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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록키산맥을 넘어서.

2016년 3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몇 곳의 한인식당이 있어 찾기 쉬운 곳을 선택하여 식당 신사동에 갔다. 2005년 여름 끈질기게 해를 입히던 할망구들의 패악질에 저주를 퍼붓고 이후 망구는 아예 외면하고 살았는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교훈 삼아 늙탱이라면 말을 섞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살아가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니 웨츄레스가 두 명의 망구를 가리키며 같이 온 분이냐고 묻는다. 


머리를 흔들어 부정의 표시를 하는데 뇌세포가 석회질화 된 망구들이 자리로 가면서 헛소리를 하기에 반대편 멀리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웨이추레스가 착각하여 같이 온 사람이냐는 물음에 아니라 했으니 조용히 하면 될 것을 말꼬리를 잡으며 계속 헛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TV에서는 북녘땅 불쌍한 정은이 녀석이 호기를 부리는 뉴스가 나오기에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망구가 지껄이는 헛소리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순대국을 주문하였고 얼마 후 가져온 순대국을 먹는 중에 "맛이 괜찮으세요."  묻기에 매우 맛있다고 말은 했으나 뉴욕의 음식에 비하면 춘향이와 향단이 신분만큼이나 차이가 심했다. 

이후 건강식품점에서 프로폴리스 두병을 사서 오는 길에 모텔이 있어 들어갔으며 간판이 Cheaf Motel "추장 모텔" 이었는데 주인은 한인이었다. 모텔 외관이 극빈자 수용소를 닮았는데 돌아 나오기 어려워 45달러를 주고 열쇠를 챙겼다.      


모텔은 재건축업자에게 판매하였고 4월에 모두 정리하고 두 달간 여행을 떠난다는 주인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방으로 들어갔는데 내부의 상황은 인민군 포로수용소가 형님으로 불러야 할 정도였고 대륙에서 수백곳 호텔과 모텔을 다닌 중에 가장 열악한 환경으로 잠들 수 없었다.  

이른 시간에 산속의 경치 좋은 곳 모텔에서 묵어도 되는 것을 시내를 지나던 길에 있는 모텔이라서 쉽게 들어갔다가 잠을 설쳤으나 다음 달에 떠나는 대륙 여행에 참고하라며 종이에 블로그 주소를 적어놓고 길을 떠나 산속 길을 달려서 록키산맥을 넘어 유타주로 가기로 했다.    



지도를 살펴서 24번 도로 서쪽 방향으로 떠났으며 산악도로는 처음은 넓지만 깊숙이 들어갈수록 왕복 2차선으로 변하는데 wood land park 마을의 식당에서 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기로 했다.   

 

눈이 얼어서 빙판이 되었는데 얼음을 치우지 않은 이들이 신기했다. 뉴욕이면 당장 티켓을 받고 벌금을 물어야 하며 만약에 사람이 미끄러져 다치면 100% 주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길 좌우에는 별장이 즐비한데 그중에서 작으면서도 묘한 자세로 세워진 별장을 보게 되었다.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산속 마을에는 갖가지 식당이 있는데 맥도널드 같은 곳은 지나치고 훼밀리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눈이 무척 많이 내렸지만 이미 도로는 깨끗하였고 날씨는 섭씨 3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pikes peak mountain 은 어느 곳에서도 잘 보이는데 해발 4'000  미터가 넘는 큰 산이고 콜로라도주 와이오밍주 몬타나주 아이다호주 사우스 다코다주 등에는 이런 산들이 줄지어 서있고 멀리 떨어진 캘리포니아주에서 오레곤주와 워싱톤주에 이르는 곳에도 록키산맥이 이어져 무수히 많은 산들이 아릴 수 없이 많다.   

건너편 길가에는 밀어낸 눈이 쌓여있었고 길은 비교적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식당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으며 이른 아침에 찾아온 관광객이 많았으며 두 번째 의자에 자리 잡고 음식을 주문하였다.   

아이폰 카메라에 모두 담기지 않지만 식당 분위기는 호감도 만족인 곳이다.   

나의 아침식사는 eggs over easy "살짝 익힌 후라이"와 소시지 토스트 감자볶음 그리고 쓴맛 때문에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커피지만 날이 추워서 주문하였다.    

이 집은 hungry bear "배고픈 곰" 식당이다.

맥도날드 등 후랜차이즈 식당들은 모두 실내 분위기가 현대식으로 만들어져 정감이 가지 않으므로 가급적 옛날의 훼밀리 식당을 찾지만 시대의 흐름에 밀려서 훼밀리 식당은 급속히 사라지는 추세여서 아쉽기만 하다.  

(참고. 맥도날드 같은 곳은 후랜차이즈 식당으로 부르고 이런 식당은 family restaurant "훼밀리 레스토란" 으로 부르면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일기여서 그새 구름이 걷혔기에 전깃줄이 보이지 않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여러 개 산으로 나뉘어 있으며 가장 높은 것이 pikes peak 산이며 다른 것들도 모두 제각각 이름이 있으나 생략하고 다음 편에 록키산맥 중심으로 들어가면서 콜로라도주 역사를 서술할 때 록키산맥 이야기와 더불어 파이크 픽 마운틴 이야기도 쓸 것이다.   


차 안에는 비상용으로 열흘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음식과 물과 개스난로가 있으니 눈폭풍에 고립되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속도를 낮추어 세월아 네월아 절경을 감상하면서 아무 곳이나 다니면 된다. 

나의 장거리 여행은 길을 잃을 염려가 없으며 대략적 동선만 생각하고 경유지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다니는 자유여행이어서 산속 길이 막히면 돌아 나오고 고장이 발생하면 견인차를 부르면 되는 하여간 걱씨 집안의 정근심이라는 아이는 아예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분명히 마음이 깨끗하고 정서가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드문드문 보이는 주택은 인적이 없다.   

길은 이차선으로 바뀐 지 오래고 67번 도로를 따라 북녘으로 향하다 다시 방향을 바꾸어 서쪽을 향해 천천히 갔으며 뒤에서 오는 차량이 보이면 가장자리로 비키어 양보하면서 그렇게 다니는 시간이다.   


길가에 무수히 많은 작은 것들도 살피면서 흐느적 하듯 다니는 시간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으니 편하게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Florissant "훌로리샌트" 마을 입구에서 이곳의 역사와 서식하는 야생동물과 식물의 종류와 분포를 읽으면서 흥미를 가졌다. 미시시피주에서 온 부부가 이곳에 멈추었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나무화석이 집단으로 있는 곳을 가겠다 했더니 그들도 그곳으로 결정하였고 일행 아닌 일행이 되어 산중 깊은 곳으로 차를 달렸다.  

  

원주민과 개척민들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마을 입구 안내판이며 이들의 기록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산속의 인적이 거의 없는 곳으로 자연의 역사를 학습하는 장소로 만들어졌다.   

기병대 모자와 같은 그린색 레인저 모자를 쓴 레인저와 (ranger = 국립공원 치안관리요원)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그의 설명을 듣고 궁금한 것은 질문하면서 자연학습의 시간을 가졌다.


동식물 분포도를 펼쳐놓고 상세히 설명을 하는 레인저가 나무화석 조각과 잎사귀 화석을 가져와 보여주며 설명하고 나는 그것을 만지며 궁금증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들 레인저는 Ranger School "레인저 학교"를 이수해야 하는데 산림의 보호와 감시와 자연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며 친절함이 배어있어서 전혀 불편함이 없다. 이들을 만나면 궁금한 것에 대한 질의응답이 많고 그들의 지식을 얻으려 노력하는데 이제까지 불편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며 자연학습은 현지의 자연 속에서 터득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의다.


불도저로 밀어 개발하려는 계획을 막아 세운 그림이 있고 지층으로 나와 있는 숲 속의 커다란 나무화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습도 보인다. 자연보호주의자의 노력에 의해 지금의 이곳이 존재하게 된 곳이다.    


서부에 존재하는 세계 최대의 나무 sequoia "세쿼이아" 가 옛날에 이곳 콜로라도 콕키산맥에도 존재했었냐는 뜻인 Redwood in Colrado? 가 표기되어 있다.  


(참고. 세쿼이아 나무는 밑둥치를 뚫어 승용차가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도 있는 커다란 나무이며 단단하지만 질김성이 적어 목재로 사용하기는 부적합하며 맨하탄 센추럴 팍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근처에도 밑둥치를 뚫어서 세워 놓은 것이 있으며 자연사 박물관에는 2'000여 년 된 나무를 얇게 잘라서 보존해 놓은 것도 있으며 살아있는 것은 절대 자르지 못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다.)   



건물 뒤편으로 걸어 들어갔더니 보호 지붕이 덮여있는 나무화석이 있었고 Fossil "화석"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굵은 케이블로 감아 놓았다.  


(이런 나무화석은 공룡이 존재하던 고생대에서 중생대 (1~2 억년 전)에 속한 것이며 사진에서 보듯이 나무 아랫부분이 땅속에서 발굴된 것을 알 수 있는데 나무는 지상에서 일생을 마감하면 썩어서 사라지지만 급속히 땅속에 묻히면 화석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많다.)   




대형 승용차 넓이만큼이나 큰 밑부분으로 모두 땅을 파헤쳐서 모습이 드러나게 한 것이며 윗부분은 억만년 세월 속에 사라졌다. 이곳은 관람석을 만들어 놓았으며 고생대와 중생대 역사를 살피고 배우는 학습장소다.  

fossil 군락지는 약 1마일 길이의 산책로를 조성하여 다니면서 곳곳의 나무화석을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이으나 오늘은 눈이 쌓여서 숲 속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아쉬웠다. 자연학습은 현지에서 생생히 보고 배워야 하는데 종이로 된 책을 달달 외워서 점수로 매겨진 성적을 올려야 출세하는 후진국형 학습체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도 있으니 안타까울 수뿐이....   


실내에는 자연학습관이 마련되어 있고 이곳에 분포하는 동식물 표본과 설명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들 노부부는 승용차 트렁크에서 배낭을 꺼내어 메고 숲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돌아왔는데 나는 추위를 막을 장비라고는 등산화와 사냥용 재킷뿐이어서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반 장비로 만용을 부리면 자칫 숲 속에서 명태 코다리로 변해서 누워있는 내 모습을 타인이 발견하게 되므로 자연 앞에서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   


집도 없고 인적도 없는 깊은 산중이지만 학습장소와 주차시설 등 모두 갖추어 놓은 곳이 미국의 공원이다.   

이곳으로 가는 길에 보존된 통나무 집들이 있는데 길은 눈에 덮여 있어 들어가지 않았으나 옛날 금과 은을 캐던 개척민들이 살았다는 설명문이 있다. (다음 편에 금광을 찾아서 콜로라도주에 몰려온 개척민들의 이야기를 추가할 생각이다.)   

산맥과 산맥 사이의 분지를 지나 서편을 향해 가기로 했다.   


깊은 산속에 들어오면 차량통행이 거의 없어서 길 가운데 차를 세워도 전혀 문제가 없으며 만약을 위해 비상등을 켜두면 된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저편 어디에 도착하여 숙소를 찾으면 될 일이고 차 안에 놓인 음식을 먹으며 천천히 운전하며 자연을 살피면서 사색에 잠기는 시간은 즐겨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오래전 자칭 장거리 여행을 했다는 내 주변 사람이 여럿 있는데 그들은 차를 몰고 먼 거리를 무작정 다니다 뉴욕으로 돌아온 사람들이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체 고속도로를 무작정 달려서 해가 저물면 모텔에서 자고 아침에 차를 달려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고 연료를 채우고 또 달리는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여행의 묘미는 급하게 후루룩 거리며 식기 전에 서둘러 먹는 설렁탕 같은 음식이 아니라 어린아이 손에 쥐어진 콘 아이스크림처럼 천천히 아끼면서 조금씩 핥아서 먹어야 한다. 화려하지 않은 곳에서 옛 역사를 찾고 외로운 곳에서 인생은 왜 사는지 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내가 누구인지 자문자답하며 사색에 잠겨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내가 오기 전 누군가 지나갔을 곳이고 훗날에는 나의 뒤를 이어 누군가 발자취를 남길 것이다. 진정한 여행자는 사람이던 산짐승이던 과거 누군가의 행적을 살피고 자연 속의 삶에 눈과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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