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한국이 일본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신호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의 평행선

by 박상훈

25화. 한국이 일본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신호들

―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의 평행선



한국은 제2의 일본이 될 것인가?


2025년 서울 어느 카페.

30대 직장인 김씨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며 한숨을 쉰다.

"합계출산율 0.72명, 성장률 2.1%..."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대화.

"일본도 우리 나이 때 이랬대요."

"그럼 우리도 30년 침체?"


한국인들 사이에서 '일본화'는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라는

세 개의 악순환이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는 불안감.

하지만 정말로 한국은 일본의 길을 걷고 있는걸까?

아니면 다른 길이 있을까?


숫자로 보는 무서운 유사성


경제성장률의 추락

- 일본 1990년대: 연평균 1.3%

- 한국 2020년대: 연평균 2.3%


일본이 고속성장에서 저성장으로 전환된 1990년대와

한국의 현재 상황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1인당 GDP 3만 달러를 넘어선 시점에서

두 나라 모두 성장 동력이 급격히 둔화되었다.


출산율의 자유낙하

- 일본 1989년: 1.57명 (1.57쇼크)

- 한국 2025년: 0.72명


한국의 출산율은 이미 일본이 경험한

최악의 시기보다 훨씬 낮다.

일본이 30년에 걸쳐 서서히 추락한 길을

한국은 15년 만에 질주하고 있다.


고령화의 속도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에서 14%가 되는 데 걸린 시간:

- 일본: 24년

- 한국: 18년


14%에서 28%로 가는 예상 시간:

- 일본: 12년

- 한국: 8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유사한 구조적 문제들 - 부동산 버블의 데자뷰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광풍과

2000년대 이후 한국의 부동산 열풍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도쿄 집값이 뉴욕의 3배였던 1989년.

서울 집값이 베를린의 2배인 2025년.


가계부채 비율도 위험 수준이다:

- 일본 1990년: GDP 대비 66%

- 한국 2024년: GDP 대비 102%


한국은 이미 일본보다 더 위험한 수준이다.


대기업 의존 경제 구조

- 일본: 케이레츠 중심 경제

- 한국: 재벌 중심 경제


30대 그룹이 GDP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의 경제 집중도는 일본보다도 높다.


대기업에 의존하는 하청 구조,

중소기업의 만성적 경쟁력 부족,

혁신 생태계의 취약성까지 똑같다.


다른 점들: 희망과 우려 - 디지털 전환의 차이


한국은 일본과 달리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는

일본이 놓친 소프트파워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더 극단적인 양상


그러나 한국의 문제는

일본보다 더 극단적이라는 것에 있다.

사교육비 지출, 청년실업률, 자살률

대부분의 부정적 사회 지표에서 일본을 앞서거나 추월했다.


특히 사회 갈등의 강도는 일본보다 훨씬 높다.

젠더 갈등, 세대 갈등, 지역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유사성 - 정규직 vs 비정규직

- 일본: 정사원 vs 비정사원 격차

- 한국: 정규직 vs 비정규직 격차


두 나라 모두 이중 노동시장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안정적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과로 문화의 지속


일본의 '카로시(과로사)' 문화가

한국에서는 '번아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야근과 주말근무가 당연시되는 문화는 여전하다.


2024년 OECD 통계에서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일본 1,598시간보다 오히려 더 길다.


정치 시스템의 차이와 유사성 - 정치적 안정성


일본: 장기 집권으로 인한 개혁 동력 상실

한국: 잦은 정권 교체로 인한 정책 일관성 부족


다른 형태지만 두 나라 모두

효과적인 구조 개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퓰리즘의 유혹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두 나라 모두 포퓰리즘적 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단기 인기보다 장기 개혁이 뒷전으로 밀린다.


사회 문화적 차이점들 -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일본의 개인주의적 고립과

한국의 집단주의적 갈등은 다른 양상이다.

일본은 사토리 세대처럼 조용히 포기하지만,

한국은 헬조선 담론처럼 분노를 표출한다.


사회 변화에 대한 태도

- 일본: 점진적 변화 선호, 급격한 변화 거부

- 한국: 급속한 변화에 익숙, 하지만 피로감 증가


한국은 변화 속도가 빨라 적응력이 높지만

그만큼 사회적 피로도도 크다.


글로벌 환경의 변화 - 중국이라는 변수,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일본이 저성장에 진입했던 1990년대와 달리

현재는 중국의 부상이라는 거대한 변수가 있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일본보다 더 복잡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또한 2050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과제는

일본이 경험하지 못한 변수다.

에너지 전환 비용과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변화들 -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코로나19는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을 더욱 부각시켰다.

K-방역, 온라인 교육, 비대면 서비스 등에서

일본보다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는 심화되었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기존 문제들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청년층의 고립감이 증가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적 타격이 컸다.


한국만의 기회와 위험


기회 요소들

- 높은 교육 수준과 인적 자본

- 빠른 디지털 전환 능력

- 글로벌 문화 콘텐츠 경쟁력

- 강한 사회적 연대 의식


위험 요소들

- 일본보다 빠른 고령화 속도

- 더 극심한 사회 갈등

- 중국 의존도 심화

- 북한 리스크


일본의 실패에서 배울 교훈들


하지 말아야 할 것들

1. 구조 개혁 지연: 일본처럼 30년을 끌면 안 된다

2. 단기 처방에만 의존: 부양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3. 기득권 보호: 변화를 가로막는 세력과의 타협은 독이 된다

4. 글로벌 트렌드 무시: 세계 변화에 뒤처지면 추격당한다


해야 할 것들

1. 선제적 구조 개혁: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대비

2. 사회적 합의 형성: 개혁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시스템

3. 혁신 생태계 구축: 대기업 의존에서 벗어나는 경제 구조

4. 지속가능한 복지: 고령화에 대비한 사회보장 시스템


결론: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한국이 일본의 길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많은 구조적 유사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과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일본의 30년 경험은 교훈을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일본이 30년에 걸쳐 서서히 빠진 함정에

한국은 더 빨리 빠질 수도,

더 빨리 빠져나올 수도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한국이라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가능성도 충분하다.

문제는 그 선택을 언제 할 것인가다.


오늘의 교훈


한국의 일본화는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사회적 역동성이 살아있다.


일본이 30년에 걸쳐 서서히 빠진 함정을

한국은 더 빨리 인식하고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금부터라도 구조적 변화에 나서는 것이다.


다음 화 예고


26화에서는 압축 성장의 후유증 – 속도의 대가를 다룹니다.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들과

일본이 겪었던 성장 후유증과의 공통점을 분석하며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모색합니다.


[일본 : 잃어버린 미래가 남긴 구조적 경고]

4부 25화. 한국이 일본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신호들 –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의 평행선

(이 글은 통계청 2024년 인구동향 비교, 한국개발연구원 2025년 저출산·고령화 연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년 한일 비교분석, OECD 2024년 한국·일본 경제전망 비교 등을 종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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