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민지

8. 전회사(4)

by 제임스 박

입사 6개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민지는 맡은 업무에 있어 꼼꼼한 편이었다.
정리, 일정 관리, 보고까지. 누구에게도 부족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날 팀장이 새로운 업무를 건넸다.


“사장님 보고서, 민지 씨가 해봐요. 다음 주 까지.”


마감 하루 전, 당직이 걸린 날이었다.
민지는 상황실에서 틈틈이 보고서를 쓸 계획을 세웠다.
사장 보고라니. 단순한 자료 정리가 아닌 만큼, 긴장이 바짝 들었다.


받아둔 자료를 토대로 구조를 잡고, 보기 좋게 다듬었다.
틀은 있었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새벽 3시 반.
저녁도 거른 채, 조용한 상황실에서 보고서를 완성했다.
두 번, 세 번, 꼼꼼히 검토까지 마쳤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화장을 고친 뒤 사무실로 향했다.

팀장은 이미 나와 있었다.

민지는 대리를 기다렸다.
팀장은 자꾸만 힐끗거리며 보고서를 재촉하는 눈치였다.

대리가 도착하자마자 민지는 무리하게 검토를 부탁했다.

그 순간, 팀장이 불렀다.


“보고서 다 썼으면 한번 볼까?”
“마지막 검토만 더—”
“밤새 해놓고 뭘 또 해. 가져와 봐요.”
“…네.”


민지는 ‘최종최종최종’이라 저장한 파일을 출력해 조심스레 건넸다.
붉어진 눈가를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숙인 채 뒷걸음질쳤다.


팀장은 말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잠시 후, 주름진 이마를 펴며 말했다.


“전체적으로 잘했네.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
“조금 어색한 부분은 체크해뒀으니까, 수정해서 넉넉히 출력해둬요.”


민지는 정성껏 보고서를 철해 팀장 책상 위에 올려두고 외근을 나갔다.

아무일도 없기를 바라면서.






돌아오는 차 안.
운전에는 여전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과장이었다.


“네, 과장님.”
“민지 씨, 어디에요?”
“지금 사무실 들어가는 중입니다. 20분 정도 걸려요.”
“조금 빨리 들어와야 할 것 같은데…”


전화기 너머로 팀장의 고성이 들려왔다.


“…무슨 일 있나요?”
“일단 와봐요.”


민지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 채 속도를 높였다.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무언가 알고 있는 눈빛들,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들.


민지는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고, 팀장 자리로 향했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이제 와?”
“…”
“업체한테 커미션이라도 받고 오나?”
“네…?”
“그리고, 보고서를 그따위로 쓰고는 팀장 엿 먹으라는 거야?”
“네?”
“사장 보고인 거 알면서, 이거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전…”
“그럼 뭐야?”
“…아닙니다.”


팀장은 화가 풀릴 기미가 없었다.
한 손에는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보고서를, 눈앞에서 찢기 시작했다.

찢긴 종이가 민지 코 앞에서 흩날렸다.

며칠을 밤새워 만든 문서.
그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구겨지고, 발에 밟혔다.

팀장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과장과 대리도 뒤따랐다.


민지는 그 자리에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물도,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몇몇 팀원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정신을 붙잡고 고개를 돌리자, 창밖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 장미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찢어진 종잇조각처럼, 붉은 조각들이 흩어졌다.


민지는 천천히 주저 앉았다.
바닥에 흩어진 종이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았다.

평소 자신을 챙겨주던 선배가 조용히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제야,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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