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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 사막의 폭풍 속을 달리며.

2016. 6. 20 대륙 여행 이야기.




375번 길을 따라가며 곳곳에 멈추어 모래밭에 들어가 흙장난을 하며 아예 이곳 모래밭 풀숲에서 살고 싶어 졌다. 아무것도 없는 듯한 빈 경치가 마음에 들었으며 간섭할 사람도 없고 시기하거나 마찰이 생길 사람도 없는 완전히 조용하고 적막한 곳이기 때문이다. 



산을 달려 올라가면 저편에 새로운 길이 보이고 마주치는 차도 없이 나 혼자 알아서 가면 되는 길이다.  


 


어쩌다 뒤에서 오는 차는 스스로 알아서 비켜가는데 대륙에 그 흔한 까마귀도 이곳에 서식하지 않는 것은 차에 치어 죽는 짐승이 없으니 먹고 살아갈 방법이 없어서 일 것이다.   




하늘과 땅에 이렇게 변화가 없이 일률적인 곳은 이전에 본 적이 없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센바람과 뜨거운 열기와 풍경과 푸른 하늘 모든 것이 같았다.   




수십 리 저편에 커다란 모래사막이 보이는데 강한 회오리가 모래바람을 불러일으키며 크게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속도를 높여 달리는데 바람이 잦아들면 모래기둥이 적어져서 자칫하면 아쉬움이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가에는 철조망도 없고 소떼가 곳곳에서 한가로이 무리 져 지내고 있는데 앞의 얕은 모래언덕 뒤에는 길게 샘물이 흐르고 이곳을 터전으로 소떼는 다른 곳에 가지 않는다.    




그새 모래기둥이 없어져 다시 기다리며 살펴보는데 강풍에 모래기둥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아주 작게 오르면서 시계방향으로 저 큰 모래사막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여 강풍이 더 불기를 기대하였다.   




카메라 삼각대를 세우고 모래기둥이 높이 오르기 바라면서 잠시 차에 다녀왔는데 강풍에 삼각대가 고꾸라져 카메라 렌즈가 모래에 처박히고 일으켜 세워 살피니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냅킨을 꺼내 톡톡 털면서 보니 이미 렌즈에 상처가 심하고 렌즈가 들락이는 피스톤에는 고운 모래가 끼어 작동불량이 되었다.    




흔들어 털다가 아이폰으로 찍어야 했으며 카메라는 헝겊으로 털면서 모래가 빠져나오도록 톡톡 건드리고 불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강풍은 멈추지 않지만 모래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치 않은 세기였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피어오르지 않았다.  


 


멀리서 보면 모래벌판은 작게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직경이 4 km 이상 되는 크기이며 놀라운 것은 그곳에 농장이 있고 바람개비로 지하수를 퍼올리는 펌프가 있다. 바람개비는 제절로 돌아가면 펌프가 위아래로 작동되어 물을 퍼올리고 저수조에 물을 채워놓는데 일정한 양이되면 밖으로 념쳐서 소떼가 마시게 되어 있는 구조다.  


 


저곳에 들어갈 수 있으나 바퀴가 빠질 우려가 있어서 멀리서 가늠하며 살펴보던 시간이었고 최대 넓이는 직경 5 km쯤 될 것으로 보였다.    




이 녀석들은 철조망이 없어서 어디로 사라지면 목숨을 구하기는 할 텐데 원체 순하고 착해서 사람을 믿고 따르는 습성이 있는 것이 문제다.  


하기사 물이 있어야 다른 곳을 갈 텐데 물은 샘솟는 곳이 정해져 있으니 벗어나지도 못하는데 체격을 보니 올해가 지나기 전에 말을 탄 카우보이에 의해 소몰이가 시작되어 대기시킨 트레일러에 실리면 나도 너도 알지 못하는 도살장으로 끌려가 죽음을 맞게 되는 슬픈 시간이 곧 다가온다.    




누누이 하는 이야기지만 들녘의 소떼를 보고 평화롭다고 주절거리는 자들은 그 입을 꿰매야 한다는 생각이.........    




차를 세우고 무덤덤한 소떼와 작별의 인사를 나누며 길을 떠났으며 이제 헤어지면 다시 만나지도 못하고 어쩌다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너희는 이미 패키지로 포장되어 실내온도가 서늘한 식품점에 놓여 있을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저 모래산 너머로 달려가 그곳에서 운명을 맞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주인을 천사로 아는 얘들에게는 그야말로 소귀에 경 읽기가 될 뿐이다.   




제대로 보아 이곳이 저지대에 속하는데 물이 모이는 호수가 있으며 농장이 조성되어 있는 곳인데 바위 옆에는 한 마리 오리가 헤엄을 치는데......... 


  


녀석의 무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혼자 물 위에 떠서 사색에 잠긴 듯하였다.  


 


각양각색의 모래산이 곳곳에 줄지어 있고 물기를 머금은 풀은 푸른 녹색을 띄었다.   




이곳은 사람이 살면서 소와 말을 기르는 곳으로 보이는데 소떼는 자유방목으로 놓아길러도 물가 주위를 맴돌므로 잃어버릴 염려는 없는 곳이다.    




얘들은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었으면 좋으련만 야박한 주인은 가림막 조차 만들어 주지 않았는데 그런 주인은 벗기고 기둥에 묶어놓고 뜨거운 맛을 보게 해야 한다는 그런 부질없는 상념들..........   




다른 한편에는 상당한 소떼가 가꾼 풀밭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저지대를 벗어나자 다시 사막이 이어지는데 산맥은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졌다.     




먼산 아래 길이 보이는데 어느 곳으로 가야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으며 아이폰으로 살펴봐야 하는 지도는 인터넷 시그널이 전무한 지역이어서 무용지물이 된 지 이미 오래되었으며 전화기는 콜로라도주에서 사연도 없이 완전히 고장 나서 통화조차 안되어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먼 곳에서 뒤에 트레일러를 달고 달려오는 여행용 밴이 있어 헤드라이트를 번쩍이고 손을 흔들어 세웠다.  


Trek America는 대륙의 자유여행사로서 소규모 여행자와 더불어 주로 이삼 주씩 중거리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다. 서로 창문을 열고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며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가려고 네바다 사막을 건너는 중인데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물으니 왼쪽 길을 따라가면 된다고 한다.  


운전자 겸 가이드는 뉴욕 주 Putnam 카운티가 고향이며 주로 서부에서 장거리 여행객과 움직인다고 하였다. 

차 안에는 열명 가량 여행객이 보이는데 반갑다며 손을 흔든다. 내 차 안을 살피던 친구에게 나 홀로 여행하는 중이라 했더니 차 안에서 환성이 울리고 박수를 치며 놀랍다고 한 마디씩 거든다.   


저렇게 중거리 여행하는 밴을 이용하면 비용은 하루에 200 달러 가량이지만 여행의 품질이 보장되며 야영과 캠프화이어도 할 수 있지만 대형버스로 떠나는 한인 여행사는 1일 기준 100 달러 정도의 싸구려 여행이며 도착지에서 잠시 기념사진을 찍고 기념품점에 내려져 털리고 정해진 식당과 짜고 치는 열악한 음식을 먹으며 다닌다. 


중장거리 여행사는 여행객의 대량 확보가 어려워 작은 차로 움직이는데 비싼 값어치를 하므로 싸구려 여행을 탈피하려는 사람은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 무식한 것들은 대형버스를 선호하지만 여행은 작은 차로 떠나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2년 전 뉴욕시에서 장거리 대륙 여행업을 했는데 음식 선택을 자유롭게 제공하여 결국은 적자로 끝내고 얼마 후 댈라스로 이주하였고 이곳서 새롭게 장거리 전문 여행사를 하려고 벼르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 봐야 안다.   




운전자와 차 안의 여행객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으며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야 한다.   



가도 가도 막막하고 황막한 사막길을 다니는 재미를 그 누가 알려는지..........   




먼 곳에는 지금까지 본 모래보다 몇 배나 큰 엄청난 모래사막이 눈에 들어왔다.   


 


지도에 있는 작은 마을 표기를 믿지 말아야 할 것은 사막의 타운에는 사람도 없고 주유소도 없으며 식당과 모텔은 아예 없다. 차에서 자고 차에서 말린 소고기를 먹으며 다녀야 하는데 무인지경이어서 경찰도 없고 악당도 없으며 비위를 건드리는 자도 없다.


차에서 잠들어도 어느 누가 시비를 하지 못하는 것은 혹시나 갖고 있을지 모르는 총이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먼 곳에 눈 덮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보이는 것은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경계가 가까운 곳에 있어서다.   




가까워 보이지만 오늘도 어느 하늘 아래서 쉬어가야 하므로 느긋하게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무더운 기후인데도 저렇게 눈이 쌓여있으니 얼마나 높은 산맥일까 궁금해하면서 대략 삼사천 미터는 된다고 판단하였다. 장거리 여행에서는 길을 따라 달리기만 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아야 하고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 것을 살피며 소꿉장난하는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다니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늦으면 늦는 대로 다니면 될 것이고 전화는 불통이기도 하지만 이미 알아서 고장까지 났으니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되었다.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카톡 메시지가 올뿐으로 고요한 사막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행복한 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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