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포기와 석탄 전력 수입의 모순
16화. 프랑스 녹색 정책의 이중성
― 원전 포기와 석탄 전력 수입의 모순
프랑스는 전력의 70%를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세계 최대 원전 의존국이다.
하지만 2012년 올랑드 정부는
원전 비중을 50%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은 위험하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여론에 밀려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10년 후 현실은 어떨까?
원전 비중은 여전히 70%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목표치의 절반에 머물러 있다.
대신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나타났다.
독일 석탄 전력의 역설적 수입
가장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프랑스가 환경을 위해 원전을 줄인다면서
실제로는 독일에서 석탄 전력을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프랑스는 독일로부터 15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수입했다.
이는 원전 1.5기 생산량에 해당한다.
독일 전력의 30%는 석탄화력 발전이다.
결국 프랑스는 직접 석탄을 태우지 않으면서도
간접적으로 석탄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환경 보호라는 명분과는
정반대 결과를 향해 가는 것이다.
풍력 발전의 현실과 한계
프랑스 정부는 풍력 발전을 크게 늘리려 했다.
2030년까지 해상 풍력 40기가와트 설치가 목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노르망디 해상 풍력 단지 건설에는 20년이 걸렸다.
환경 단체들의 반대, 어민들의 저항,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발목을 잡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효율성이다.
프랑스 풍력 발전의 가동률은 25%에 불과하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머지 75% 시간에는 다른 전력원이 필요하다.
태양광의 위도적 한계
태양광도 마찬가지 한계가 있다.
프랑스는 독일보다 위도가 높아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태양광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정작 전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생산량이 최저가 되는 구조다.
2021년 겨울 한파 때
태양광 발전량이 거의 0에 가까워지면서
전력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벨기에와 독일에서
긴급 전력을 수입해야 했다.
전력료 급등의 사회적 비용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료 급등으로 이어졌다.
재생에너지 부담금이 전기료에 포함되면서
가정용 전기료가 10년간 50% 올랐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타격이 컸다.
전기료 체납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가구가
연간 50만 호를 넘는다.
환경 정책이 사회적 불평등을 키운 셈이다.
황조끼 시위의 진짜 원인
2018년 황조끼 시위의 직접적 계기는
유류세 인상이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더 깊었다.
환경이라는 명분으로 부과되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들이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이
자동차에 의존해 생활하는 지방 거주자들이었다.
이들에게 환경세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요소였다.
환경 정책이 계층 갈등을 야기한 것이다.
덴마크의 현실적 접근
덴마크는 어떻게 했을까?
덴마크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했지만
훨씬 현실적이었다.
풍력 발전을 늘리되
백업용 가스 발전소를 함께 건설했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또한 노르웨이의 수력 발전과 연계해
전력 안정성을 확보했다.
덴마크는 현재 전력의 50%를
풍력으로 생산하면서도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다.
현실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의 결과다.
스위스의 에너지 믹스 전략
스위스는 더욱 균형잡힌 접근을 했다.
원전을 단계적으로 줄이되
즉시 폐쇄하지는 않았다.
대신 수력 발전을 확대하고
이웃 국가와의 전력 거래를 늘렸다.
특히 에너지 효율화에 집중 투자했다.
건물 단열 개선, LED 조명 교체 등으로
전력 수요 자체를 줄였다.
공급 증대보다 수요 관리에 중점을 둔 것이다.
원전 르네상스의 역설
최근 들어 원전이 재평가받고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영국은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고 있고
일본도 원전 재가동에 나섰다.
심지어 독일도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만
여전히 원전 축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을 가지고도
정치적 이유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린워싱의 전형
프랑스 환경 정책은
그린워싱의 전형적 사례다.
겉으로는 환경 친화적이지만
실제 효과는 의문스럽다.
원전을 줄여놓고 -> 석탄 전력을 수입하고
재생에너지를 늘린다며 -> 전기료를 올리고
환경세를 거둬들여 -> 사회 갈등을 키운다.
정책 일관성이 부족한 결과다.
오늘의 교훈
환경 정책도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상적인 목표와 실현 가능한 수단 사이의
균형을 찾지 못하면 정책은 실패한다.
진정한 환경 보호는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실질적 효과에서 나온다.
다음 화 예고
17화에서는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다룹니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 지원이 어떻게
진정한 혁신 기업의 성장을 막고 있는지,
그리고 실리콘밸리와는 무엇이 다른지 분석합니다.
[프랑스 : 복지국가는 죽지 않는다]
프랑스가 선택한 잘못된 길
2부 6화. 녹색 정책의 이중성 – 원전 포기와 석탄 전력 수입의 모순
(이 글은 프랑스 전력공사(EDF) 통계, 유럽 에너지 거래소 데이터, 프랑스 에너지부 정책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