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의료시스템의 지속 불가능성
18화. 프랑스 무료 의료의 숨겨진 비용
― 세계 최고 의료시스템의 지속 불가능성
프랑스는 WHO가 선정한 '세계 최고 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모든 국민이 거의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응급실 이용, 입원, 수술까지 본인 부담금이 거의 없다.
외국인들이 프랑스 이민을 선택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의료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구멍이 숨어있다.
연간 200억 유로 적자의 속사정
프랑스 사회보장제도(Sécu)는
매년 200억 유로의 적자를 기록한다.
GDP의 0.8%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적자다.
이는 프랑스 국방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이 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 지출은 급증하지만
보험료 수입은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있다.
2030년에는 연간 적자가 400억 유로에 달할 전망이다.
의료진 대탈출의 현실
무료 의료 뒤에는 의료진들의 희생이 있다.
프랑스 의사들의 수가(의료 행위 대가)는
다른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다.
전문의 시급이 독일의 60% 수준이다.
그 결과 의료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매년 1,500명의 의사가 프랑스를 떠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스위스로의 이탈이 많다.
더 나은 대우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응급실 마비 사태
의사 부족은 응급실 폐쇄로 이어졌다.
2023년 여름 전국 응급실의 30%가
인력 부족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환자들은 100km 떨어진 병원으로 실려가야 했다.
특히 지방 의료 공백이 심각하다.
의사 1명당 담당 주민이 2,000명을 넘는 지역이
전체의 20%에 달한다.
의료 접근성 격차가 지역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처방전 남용의 부작용
무료 의료는 도덕적 해이를 낳기 쉽다.
환자들은 비용 부담 없이
과도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다.
프랑스인의 연간 의사 방문 횟수는 7.1회로 OECD 최고 수준이다.
항생제 남용도 심각하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항생제 처방률이 가장 높다.
내성균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5억 유로에 달한다.
가짜 환자들의 의료 관광
외국인들의 무료 의료 악용도 거짓은 아니다.
관광 비자로 입국해 고가 치료를 받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간 피해액만 50억 유로를 넘는다.
특히 아프리카계 환자들의 의료 관광이 많다.
심장 수술, 암 치료 등 고가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받기 위해 프랑스를 찾는다.
합법적 체류 여부와 관계없이 응급 치료는 제공되기 때문이다.
제약회사들의 가격 담합
프랑스 의료비 급등에는
제약회사들의 가격 담합도 한몫한다.
정부가 약값을 통제하지만
신약의 경우 제약회사 말대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암 치료제의 경우
연간 치료비가 10만 유로를 넘는다.
모든 비용을 보험으로 처리하니
제약회사들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
독일의 이중 보험 시스템
독일은 어떻게 다를까?
독일도 국민건강보험이 있지만
소득 상위 10%는 민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고소득자들이 공적 보험의 무임승차를 막은 것이다.
또한 모든 의료 서비스에
소액의 본인부담금을 책정했다.
완전 무료가 아닌 '거의 무료' 시스템으로
도덕적 해이를 줄였다.
싱가포르의 메디세이브 시스템
싱가포르는 더욱 혁신적이다.
의료저축계좌(Medisave) 시스템으로
개인이 미리 의료비를 적립하게 한다.
자신의 돈을 쓰는 것이니 신중하게 이용한다.
기본 의료는 정부가 보장하되
고급 의료 서비스는 개인 부담을 늘렸다.
그 결과 의료비 절약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달성했다.
네덜란드의 관리형 경쟁 모델
네덜란드는 보험회사들 간 경쟁을 도입했다.
국민들이 여러 보험회사 중 선택할 수 있고
보험회사들은 효율적 운영을 위해 경쟁한다.
의료기관들도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환자 만족도, 치료 결과 등이
병원 수입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시장 원리를 의료에 접목한 성공 사례다.
민영 의료의 빈부격차 심화
그렇다면 미국식 민영 의료가 답일까?
미국의 의료비는 GDP의 17%로 프랑스(11%)보다 높다.
하지만 의료 접근성은 오히려 떨어진다.
보험 없는 국민이 2,800만 명에 달하는 결과를 보면,
완전 무료도, 완전 민영도
각각의 한계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핵심은 효율성과 형평성의 균형이다.
예방 의료의 소홀
프랑스 의료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는
예방보다 치료에 치중한다는 점이다.
병이 생긴 후 치료하는 데만 집중하고
예방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금연, 금주,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은
의료비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더 큰 의료비 지출을 초래한다.
2040년의 시한폭탄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40년 프랑스 의료시스템은 붕괴한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급증과
의료진 부족이 맞물리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달한다.
이미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은
의료시스템 개혁에 나섰다.
프랑스만 여전히 현상 유지에 안주하고 있다.
오늘의 교훈
무료는 없다.
누군가 반드시 비용을 치른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무료'는
결국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진정한 의료 복지는 형평성과 효율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다음 화 예고
19화에서는 프랑스 문화 보호주의의 역설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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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8화. 프랑스 무료 의료의 숨겨진 비용 – 세계 최고 의료시스템의 지속 불가능성
(이 글은 프랑스 사회보장청 재정 보고서, OECD 헬스 데이터, WHO 의료시스템 평가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