로 알고 살다 죽은 귀신들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으며 그들은 죽기 전에 왜 진작 이렇게 살아보지 못했을까 하는 애잔한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가정이 있고 일부는 부부 동반으로 일부는 남편의 후원 속에서 순수한 등반대 일원으로 비행기를 두번씩 갈아타고 이곳에 온 자연을 사랑하는 대원들이다. 산행에서 돌아오면 대장과 토마스 선생은 다음날 산행을 숙고하는데 나의 역할은 알맞는 트레일을 추천하는 것이다.
어제의 산행은 트레일 초입에서 초가을에 떠나서 늦가을 속을 지나고 눈내리는 엄동설한 겨울로 계절이 바뀌는 것을 영화처럼 보면서 계속 이어진 산행이었는데 내일은 트레일이 길고 험하면 모두가 힘들 것이라는 대장의 의견이 있어서 오늘은 가볍게 소풍을 하는 정도의 하이킹 코스를 추천했다.
뉴욕에서는 초가을이 9월 중순부터 시작되는데 이번의 free soul 산악회 (영자 산악회)는 9월 중순에 떠나서 다음해 1월에 도착한 것과 같은 계절과 기온을 모두 경험하고 더하여 만년설 빙하 계곡을 지나서 돌아왔기 때문에 한번의 산행에 무려 너댓달 지나서 집으로 돌아온 것과 다름이 없었다.
등반대장과 일찍 숙소를 떠나서 정비업소에 갔는데 어제 도착한 이메일의 견적서를 보니 6'990 달러와 4'900 달러 두 종류의 견적서를 보내왔고 로렌스 정비업소는 전체적으로 문제 있는 것을 모두 새것으로 바꾸는 견적이라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트랜스미션이니 그것만 새것으로 교체하라고 했다.
견인비와 수리비, 기타 잡비를 포함해서 모두 4'200 달러가 갑자기 없어지는 것도 원통한데 거의 새차로 만들어야 할 지경이니 따지지 않을 수 없었고 240 마일 거리의 Spokane 시티 아이다호 주에서 부품이 도착하면 이틀 후 정비가 끝난다고 하여 결정하고 되돌아 왔다.
일찍 숙소를 출발하여 150 마일 (약 240 km) 을 돌아 이곳에 도착하였고 출발하기 전에 일행의 목적지와 난이도 등을 설명하면서 오늘도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여 곰이 나타나더라도 놀라지 말고 절대로 비명을 지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동물의 성격과 습성을 잘 알기 때문에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며 내가 처리할 것이고 여차하면 최루탄과 칼을 빼들고 내가 싸울 것이니 안심하라고 일러두었다. 일행의 숫자가 많고 제이슨이 뒤에 있어서 든든하고 야생곰이라 해도 섣불리 사람에게 덤벼들지 못하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그런 설명을 매일 하였다.
님은 갔습니다.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만해 한용운 선사의 "님의 침묵"이 떠오르는 날이며 계절이었다.
올 때는 분명 11명이었고 가수 최백호 선생이 그렇게도 가슴을 쥐어짜며 가을에 떠나지 말고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라고 호소를 했건만 소피아는 야멸차게도 가을에 떠나버려서 어느새 10 명으로 변해 있었다.
숲길은 단풍으로 물들었고 호숫가 풍경 속으로 앞장서 걸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어도 증거 사진이 없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 모두가 증명사진에 함께 참여하였다.
왼쪽부터. 킴벌리, 대장 YK, 해나, 오솔길, 지나, 이사벨, 사라, 애프리, 토마스, 나, 제이슨 순서다.
숲 속으로 길이 따로 있지만 호수의 정취를 보면서 일행은 그렇게 가을 속으로 걸었다.
YK 대장과 부인 사라는 이곳서 늘 붙어 다니는 다정한 부부다.
평지 트레일이라 그리 춥지 않았고 힘들지 않았으며 피곤에 지친 몸을 쉬어가며 소풍을 가듯 하였다.
출렁다리에서...
토마스.
오늘은 고산증에서 해방 된 킴벌리.
미영 애플.
사라.
이사벨과 제이슨.
숲속 길을 걸을 때는 즐거움이 아니라 야생동물에 신경쓰느라 남들과 달리 순간순간 긴장하며 다닌다.
늪지대는 통나무 기둥을 박고 두꺼운 판자를 깔아 다리를 만들었다.
출렁다리가 재밌는 해나...
지나.
모든 대원이 건너는 것은 비디오 촬영을 하였다.
등반객들이 만든 엉성한 다리를 건너는 대원들...
폭포와 호수가 시원스레 열린 이곳의 경치를 즐겁게 바라보는 대원들이었고 한편에 있는 끊어진 다리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지금 글을 쓰면서 사진을 보니 토마스 선생의 부인 오솔길 씨는 원색을 멀리하고 그린색 계통의 옷이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영자 산악회의 사진을 전담하는 지니씨와 영광스럽게 함께 하였는데 사진을 출력하면 화일이 여기저기 제멋대로 뒤섞여서 일일이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원래 사진 담당은 남의 추억은 열심히 만들지만 본인의 것이 별로 없는 것이 문제다. 지니씨가 나보다 기럭지가 훨씬 길지만 서는 위치에 따라 이렇게도 된다.
한편에 통나무 켜놓은 것이 쌓여있는데 너무 무거워 옮길 수 없고 내년에 다시 오면 그때는 이곳에 제대로 된 다리가 보이기를 바란다.
아차하면 물에 빠지는 다리...
킴벌리는 아이폰으로 뭔 비디오 촬영을 이렇게 심오한 자세로 하는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다큐멘타리를 찍고 있었다.
끊어진 다리를 의자 삼고 테이블 삼아 식사를 하는 대원들...
영자 산악회 사진 담당 지니의 사진에서...
사진이야 그럴듯 하지만 실물은 삼룡이 아저씨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의 블러그 표지 사진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어서 표지를
십년만에 바꾸어야 하는데 이번 글래시어 트레일에서 고를 생각이다.
사라...
이사벨...
모든 대원에게 사진을 찎을 때는 45 도로 비스듬히 서고 팔다리의 틈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수차 말해도 간혹 잊어버리는 때가 있다.
사진에서 아저씨와 아줌마 자세를 벗어나는 비결은 옆으로 서서 틈새를
보이지 말고 몸의 면적이 가장 적게 보이는 때가 사진빨이 잘 받는다.
해나처럼 요렇게 말이지...
이제는 날이 춥고 여름 휴가기간도 지난지 오래라서 인적은 드물었고 맑은 호수와 흐르는 계곡은 너무도 투명하여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곳이다.
물은 어느정도 흙탕물이라야 고기가 양분을 얻어 살 수 있는데 이곳은 고사에 나오는 명경지수(맑은 거울과 깨끗한 물) 같은 곳이라서 심신의 도량을 닦는 것에는 유용하지만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곳이며 일급수에서만 생존하는 송어 정도 있는 곳이다.
점심을 먹고 호수를 돌아보는 시간이 지나 이제는 되돌아 가야 할 시간이 되었고 호수를 떠나서 길게 이어진 좁은 통나무 다를 건너는데 제이슨이 곰이 나무에서 내려왔다고 알려주어 즉시 확인하고 멈추어 뒤돌아서 곰이 있으니 모두 조용히 하라고 일러주었다.
제이슨 조용히 말하기를 어미곰은 나무 뒤에 있다는데 내 눈에 보이지 않았으며 두마리 새끼곰이 나무 아래로 내려와 일행을 살펴보기에 카메라를 작동하여 셔터를 누르는데 어두운 숲속이라서 포커스 조절이 안되었다.
올해 태어난 아기곰도 사진을 찍을 때 이렇게 옆으로 서는 것을 아는데 어찌 사람이 모르면 되겠냐는 것이다.
거리는 불과 삼사 미터였고 일행을 안전하게 모이게 하고 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생각이 떠올라서 순간적으로 뒤돌아 조용하라며 주의를 주는데 갑자기 맨 뒤에 선 대원이 큰소리로 "곰이다 곰..." 소리를 질렀고 이에 놀란 새끼는 곧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어미곰을 따라서 숲으로 들어갔다.
겨우 포커스 조절이 되어 이것 서너장 건졌는데 지니도 이와 같은 것만 있어서 아쉬웠다. 하여간 아쉬운 시간은 지났으며 곰이 나타나도 조용히 하라고 매일 계속해서 말했건만 눈앞에 큰 체구의 곰이 나타나자 당황하여 이렇게 되었고 천재일우의 기회는 날아가버린 날이었다.
대열의 뒤로 가면서 조용히 하라는 나를 보기만 했어도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텐데 급작스럽게 닥친 상황에 놀란 것이라 탓할 수 없지만 아쉬움은 떠나지 않았다.
우리 일행이 가는 곳에 호수로 가는 세사람에게 여성 대원들이 바로 앞에 그리즐리 곰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했더니 그들은 멈추어 서서 가지 않겠다고 한다.
숲속에서는 언제 무스가 나타날지 곰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면서 간격을 좁혀야 하는데 설마 곰이 내곁에 나타나겠냐는 안이함이 문제를 만든다. 도로에서 야생동물은 길을 건너뛰는 것은 다반사고 차에 부딧쳐 죽은 야생동물의 숫자는 엄청나지만 설마 내차에 부딧치겠냐는 생각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곰은 교통체계를 모르기 때문에 차가 다니는 길가에도 나타나고 이런 트레일을 따라 걷기도 하고 가로질러 숲으로 이동하기도 하는데 그 때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 등산객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이킹을 하면서도 산속에는 무서운 식인 호랑이가 있다는 생각으로 다녀야 한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호랑이와 사자가 없지만...)
비가 조금씩 흩뿌리는 가운데 숲속을 지나왔으며 주차장 인근의 호수에 무스가 자주 나타나는 곳이라서 호숫가 숲속으로 갔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힘들지 않은 곳의 오늘 하이킹은 왕복 7 마일이나 되었다.
차량에 분승해서 먼길을 되돌아 가는데 국립공원 안 먼곳에 눈폭풍이 심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험준한 산맥에서 즐거운 소풍을 마치고 돌아가는 때에도 오늘의 저녁 메뉴가 무엇일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내일은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속으로 트레일을 계산하다가 달리는 차안에서 잠이 들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