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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의 슬픔과 좌절에서 인류의 죄악사를 본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2013년 2월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뮤지움이며 대륙의 여행 이야기만 올리면 지루할 수 있으므로 틈틈이 다양한 메뉴를 등장시키기로 했다. 아참... 지금은 여행만 다니지만 나의 직업은 삼십 년 경력의 Sculptor 다.



여러 전시실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전에 가지 않던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고전 악기 전시실에서 아름다움에 끌려 발길을 멈추고 한국의 가야금과 거문고와 농악놀이에 사용하는 나팔 '젓대'를 살펴보던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전시실로 걸어가는 시간이다.  



각종 대리석 조각품이 전시된 이곳에는 다양한 조각이 전시된 곳으로 박물관 안에 또 다른 커다란 박물관이 있는 듯한 모습이다.  




괴물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서 왼손에 높이 쳐들고 있는 펠 세우스의 조각품이 입구의 정면에 있다. 




대리석 조각품의 최정상은 (우골리노 와 그의 아들)인데 원래는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얻어 조각가 로뎅이 '지옥문'을 만들었으며 지옥문 윗부분에는 그 유명한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앉아 있고 그 아래에는 우골리노 일가족이 지옥에서 고통을 당하는 장면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우골리노와 그의 아들' 조각품은 20여 년 전에 보고 이번에 다시 보게 되었으나 조각가인 내가 작은 흠이라도 잡아보려고 자세히 살펴봐도 흠을 잡을 수 없는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사방을 돌면서 구도를 살펴보는데 전혀 어색한 곳이 없고 균형이 맞지 않는 곳이 없었으며 우골리노를 조각으로 형상화 한 작품 중에는 단연 걸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술가들은 원래 배고픈 직업이어서 살아생전에 큰 대우를 받지 못하고 죽어서야 그림을 사고파는 장사꾼인 콜렉터에 상술에 의해 무명에서 일약 유명 예술가로 떠오르지만, 그림과 달리 오랜 작업시간이 소요되는 조각 작품을 만드는 것에는 후원자가 결정적으로 필요하다.


 우골리노 가족을 형상화 한 이런 작품은 전체적 그리고 부분적으로 철저한 뎃상이 있어야 하며 석고 혹은 진흙으로 작은 조각품을 만들어 견본을 삼고 수작업으로 제작하는데 이 정도를 만들려면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어야 한다. 재료비와 조각가의 생활비 등이 보장이 되어야 하고 작게 만드는 원 조각품이 완벽해야 한다.


 약간 트집을 잡는다면 늙은 우골리노가 바디빌더가 서러울 정도의 완벽한 근육질로 제작된 것은 좀 도가 지나치지만 조각가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니 나무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정도의 구도는 조각가라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고심 중에 순간적으로 다가온 영감을 낚아채 뎃상으로 옮긴 후 제작되었을 것이다. 실력과 기교만으로는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절대로 나올 수 없다.


 르네상스 시대 선임자 조각가들은 인체구조의 외모만 터득한 것이 아니라 인체 해부학에 통달해서 내면의 인체와 외형이 조화를 이루어 작품을 만든 것이 근래의 헐렁한 조각가와 다르다. 인체해부학을 모르면 이곳서 보는 조각품처럼 생동감 있는 작품은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저 유명한 로뎅 선지자의 The Gate of Hell "지옥문"이다. 문의 윗부분에는 그의 유명한 작품인 '생각하는 사람'이 번뇌 가운데 앉아 있고, 양 옆에는 아수라장이 되어 발버둥 하는 군중이 새겨져 있다. 왼편의 문 아랫부분에 우골리노 일가족이 지옥에서 당하는 고통이 새겨져 있지만 그 형상이 선명치 못하다.  

지옥문과는 다른 영감을 얻어 그려진 것이 있는데, 다음 혹은 그다음 편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한 불후의 명작 "최후의 심판"을 소개하면서 하나님이 구원받은 자와 구원받지 못한 자를 심판하는 장면을 그림을 보면서 소개할 테니 기다리시도록......  


최후의 심판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으리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이번에 확인하게 되어 너무나 기뻤으며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The Burghers of Calais "칼라이스 (칼레)의 주민들" (1884년 제작이 된 원 조각품 프랑스에 있고 이것은 원작품을 복제한 것이다.)


 14세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졌던 백 년 전쟁 (1347~1453)년에 발생한 칼레 마을 점령사건을 훗날 로뎅 선생이 조각 작품으로 만든 것이 위의 청동 조각품이며 사연은 다음과 같다.


 1347년 전쟁의 서막과 함께 도버 해협 연안의 첫 마을 프랑스 칼레(Calais) 시가 함락되었다.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칼레의 대표 여섯 명의 목숨을 요구했으며 이에 권력과 명예를 가진 귀족과 지도자들은 시민을 살리기 위해 자진해서 교수형에  처해지기를 자원했다. 


 이들 칼라이스(칼레) 시민대표 6명은 목에 밧줄을 걸고 영국 왕 앞으로 나와 자신들을 죽이고 시민을 살려주기를 간청하였으며 이에 감복한 에드워드 3세는 이들의 목숨까지도 살려주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지도층의 죽기를 자원한 결심이 되돌아 설 것을 우려하여 미리 목숨을 끊었다.


 Nobless Oblige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양반의 사회적 의무' 정도가 되지만 어려운 일에 직면해서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뜻하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왕과 양반은 변란이 발생하면 먼저 피신하여 목숨을 부지하고 천대받던 백성이 앞장서 나라를 구하지만, 유럽에서는 양반계급이 먼저 앞장을 선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유럽과 조선의 왕의 다른 점은 "유럽의 왕들은 솔선수범하여 전쟁에 출전하여 말 위에서 죽는데 비하여 조선의 왕들은 후궁의 배 위에서 허우적거리다 죽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자. 


 (조선의 가장 비열했던 대표적 왕은 임진왜란 때 내시의 등에 업혀서 의주로 도망친 선조 임금이다)


 백 년 전쟁이 발생하고 프랑스가 연전연패를 당하자 이에 프랑스의 전설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잔다르크가 깃발을 높이 들고 전투의 선봉에 서서 영국군을 분쇄하는데 앞장을 섰다. 잔다르크는 1430년 체포되어 19살 나이인 1431년에 화형을 당하고 그의 시신은 센 강에 버려졌으므로 위 조각품의 시대적 배경과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Venus giving arms to Aeneas "에이니어스에게 팔을 뻗은 비너스"

Jean Cornu 의 1704년 작품이며 위 작품은 규모가 작으며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하 모든 조각품은 눈으로 보고 별다른 설명이 없이 내려가자. 




매우 섬세한 대리석 조각품이 전시된 곳으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빠트려서는 안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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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칼을 꽂고 자결한 여인의 조각상. 


이 작품을 보면서 가슴에 꽂힌 칼을 보지 못했으므로 예쁜 모습의 여인이 왜 혀를 위로 감은채 누웠을까 살피다가 가슴에 칼이 꽂힌 채 죽어가는 여인임을 알게 되었다. 조각품이지만 그녀가 살아생전에 겪었던 일을 조각품으로 나타낸 것이었을 듯하여 기분이 착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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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안에는 세 개의 카페 레스토란이 있다. 센추럴 팍이 창가로 보이는 곳에 만들어졌으며 음식은 대체로 간략하지만 다양하고 분위기 있는 데이트 장소로 알맞은 곳이다.  


지난번 이곳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맨해튼에 거주하는 어느 여인을 박물관 카페에서 만났다. 그날이 일곱 번째 만남이었는데 그녀는 그날도 어김없이 밑창이 둥근 "마사이 운동화"를 신고 나와서 나의 마음을 언짢게 하였으며, 미술품 감상의 태도가 좋지 않았고 박물관을 나와서도  먼저 앞질러 걷는 습성으로 인해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전화로 결별을 통보하고 전화번호를 즉시 지웠다.


 인물도 되고 지식도 많고 성품도 착한 여인이며 시집을 가본 적이 없는 처녀지만 일곱 번의 만남이 있기까지 여섯 번을 검은색 마사이 운동화를 신고 나오고, 단 한번, 그것도 구두처럼 생긴 슬리퍼를 신고 나온 휏션에 정이 떨어진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다. 


 다정한 예전의 성격에서 지금의 냉혹한 감정으로 변하긴 했지만 잔정을 버리지 못한 이유로 후회가 많은 굴곡을 겪은 인생이라서 이제는 싹이 노랗다는 판단이 들면 단칼에 정을 베어버린다.


 여인에게 절대 반말을 하지 않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성격으로 옷깃을 스친 여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성 간에도 넘어선 안 되는 경계를 넘다가 본인이 뭔 잘못이었는지 연유를 모른 체 이별한 여인이 지천에 널렸다. 입에서 나오는 습관이 된 재수 없는 바람소리와 한심한 매너가 화근인 줄 모르는 안타까운 여인들...


 지난해에 만난 여인은 겸손하고 선한 성품과 인물이 가장 낫지만 세상 풍파에 시달려 기진맥진한 내게 멍에를 지우려는 바람에 헤어지게 되었다. 무거운 짐이 힘겨울 땐 나에게 떠넘기려 말고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옳을 것이며 나를 자유롭게 하면 된다. 그러면 로뎅의 작품 '칼레의 시민들'처럼 목에 밧줄을 걸고 나오지 않아도 되며 가슴에 칼을 꽂아 자결하는 여인처럼 슬픔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 


 (무거운 짐 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이렇게 좋은 말씀이 있는데 왜 내게 멍에를 씌우려고 하는 것인지...


 

미술품 감상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결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되지만 고귀한 미술품을 앞에 두고도 감정이 없는 목석과 같은 성품이라면 아예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것이 옳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11월엔 피부가 희고 팽팽한 여인을 만났다. 지인의 가족과 함께 만나느라 저녁 대접을 곁들였는데 첫날부터 두 번째 만남에 이르기까지 입에서 나오는 주제가 '금전' 이어서 두 번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교량 역할의 가정에 통보하였다. 나중에 듣기는 갑자기 결별을 통보해서 서운하다고 했다는데 나를 탓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금전과 연결 짓는 삭막한 언행을 고쳐야 된다.
 

그런대로 괜찮은 대굴빡은 장식용으로 달고 다니는지 지혜는 종적이 묘연하고 그 입에서 주절거리며 나오는 것이 돈 이야기뿐이라면 그 인생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다. 올해는 웬일로 화상만 만나는지 알 수 없지만 새해에는 성격이 착하고 지성미가 넘치는 사람을 만나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촛불을 들고 벌건 대낮에 사람을 찾으러 다니자니 미친 사람 소리를 들을 게 뻔하고 내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칠 수 있는 천사가 제 알아서 스스로 다가오기만 기다릴 수뿐이 없다.
 

입에서 나오는 바람소리와 가슴에 품은 감성은 부억떼기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서 영국 여왕과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번지수를 모르는 여인들이 나를 슬프게 하던 2012년이었다.


 

아저씨 한분이 뎃상에 열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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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로 만든 흉상. 

아프리카 흑인이 된 유태인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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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3세의 흉상. 

오늘 나를 슬프게 한 흑인 여인의 흉상 조각이다.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상반신이 벗겨진 채 밧줄에 묶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다니던 노예이며 흑인의 인권을 경시하던 당시 유럽의 사회악을 성토하는 작가의 양심을 보게 되었다. 

생동감 있는 표정의 여인을 보고 손으로 쓰다듬어 위로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진열장에 갇힌 여인이라서 그러지도 못하고 오래도록 이곳서 발길이 멈추었던 작품이며, 메트로폴리탄이 소장한 조각 작품 중에서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여느 조각품 보다도 더욱 진지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이어서 이 흑인 노예 여인에 대한 연민의 정이 각별하였고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작품이며,  살아있는 사람의 표정과 다름이 없는 여인의 흉상을 보면서 작가가 기울인 심혈에 가장 많은 찬사를 보내던 작품이기도 했다. 


위 여인의 작품에서는 '좌절과 분노와 자포자기와 흉악한 인간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보였으며 억울한 심정에 더해서 아프리카 고향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슬픔을 보았다. 사랑스러운 여인의 표정을 바라보노라면 눈물이 나려고 해서 발길을 돌렸다. 


흑인 노예 여인의 흉상은 위의 대규모 조각 전시실을 지나 왼편에 있는 전시실 벽면에 있기 때문에 쉽게 찾지 못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다음 편에는 이 여인의 작품을 소개한 설명서와 함께 정면 표정을 살펴보자.) 




이곳 전시실에 있는 조각품은 대체로 평균 17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며 그 당시의 사회상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당시의 예술작품이다. 다음 편에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각종 귀한 미술품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겠으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안목을 설명하는 시간이 되겠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유명화가의 그림이라고 곁에 서서 증명사진이나 만드는 그런 식견으로 미술품을 감상해서는 안되고, 작가의 고뇌와 당시 인류가 겪던 사연을 그림 속에서 만나야 하며 조각품을 대하는 태도는 옛사람을 만나고 전설의 인물을 만나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작품 앞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조각품을 만들던 작가의 수고를 생각해야 하고 그들의 눈앞에 펼쳐지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만나야 하는 관람객의 태도를 서술하는 시간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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