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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발생에 축제를 벌이는 긍정의 마인드 미국인들

몇 년 전 이야기.....

                

 가을이 되면 단풍이 물든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겨울이 눈앞에 다가오는 계절이라 마음이 움츠려 들고 즐거운 마음도 침울해지기만 한다. 왜냐하면 나는 추운 겨울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간밤의 일기예보엔 많은 비가 내린다 했으나 진정한 여행가는 날씨에 구애를 받는 것이 아니라 기후에 순응하고 자연에  적응하면서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 비가 퍼붓고 안개가 자욱한 간밤에 모텔의 베란다에 나와 파이프의 연기를 날리며 생각하다가 버몬트주 그린마운틴  깊고 험한 산속으로 떠나기로 하였다.

비가 그치지 않고 안개가 자욱하여 지척을 분간하기 어렵다면 구름 낀 그린마운틴 국립 산림보호지역  어느 산속에서, 근두운을 타고 날아다니는 손오공과 저팔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므로 날씨가 화창하든 말든 나와는 별 상관이 없기 때문에 주저함  없이 떠나면 되는 것이다.



비는 쏟아지고 구름은 낮게 흐르고 안개는 자욱한 곳이 많았으나 이런 날 일수록 오히려 볼 것이  많다.






몇 시간 걸리는 길이라서 곳곳의 일기가 변화무쌍하지만 어떠한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체질이라서 불평 아닌 즐거움에  노래를 부르며 달려갔다.




농장의  간이 가판대엔 Pumpkin '단호박'이 출하되어 손님을 기다리는데 단풍과 펌킨은 같은 시기에 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즉 단호박이 보이면  단풍도 보이고, 단풍이 보이면 단호박이 보인다는 그런 말이다. 단풍이 사라지고 마른 잎사귀가 나뭇가지에 듬성듬성 매달려 있으면 단호박도 자취를  감춘다.




여행자들은 흐리고 비 오는 날이면 김샌다고 하지만 그것은 아직 본격적인 '여행가 레벨'에 들지 못하는 덜 익은  애송이 여행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고 청명한 날에는 전혀 볼 수 없는 기막힌 아름다움이 여행길에  즐거움을 더해주는데, 흐리고 구름이 가득한 날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별도로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흐르는 인생사는 날씨와  같아서 청명하고 우중충한 모든 것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하며, 부유한 인생도 아름답고, 춥고 배고픈 시절도 그 나름대로 유익하고 아름다움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면, 어떠한 고난이 닥치더라도 늘 즐거운 마음이 되어 난관을 돌파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윌리암스 타운 매사추세츠 주 지방도로를 따라 가는데 차선은 공원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일방통행하게 되어 있는  동북부 지방 특유의 풍경이 나오고, 마을의 공원 가운데엔 낡은 판잣집이 보이는 것이었다.




뜻하지 않게 이런 보물을 만나는 기쁨은 나에게만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너무나 반가워 잔디밭에 차를 멈추고  비상 신호등을 켜둔 채 차문도 열어놓은 채 다가가서 먼저 쓰다듬어 봤다.



1753년도에 지어진 '너와집'이며, 노론과 소론의  갈등에 사이에서 노론파 간신들의 모함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가 세상을 하직하기 9년 전에 지어진 집이다. 물론 본국에도 수많은 오랜  가옥이 많지만 그 당시 산골짜기에 존재하던 주택을 보존한 것은 별로 없다고 보면, 이들의 보존하고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정신이 존경스럽다는  것이다.





내부는 볼 수 없었으나 방과 부엌의 구분이 없이 지어진 것으로, 방 안에는 허름한 침대가 있었을 것이고 투박하게  짜서 만든 테이블과 나무의자와 무쇠솥, 그리고 화로 비슷한 난로가 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예부터 서울의 고궁엘 가면 임금과  신하가 드나들던 모습을 연상하며 임금의 처소에 슬그머니 들어가 앉아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생각하던 습관이 있어서, 지금도 이러한 오랜 옛  건물을 보면 문으로 드나들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옛집의  창문은 이렇게 생겼으며 대장간에서 두드려 만든 '장석'이 특징이 있으며 그 당시에 철이 흔해서인지 벽과 창문에 못을 사용해 만든 것이  놀랍다.



윌리암스 타운은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고풍스러웠으며 풍요함과 생기가 있는 마을이다.





윌리암스 대학이 있어 지나는 길이지만 교내로 들어갔다.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담쟁이넝쿨이  아름다운 모습이다.




팻말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원래의 윌리암스 대학 건물, 1790년 무료 학교를 설립한 설립자  윌리암스는 뉴욕주 북부의 레이크 죠지 인근의 전투에서 1755년 9월 8일 전사했고, 이후 윌리암스의 이름을 따서 마을 이름이 되었고 무료 학교는  훗날 윌리암스 대학이 되었다. 이 정도 해석이 되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윌리엄스가 세운 무료로 운영하던 학교가 모태가 되어 그가 죽은 이후에  윌리암스 칼리지가 되었다는 해석이 되겠다.




지나는 길에 잠시 들리게 된 학교는 매우 고풍스러웠으며 전체적인 규모는 다른 대학과 비교하면 크지는 않지만  역사가 있고 건물과 주변의 입지적 조건으로 보아 매우 훌륭한 시설인 것은 분명하다. 



학교와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길을 떠나기 전 이곳 대학가를 잠시 들리기로 했다.




대학 건물  틈새에 있는 것이 학교에 소속된 교회일 듯하다.





교내는  길을 가운데 두고 양편에 있었으며 무슨 행사가 있는지 많은 학생들이 건물 앞에 모여드는데 그곳 건물로 삼삼오오 몰려가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장벽이 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구내로 되어 있고 많은 건물들은 오랜세월 학생들의 요람으로 인재를 배출하던 모습을 간직한  채 옛 모습 그대로 서있다.



대학가는  그리 크지 않지만 각종 상점이 자리하고 있으며 카페와 그 밖의 것들이 있다.




주차장에는 농산물 시장이 열린 것을 지나쳤다.





버몬트 주를 향해 다시 길을 가는데 길가 운데서 모금을 하는 소방관 아저씨들이 소방수 장화를 들고 모금을 하고  있기에 창문을 열고 성금을 넣었다. 미국에선 그들이 목적한 사회봉사를 위한 기금 모금을 이렇게 하므로, 길을 가다가 이러한 기금 모금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성금을 내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직업의 1위가 변함없이 소방대원이며 가장 신뢰도가 낮은  직업은 부동산업자/ 자동차 판매원/ 변호사/ 정치인 등으로 되어 있음을 참고하자.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화재현장과 재난현장의 긴급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인명을 구출하는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도록...



사진을 하나 찍어도 되겠냐 물으니 그 옆에 있던 아저씨까지 좋다며  두 분 모두가 혼쾌히 응하며 환하게 웃는다.




지나는 타운이 많아서 어느 마을이었는지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으나 '노스 애덤스' 타운으로 기억이 된다. 노스  애덤스는 매사추세츠 주 북부의 타운으로 버몬트 주 경계에 있으며 이곳을 지나면 그린마운틴 산맥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고갯길의 연속이다. 미국의  동북부는 신대륙 초기 이민자들이 유럽에서 도착하여 전국 각지로 뻗어가던 지역으로 역사가 길고 경제발전에 괄목할 성장을 이룬 곳이다.  




여러  마을을 지나 다시 시골길로 들어섰다, 너른 잔디가 있고 그린마운틴으로 이어지는 산맥은 구름이 낮게 흐르는 아름다운 모습이  이어진다.




차 안에서 지도를 살피는데 앞에 가는 운전자 노신사가 차를 세우고 다가와서  길을 잃어버렸는지를 묻기에, 나는 여행자로서 그린마운틴을 가는데 잃어버릴 길이 없는 사람이며 목적지가 없이 다니는데 어디로 갈지 생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8번과 100번 도로를 따라서 그린마운틴 동북 방향으로 가려한다는 말에, 친절하게 길의 연결됨을 세세히 알려주던 친절한  노신사...

그린 산맥으로 오르는 길은 단풍으로 물든 가파른 산길이 연속이어서 파워 버튼을 누르고 빠른 속도로 노신사의 승용차를 따라서  달렸다. 





쉬지 않고 구불거리는 좁은 길을 따라서 한참을 올라가 9번 도로를 만나게 되어 동쪽으로 향했는데 비 오는 날이지만  울긋불긋 물든 단풍은 끝없이 이어지고 경치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윌밍턴 마을에서 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마을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고 허리케인 아이린이 몰고 온 폭우로  부서진 집들이 많았다.




1836년  문을 연 가게의 앞에는 가족들이 복구작업을 위하여 모여있는데 이들의 정면에서 셔터를 누르는 것이 결 레일 듯하여 차 안에서 조심스레 셔터를  눌렀다.



그린마운틴  동쪽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거쳐가야만 하는 이곳 윌밍턴에는 수해현장을 살펴보는 이들이 많았다. 



배는  고프고 아침식사를 해야 하는데 지나는 식당은 수해로 문을 닫았기에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계곡이 있는데 옛날에  물레방앗간이었던 건물이 지금은 카페와 식당과 여인숙으로 변해 있었다. 




윌밍턴 마을은 사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리' 정도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첩첩산중에선 꽤 큰 마을에  속한다.




사거리  건축 자재점 창문에 붙어있는 '윌밍턴 마을에 무척 큰 변고가 있었다."는 글귀와 마을의 분위기가 즐거운 마음을 앗아갔지만 어차피 왔으니 좀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마을 가운데를 지나는 개울(계곡)은 깊지만 이층 집 베란다까지 넘쳐서 잡풀들이 걸려 있었고 건너편 3층 건물의 1층이 물에 씻기어 색깔이 변한 흔적이 보여 그날의 홍수가 대단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식당을 찾아 들어가 길건 너를 보니 겉은 온전한데 집안이 파괴된 주택이 보여 안으로 들어갔다. 지방 TV 방송사  리포터가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왔으며 막아놓은 위험표지를 붙인 울타리를 넘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http://youtu.be/BVqHzMBXCoQ

 <-- 윌밍턴 타운의 홍수 유튜브 동영상.





목조건물임에도 겉은 온전하고 집안으로 들이닥친 물로 인하여 내부만 완전히 쓸려버린 것이  특이했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식당의 발코니에서 샌드위치와 크램차우더"조개죽 비슷한 것'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하나뿐인  아메리카 인디언 혈통의 웨츄레스는 바쁜 탓이었는지 샌드위치는 가져오지 않았다.





크램차우더만 먹게 되었으나 뭐라 할 것은 없고 계산서에 음식값과 팁을 놓고 거리로 나왔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계산을 해주려는데 문에는 포스터가 붙어 있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오늘의 이야기 주제가 된  것이다.



(Floodstock Festival) 홍수와 우드스탁 음악제 (전설의 우드스탁 음악제)를 합성하여 만든 것으로 '홍수 축제'인 것을 단번에 이해하게  되었는데 금요일 오후에는 Snow Barn(창고처럼 된 술집을 뜻하는 듯하였으며 미국 시골의 술집은 한국의 술집과 다른 식당과 휴게시설을  겸비한 곳이 많다.)에서 열리며 토요일은 스노우 마운틴 애덤스 농장에서 열리고, 저녁시간엔 그랜드 서밋 휴양소에서 열린다는 포스터를 읽으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길을 떠나기 전 사거리를 돌아보는데 깊은 계곡 개울물이 베란다까지 올라왔음에도 온전한 모습의 집이 신기했고  내부가 완전히 부서진 집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거리 식당은 1/3 정도가 축대 위로 비스듬히 세워진 건물인데 부서진 퍼런 색 부분까지 물이 차올라 껍질이  벗겨졌음에도 건물은 떠내려 가지 않았다. 왼편에 조금 보이는 교량의 난간 위 보다도 높은 곳으로 물이 넘쳤음을 알 수 있다. 


건물의 상처 난 곳을 살펴보니 옛날 나무로 만든 판자로 된 벽이 있고 그 위에 흰색 페인트를 덧칠한 또 하나의 외벽으로 공사를  했으며, 수십 년 전 유행한 슬레이트 재료로 만들어진 퍼런 색 건물 외벽으로 개조공사를 했고 이후 플라스틱으로 만든 새로운 외벽으로 개조한 껍질이 4겹으로 된 건물이어서 그나마 버틴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버몬트 주 우리는 모두 이웃이다. 모든 친구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한다.)는 윌밍턴 홈센터에서 쓴 표지가  상점의 창문에 붙어있다.





아이린의 피해로 복구작업에 동원된 중장비가 이동하는 모습...




단풍구경도  하고 조용한 첩첩산중의 고요 속에서 호젓하게 보내려던 날에 갑자기 무거운 짐을 진 마음이 되어 별로 즐겁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우울하지는 않은  그런 기분이 되어 보이는 경치가 별로였다. 





애덤스 농장에 이르니 안내원들이 잔디밭 주차장 곳곳에서 손짓을 하며 주차할 곳을 알려준다. 이미 수백 대의  자동차가 서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 별도로 놓아둔 돈을 꺼내어 지갑에 넣었다. 홍수로 피해를 입은 주민을 위한 훼스티발이라서 성금이 필요할  듯하여, 여행경비 중에서 100달러를 성금으로 내기로 하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이날은 보는 이들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근처에 주둔하는 군인들도 참여하여 인사를  한다.




입장료가 성인은 20달러이며 아이는 10달러, 어린이는 무료이고 별도의 성금을 접수하지 않는 곳이다. 노란 옷을  입은 아줌마는 낯선 동양인이 들어서니 행사를 위해 출연하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묻기에 지나는 나그네로서 이곳을 오게 된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입장료 20달러를 접수처에 지불하였다. 


기분이 별로인데 뭔 질문이 그리도 많은지 하여간 별로 반갑지 않은 수다쟁이 아줌마여서 대충  대꾸를 하고 외면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말이 많으면 탈이 많으며, 특히 언사가 거칠거나 말이 헤픈 여자와 말을 섞으면 손해는 내가 당하게 되고  그중에서도 망구와는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신조다. 


왜냐하면 망구는 늙을수록 요사가 심하거든...




높은  목발에 올라서 걸어오는 아가씨가, 신기해하는 사람들의 여러 질문에 상냥하게 답변을 한다.





농장의 사료창고 앞에는 관객들이 서있고 무대에선 청소년들의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인근  마을의 청소년들로 구성된 혼성합창단의 노래가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오는데 백파이프와 피아노 반주에 아름다운 화음을 연출하였다. 무대  양편의 큰 스피커는 비 오는 날이라 목초를 가리는 천막을 떼어서 덮어놓았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사료창고에서 열리는 홍수 음악제는 본국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한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소탈하고 멋스러운 음악회가 공동묘지와 공원 등에서도 열리기 때문에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틴에이저와  더 어린아이들로 이뤄진 합창단의 노래는 매우 훌륭했으며 공연이 끝나고 대담하는 순서에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보기 좋았다.

그중 10살 된 남자아이는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함께 연습을 하여 이웃을 돕는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순진한 대담이 이뤄지고 청중들의 웃음소리는 공연장에 가득하였다. 합창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모두 백인들 뿐으로 이 지역의  인종 분포는 유색인종이 거의 없는(전혀 없다고 할 만큼) 지역이라서 그렇다. 


이들은  홍수에 마을이 파괴되고 재산을 잃어버린 와중에도 실의에 빠지지 않고 가능한 즐거움을 찾으려는 진취적인 성품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많은 "홧병"이란 것이 없다. 미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미국인을 연상할 때 호사스럽고 화려한 것을 먼저 생각하겠으나 실제 미국인들의 일상생활과  성품은 화려함이 아닌 소탈함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들의 음악회는 불행을 당한 이웃들을 돕기 위하여 기획된  것으로서, 먼 나라 국민들처럼 툭하면 정부를 비난하고 피해보상을 하라는 떼 고집을 부리는 행위는 미국서 찾아볼 수 없다. 홍수는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당한 자신의 불행이며 운이 없는 것으로 피해보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물론 미국의 거의 모든 주택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기도 하지만  만약 이들에게 보험이 없다 해도 막무가내로 떼써서 돈을 욹궈내려는 행위는 없을 것이다. 재난을 당하면 정부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지원은 있으나  일정기간 동안 세금 감면을 해주는 등 약간의 혜택이 있을 뿐으로 한국처럼 전적인 보상은 없다고 보면 되겠다.

이날의 훼스티발에는 원근  각지에서 주민들이 모여들었으며, 입장료와 소소한 장사로 남은 이익금을 피해를 당한 윌밍턴 타운의 주민을 위로하고 복구사업에 쓰려는 취지로 마련된  것으로 재산을 잃었다고 시위를 하거나 비난하는 행위는 이들 미국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음을 기억하자.




참여한  출연자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었으며 백파이프를 부는 분은 할머니로서 윌밍턴 마을을 돕는 작은 역할이 되기 위하여 참석했다고  한다.





청소년 합창단의 연출을 맡은 여인은 순수 백인 혈통이 아닌 아메리카 인디언의 피가 흐르는 듯한 여인으로 언변이  좋았으며 음악교사일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당풍이 곱게 물든 뒷산을 배경으로 한 애덤스 농장의 창고 무대에서 열연하는 연주자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서서 구경하는 이들의 일상적 모습을 눈여겨봐야 한다. 차림새도 수수하고 누구 하나 튀는 모습이 없이 평범한 생활인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서 구급요원들도 참석하였으며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구급차부터 소방차까지 단숨에 동원되는  시스템으로 인해 어떠한 상황에도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하다.




버몬트 주  스노우 마운틴 마을에 주둔해 있는 군인들이 험머 지프를 공개하며 어린이들의 장난감으로 제공하던 날이다. 





아이들은 기관 총좌에 올라가 빙글빙글 돌리며 재미난 모습이고 부모들은 아이들로부터 즐거움을 얻던 시간이기도  했다.




나그네의  질문에 지프의 문을 열고 일일이 소개를 하는데 장갑차로 개조한 험머 지프의 문짝 한 개의 무게가 500파운드(약 230 kg)라는 설명이다. 문을  여는데 너무 무거워 열리지 않아 웃음이 났으며 철판과 방탄 재질의 이중 구조로 된 것이고, 창문은 방탄유리의 두께가 3인치(약 8cm)라는 친절한  설명이다.




옛날  소풍 가던 시절에 보던 솜사탕을 만드는 노부부도 참석을 하였으며 오늘의 수익금은 모두 윌밍턴 마을 주민을 돕는데 희사를 하게  된다.






간이 미술관에는 '앤 콜맨'의 그림이 전시되었는데 가격은 300달러~900 달러에 이른다. 여인의 그림은  그린무운틴의 풍경화가 대부분이며 전체적인 색상은 르느와르의 그림과 비슷한 파란색 분위기가 특징이었다. 여인의 웹사이트가 있으므로 인터넷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고 가능하다면 그림을 하나 구입하는 것이 여인에겐 큰 도움이 되겠으며, 그림은 구입하면 훗날 몇 배의 수익으로 불어난다는  것을 기억하면 되겠다.





앤 콜맨 여인은 화가이며 지난달 불어닥친 허리케인 아이린으로 인하여 40만 달러의 재산을 잃었다. 사진 윗편의  건물은 여인의 그림 전시장이었고 전시된 그림은 여인의 작품이었으나 한순간의 폭풍과 푹우에 의해 건물이 물살에 휩쓸려 십리를 떠내려가 파괴되었다는  설명이며, 아래의 팔을 벌리고 있는 사진은 그 자리에 있던 갤러리가 떠내려간 후 찍은 사진이다.






조용한 성품의 화가 '앤 여인은 행사를 주관하는 담당자와 더불어 당시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래편 농장의 본관에서 방문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누구나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조명시스템까지 설치해 두었다.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도착했으므로 여러 공연팀이 지났을 것이지만, 비 오는 날이라 장화를 신고 무대에 오른  벤죠를 연주하는 아저씨와 Boxcar Lilies '박스카 릴리스' 트리오의 한 시간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2009년 결성된 트리오는 가운데  여인 제니가 작사와 작곡가이며 이들은 기타부터 벤죠와 맨 도린, 그 외 여러 악기를 음악에 따라 번갈아 바꾸면서 이야기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가히 천상의 목소리처럼 들리던 시간이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수는 아니지만 미 동부지역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음악가들로서 언젠가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날이 온다면 이들은 일약 스타로 떠오르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음악 수준이 대단한  여인들이다.





재즈 기타를 연주하는 분은 박스카 릴리 트리오와 협연하느라 찬조 출연한 분이고,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는 남자와  드러머를 포함하여 모두 6명의 연주를 감상하던 즐거운 시간이었으며 특히 가슴이 만만치 않은 스태파니가 예뻤다.




빨래판  같기도 하고 김장철에 아낙들이 사용하는 무생채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듯한 것을 목에 걸고 철사로 만든 붓으로 긁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여인의 모습이  천진스러웠다. 

이 여인은 기타와 벤죠를 연주하기도 하고 남미의 음악인들이 손에 쥐고 흔들어 소리를 내는 악기를 사용하던 여인으로  제임스 오빠가 (쩍벌女)라는 별명을 지었다.  흥겨우면 다리를 벌리고 흔드는 모습이 너무나 재밌는 여인이었거든...





작사와 작곡을 하는 여인은 목소리도 곱고 웃음도 고운 미인으로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발견한 것을 노래로 만드는  능력을 가진 여인이며 뉴욕주 빙햄톤 시티 출신의 전형적인 백인 모습이다.





미국인들이 소탈하기는 하지만 비 오는 오늘 고무장화를 신고 무대공연에 참여한 아저씨는 참으로  멋스러웠다.





애써서 모습을 꾸미던 옛날의 먼 나라 가수들의 모습을 무색케 하는 서민적인 복장의  무보수로 참여한 연주자들은  여인들이 주연이고 남자들은 조용히 조연의 위치에 머물면서 말을 아낀다.





가슴이 만만치 않은 여인이 리더이며 Jenny Goodspeed (제니 굳스피드) Stephanie  Marshall (스테파니 마샬)과 Katie Clarke (캐티 클라크) 세명의 여인으로 구성된  트리오다.






이날 매우 특이한 드러머를 만났다. 이 사람은 여인들의 노래에 맞추어 드럼을 연주하는데 뭔 철사로 만든 붓으로  드럼을 두드리는 것이었으며 나무로 만든 드럼스틱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이했다. 






창고 공연장 한편에는 맥주컵을 든 사람들이 공연을 관람하기에 물어보니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장소이며 별도로  손등에 매직잉크로 표시된 사람만이 들어가는 곳이라고 한다. 술을 마시려면 신분증을 제시하고 나이를 확인한 다음에 들어가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허가된 구역이다.


(참고. 미국에선 술을 사려면 신분증을 제시하고 21세가 넘어야만 구입할 수 있으며, Bar(술집)에서는 음주자가 술에  취한 듯 판단되면 바텐더가 술을 주지 않는다. 만약 술을 주지 않는다고 행패를 부린다면 밖으로 내보내거나 심하면 경찰을 부를 권리와 의무가  있으며 바텐더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이들 미국인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순수한 백인들 주정꾼은 거짓말 같겠으나 3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주정꾼으로는 남미인과 한국인이 많은데, 그중에도 뉴욕과 뉴저지 길거리에서 술 마시고 쌈박질하고 쌍욕을 퍼붓고  고성방가 하며 길길이 날뛰다가도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죽기 살기로 도망치는 웃기는 인종은 한국인이 유일하다고 보면 맞겠다. 


술 취한  것들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역도산이 울고 갈 천하무적이고, 한국서 (놀았다는 놈) 투성이고 세상 무서운 것이 없다고 떠벌리는 겉으로는 임꺽정  스타일이지만 실제로는 황당한 삼류 코미디언들이 많다.


남미인들과 기타 인종들은 술은 즐기지만 주정이 별로 없고 싸우는 것은 본 적도  없다. 하여간 한인들 술버릇은 본국이나 이곳이나 너무 더럽고 술 취해 주절거리는 안쓰러운 한인 여인들도 자주 보게 되는  훌러싱...




전혀 꾸밈없이 실제로 사용하는 농장의 사료창고를 무대로 공연을 펼치던 이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나의 눈에는 너무도 근사한 무대지만 번쩍이는 조명과 가식이 넘치는 장식에 중독된 다른 이들의 눈에는 천하게 보일  수 있는 '헛간' 무대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이렇게 일부러 꾸며 만들어도 멋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즐거워 막춤을 추던 시간...






오빠는 저 연세에 너무도 수줍음이 많았고 20대 후반까지도 그랬는데 '끼'라는 것은 아무래도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듯하다.




무대의 한편에 CD가 보이기에 살펴보다가 드러머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돈을 받는 것이면 가격이 얼마인지... 박스카 릴리 언니들의 노래가 들어 있는 것인데 제니가 안내방송을 한다. 가격은 15달러이며 판매대금은 모두 윌밍턴 마을 기금으로 사용한다는  설명에 한 개를 샀는데, CD인 줄 모르던 주민들이 무대 앞으로 와서 각자의 서명을 하고 준비된 가방에 돈을 넣고 하나씩 구입하였고 이후로도 많은  사람들이 구입의 줄 서기를 하였다.





방송사에서도 취재를 나오고 어린애기들이 노는 모습을 촬영하는 카메라 우먼...





노래를 듣던 남녀 한쌍이 무대 앞으로 나오더니 지르박을 추는데 카바레의 제비는 울고 가야 할 검은 제비 흑인  아저씨였으며, 흑인들의 춤사위는 천성적으로 타고 나는 듯하다.





이야기를 나누며 구경하는 친구들...




블로그의  표지 사진으로 만들려고 셔터를 눌렀는데 인물사진이 작아서 실격된 사진...





한동안 블로그 표지로 사용될 당선작 사진...





아저씨 커플과 놀자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흑인은 버몬트에서 처음 보는 듯했다.)





여행객인 듯한 부부...






희귀한 유색인종 중에서도 희귀한 한국인이 무대 앞에서 한 시간을 관람하는데 뭐가 그리도 신기한지 인사를 하며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았던 날이다.


이들의 한 시간 동안 펼쳐진 공연이 끝나서 무대의 뒤편으로 갔다. 가슴이 만만치 않은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소곤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의 동료들이 무대를 내려와 끼어들었다. 


제임스 오빠의 모자가 멋있다며  한 마디씩 거들고 그룹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으며, 언젠가 언니들의 공연 스케줄과 나의 여행 스케줄을 맞추어 음악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10월에 매사추세추 주 북부에서 공연이 있다기에 가능하면 시간을 내어 참석하겠지만 아직 결정은 하지 못했으며,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음식은 내가 대접을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


언니들은 칸추리 음악과 복음성가, 팝 등 장르가 다양하고 이들의 노래에 매료되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도 싶었고, 만만치 않은 몸매의 언니와 함께한 기념사진은 나의 좋은 추억이 되겠으며 다시 만나게 된다면 새로운 블로그 기록이 될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터...




카이로 프락터도 행사에 참여하였다.




버몬트 주 그린마운틴 단풍의 절경을 보기보다는 이들의 훼스티발의 참석이 더욱 값진 추억이 되었으며 윌밍턴  마을의 주민들이 수심을 털어 버리고 전보다 더욱 좋은 삶의 터전이 가꾸어 지기를 기원하던 날이다. 





이들과 작별을 하면서 걸어 나오며 갖가지 상념이 많았으며 풍요로운 미국이지만 서로가 힘이 되고 위로를 하며  불행을 당한 이웃을 위하여 행동으로 나서는 이들의 마음이 더없이 아름다웠던 산골의 축제였다. 


맥주를 마시는 무대 옆의 장소로  들어가는 입구이며 마시는 한잔의 맥주도 윌밍턴 주민을 돕는 성금으로 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별도로 성금을 접수하는 곳이 없기에  훌러드스탁을 기념하는 검은색 T셔츠를 20달러에 구입하고 입장료 20달러를 지불한 것이 전부지만 나의 참여가 작은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즐거운  날이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여행길엔 인사도 없고 별로 반가운 기색이 없는 그린마운틴  주민들을 보고는 기분이 별로 였으나, 깊은 산중에 사는 사람들이라 낯선 이들에게는 무뚝뚝하게 보이긴 하지만 외부인과의 접촉이 빈번하지 않고  특히 동양인은 희귀종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라 낯설어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틀의 기금 모금 자선음악행사에서 도합 35'000 달러가 모아져 윌밍턴 타운에 전달되었다는 지역 언론 뉴스를 보았다. 침울한 상황에서 축제로 서로를 위로하는 이들 미국인들의 소탈하며 낙천적인  모습은 한국인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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