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민지

6. 전회사(2)

by 제임스 박


민지는 빨간 날, 특수 업무를 위해 출근했다.
팀장님을 제외한 팀원들이 나와서 일을 했다.

다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자는 눈치였다.
두 명씩 짝지어 차에 올랐고, 민지는 대리와 함께 같은 차를 탔다.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묘한 정적이 흘렀다.
운전석에 앉은 대리는 앞만 보다가 슬쩍 민지를 흘끔 바라봤다.


“민지씨는 이직 생각 안 해봐요?”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민지는 대답 대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로 위를 스쳐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들이 마치 무언가를 묻는 듯 어슴푸레했다.


“…음, 아직은요.”


민지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고, 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젊잖아요.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대리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을 보탰다.


“민지씨가 나가면서 나중에 저 팀장 좀 어디 써주면 좋겠는데…”


작은 웃음이 차 안에 번졌다.
하지만 웃음이라기보다는 허탈한 숨에 가까웠다.
민지는 가볍게 웃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내가 얼마나 만만하면…’


농담 반, 진담 반.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결국 자신의 이익을 은근히 흘려보낸 말이었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자, 굽이진 도로 위로 어스름이 내려앉고 있었다.


‘일이 힘든 게 아니고, 사람이 힘든 거더라.’


예전에, 민지보다 먼저 취업한 학교 선배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 말은 그저 푸념이 아닌, 현실이었다.


회사 생활이 버거운 이유는 단지 업무량 때문만이 아니었다.
경계 없는 무례함, 회피할 수 없는 시선,
누군가의 기분에 따라 흔들리는 분위기.


그 안에서 민지는 자꾸 작아졌다.
보이지 않게, 튀지 않게, 실수하지 않게.
그저 조용히, 아무 일 없이, 오늘 하루가 지나가길 바랐다.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야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과장이, 민지를 힐끗 보며 물었다.


“비 많이 왔지?”


입사한 지 두 달쯤 된 민지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 비 너무 많이 와서 죽는 줄 알았어요.”


과장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근데 안 죽었잖아?”


말이 툭 튀어나왔다.

농담인지, 무심한 말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민지는 머쓱한 웃음을 지으려다 말았다가 지었다.


뭐라고 돌려야 할지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땐 그저 웃는 게 답이라는 걸 민지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쓸쓸함이 자리를 잡았다.
불필요한 말 한마디에 오늘 하루가 더 무거워졌다.

창밖에 내리는 세찬 빗소리가 그 무게 위로 조용히 쓴웃음을 덮었다.



수, 토 연재
이전 05화이상한 나라의 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