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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빙하 절벽의 트레일...

어제 하루는 예행연습 정도로 끝났으나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깊은 산중에 있는 산신령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며 해발 2500 m 고갯길을 넘어야 하는 힘든 여정이 시작되었다. 


소피아는 훌러싱 중심부에 있는 규모가 매우 큰 비지니스를 인수하는 문제로 이곳에 올 수 없었지만 오래전 비행기표를 예약하였고 급한일이 생기면 아무 때나 떠나야 한다고 말하더니 오늘 낮 비행기로 급히 뉴욕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새로이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도착한 지 하루 만에 뉴욕시로 떠났다.




지난번 혼자서 오르다가 숲이 너무 우거져 후퇴한 곳이고 두 번째 시도로 목적지에 오른 곳인데 그곳에서 준비 없이 정상에 오른 일본 아이들을 만나 그들을 인솔하여 세 시간 반 걸려서 아래에 도착한 매우 거칠고 위험한 곳이다.




대원 모두에게 산중에 갑자기 나타나서 습격하는 회색곰과 갈색 표범이 있으니 각별한 주의를 주고 최루탄 한 개와 대검을 지참한 젊은 제이슨을 내 뒤에 서게 하여 나와 제이슨이 공격조로 앞에 섰으며 곰이 나타나도 비명을 지르지 말라고 당부하고 내가 먼저 상황에 따라 행동할 테니 시키는 대로 침착히 대응하라고 일러두었다. 만약에 싸움이 벌어지면 반드시 웅담을 꺼내야 하는 상황이라서 각오를 단단히 하였다.


그다음에 미영 애프리가 섰으며 여성은 대열의 가운데에 서고 캡사이신 최루탄 각기 한 개씩 지참한 등반대장과 토마스 선생은 맨 뒤에서 여자대원을 보호하며 가급적 간격을 좁혀서 걸어야 한다고 말해두었다.




사진은 지니와 미영 대원이 전담이고 초입의 첫 번째 갈림길에서 의기를 모았다.




미영 (애플) 대원...




어디선가 낡은 여행 모자가 궁금했던 애플 대원...




중턱의 계곡에서 점심을 먹는 시간이며...




킴벌리는 바위 언덕에 앉아 준비한 샌드위치를 열심히 먹고 있다.




정상으로 가기 전의 휴식시간이며 얼굴이 큰 편인 제이슨은 뒤편으로 보내고 사진을 찍었는데 토마스 선생도 카메라 가까이 앞으로 나올 기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멀리 빙하가 보이는 산을 지나서 왔으며 지그재그로 오르는 무척 힘들 길에 들어섰다.




소피아가 떠났으니 이들 열 명의 대원 가운데 7명은 3 월에 히말라야 캠프 베이스까지 다녀온 베테랑이라서 걸음은 매우 빨랐고 킴벌리는 이렇게 높은 산을 처음 오르기 때문에 고산증세로 고생하며 걸었는데 뉴욕주에서는 큰 산이지만 이곳에 비하면 명함조차 부끄러운 캣스킬 마운틴 하이커이므로 고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이슨은 앞에서 빠르게 걷고 애플과 지니가 뒤를 따르는데 체력에 전혀 문제가 없는 여인이다.




히말라야를 다녀온 이사벨...




고산증세로 고생하는 킴벌리...




정상에 오르기 전 빙하...




자주 주변을 살피며 걷는데 뒤편에서 눈폭풍이 다가오기에 걸음을 재촉하였으며 이런 거대한 산맥의 일기는 언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번 소피아에게 모든 대원에게 전해서 겨울옷과 아이젠과 장갑을 갖고 오라고 했더니 무더운 뉴욕시 날씨만 생각하고 여름옷만 가져가도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말하기에 무시하고 모두 가져오라고 했다.


이곳은 내가 도착한 8월 22일 이후 급격히 기온이 떨어져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고 9월이 되기도 전에 기온이 급강하하여 겨울 옷을 입지 않으면 활동하기 어려웠다. 귀찮더라도 추우면 입고 더우면 벗으면 될 것이고 여름옷을 입고 다니다 눈폭풍을 만나서 얼어서 죽는 것보다 차라리 겨울 옷을 입고 더워서 미치는 것이 낫다.  




차를 주차한 곳은 초가을이었고 점점 오르면서 늦가을로 변하니 모두 춥다며 옷을 꺼내 입더니 고지에 오르기도 전에 겨울이 되어 모두 자켓을 꺼내서 입었는데 산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




애플과 해나.




함께하면서 살펴보니 미영 대원은 계곡 물에서는 손을 담그고 있었고 산에서는 바위의 기를 받느라 그런 듯하였고 그런 이유가 아니면 산신령에게 문안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곳에 도착하니 눈폭풍이 엄습하였고 벼랑 끝에 서있다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조속히 하산하기로 했다.




눈이 내리다 맑아지는 특이한 산중의 날씨 속에 지니 대원이 무척이나 즐거워하였다.



미영 애플은 편한 모습이면서도 사진에 담기는 포스가 세련된 여인이며 사진은 찍는 사람보다 포커스 속에 비치는 사람의 포스가 훌륭해야 한다. 




여름옷을 입고 오려는 것을 만류하여 겨울 옷을 지참하였는데 여름옷 입은 대원은 찾을 길이 없는 추운 날씨다.


단체사진을 찍으려고 삼각대를 세우고 모니터를 보는데 모두의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으로 나왔다. 뒤편이 깎아지른 절벽이라서 모두 겁먹고 카메라 앞으로 바짝 다가왔기에 뒤로 물러나게 하여 큰 웃음이 난 시간...




정상의 벼랑을 지나서 가파른 경사면으로 하산하는 시간...





눈발이 날리는 때 정상을 떠나기로 했고 아래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귀를 치료하여 물기에 닿으면 안 된다는 애플은 우산을 지참하여 내리는 눈을 피하였다. 살면서 고산지대에서 우산을 쓴 사람을 처음 본 날이다.




숲이 전혀 없는 바위산 정상을 내려오는데 저 아래에서 그리즐리 곰이 절벽을 넘어서 우리의 정면으로 올라오고 있었으며 잠시 상황을 판단하느라 멈추었는데 곰이 쳐다보더니 우회하여 산 위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멀리 떨어져 내려오는 뒤쪽의 일행에게 알리고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계속 주시하니 우리가 내려온 곳 고개 정상으로 가고 있었으며 곰의 목적지는 우리가 넘어온 정상을 통과하여 반대편 계곡의 숲으로 이동하려는 것이었는데 이곳은 원체 험한 곳이라서 오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며 정상에서 바라볼 때 등산객이 전혀 없어서 안심해도 되었다.




공격을 당할 낌새는 전혀 없었고 모두가 곰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던 시간이었다.





굴곡진 능선에서 자주 없어지던 곰...




저편에 다시 나타나서 열심히 고갯길 정상으로 가는 곰...




멀지만 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던 시간이었다.




이런 바위산에서 갑자기 곰을 만날 수 있으며 숲이 우거져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느닷없이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에 눈과 귀를 열고서 사주경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만화영화 속 캐릭터는 미련하고 귀여운 곰으로 나오지만 곰은 맹수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조심해야 한다.


걸을 때 덜렁거리고 불편하고 무거운 곰 최류 스프레이를 가슴에 두 개 매달고 허리에 하나 차고서 다니는 것에는 이유가 있으며 잠시라도 교만해져서 방심하면 안 된다.





시간이 늦어 저편 빙하에 가는 것은 생략하고 하산을 재촉하였다. 제이슨...



지니...




오솔길...




오솔길 남편 토마스...


(이분은 옛날에 네온사인 비지니스를 하였으며 20여 년 전 바로 옆 블록에 제임스 주 마뉴멘트 회사를 설립한 때문에 알게 된 분이고 이후 나는 회사를 다운타운 맨하탄으로 이전한 때문에 소식을 몰랐는데 17년 만에 글래시어에서 만났고 지금은 롱아일랜드에서 다른 사업을 하신다고 한다.)




숲길을 걸을 때는 뒤로 전달하며 간격을 좁히라고 당부하면서 하산하는데 곰이 나타나던 말던 연신 즐거운 일행들이고 빙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뒤로 돌아보게 하였다.




각기 개성과 특성이 있으니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이곳의 다양한 풍경에 비하면 대륙에 널리 퍼져있는 여타 국립공원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되며 대륙의 모든 국립공원을 밟고 유아독존하는 곳이 이곳 글래시어 국립공원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글마다 기회가 있을 때 누누이 강조한 것이지만 세계 제일의 국립공원이라고 허풍을 친 그랜드 캐년 그리고 두번째로 국립공원에 지정된 요세미티를 이곳 글래시어 곁에 붙여 놓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곳에 갈 사람이 없다고 보면 된다.    


아니면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 옆으로 글래시어 국립공원을 옮긴다고 가정하면 그랜드 캐년은 그날로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보면 된다. 오래전 세상을 떠나신 분들의 존함을 들먹여 비교하면 글래시어가 오드리 헵번, 요세미티는 여운개, 그랜드 캐년은 백굼녀 정도로 볼 수 있지만 비교하는 것이 무한 실례라 하겠다.





초행길 대원들은 모르니까 태연하지만 나는 앞에서 사방을 살피고 귀를 세워 걷는 시간이고 안전에 무척 신경이 쓰였고 제이슨은 넘어져 무릎을 꽤 많이 다쳐 출혈이 심해서 산에서 치료해 주었다.  




날은 흐리고 점차 어두워지지만 일곱 시 안에 하산이 완료될 것으로 보였다.



늦었으면 저편 구름에 완전히 덮인 정상에서 하산하느라 생고생을 했을 텐데 등반대장의 결정으로 서둘러 내려온 것이 매우 잘된 일이 되었다.




내려가야 할 곳 산할아버지는 구름모자를 쓰셨고...





불에 타서 죽은 나무도 아름다운 이곳에서 추억에 남길 사진을 만들던 시간...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이번 여행 사진 가운데 가장 잘 나온 것으로 선정될 이사벨과 오솔길 인물사진... 




렌즈를 당겨 두 사람을 클로스업 하는데 옆사람들은 포스를 잡느라 분주하여 웃음이 났다.

그러나 기회는 누구에게나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이니 슬퍼하긴 이르다.




140 마일을 돌아서 숙소로 돌아왔으며 여성 대원들은 피곤함에도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커다란 이층 단독주택을 2400 달러에 한 달 전 소피아가 미리 예약한 곳이며 모두가 이곳에 머물고도 공간이 남아도는 곳이다.


다큐멘터리 영상이 아니라서 글로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오늘 산행은 환상 그 자체라며 모든 대원들이 감탄하여 다행이었다. 혹시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까탈을 부리면 어떻게 하나 내심 걱정도 하지만 원체 출중한 용모의 오드리 헵번 급 국립공원 글래시어를 저평가하는 대원이 없었다.


추억의 명배우 오드리 헵번에 견줄 만한 대원이 있을까 의문스럽긴 하지만 말이지... ㅋ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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