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해고는 쉽게, 재취업은 더 쉽게

프랑스가 덴마크에서 배울 것

by 박상훈

22화. 해고는 쉽게, 재취업은 더 쉽게

― 프랑스가 덴마크에서 배울 것



프랑스에서 해고는 전쟁이다.

노동법이 직원을 요새처럼 보호하기 때문에

기업은 채용을 꺼린다.

그 결과 청년 실업률 20%.


그런데 덴마크는 정반대다.

해고는 세계에서 가장 쉽다.

하지만 실업률은 5.1%로 유럽 최저 수준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덴마크의 비밀은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에 있다.

Flexibility(유연성) + Security(안정성).


기업은 쉽게 해고할 수 있고,

노동자는 강력한 사회적 보호를 받는다.

실업급여는 2년간 월 230만원.

하지만 의무가 따른다.

12개월 후에는 반드시 직업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거부하면 급여가 중단된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철칙이다.


해고 자유와 재취업 지원의 조화


덴마크에서 해고는 2주 전 통지면 된다.

노조도 반대하지 않는다.

대신 정부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뒷받침한다.


개인별 맞춤 상담이 핵심이다.

실업 첫 날부터 전담 상담사가 배정된다.

이력서 작성, 면접 준비, 직업훈련까지 원스톱 서비스.


연간 GDP의 4.3%를 적극적 노동정책에 쓴다.

프랑스의 2배 수준이다.


결과는 놀랍다.

평균 실업 기간이 13주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52주다.


노사정 대타협의 지혜


덴마크의 이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1990년대 말 대실업 위기가 계기였다.

노조는 고용 유연성을 받아들였다.

기업은 높은 법인세를 감수했다.

정부는 강력한 재취업 지원을 약속했다.


세 주체가 각각 양보하고 얻은 것이다.


- 노조: 해고 쉬워짐 vs 강한 사회안전망

- 기업: 높은 세금 vs 자유로운 고용조정

- 정부: 높은 비용 vs 낮은 실업률


교육이 경쟁력의 원천


덴마크 성인 87%가 최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평생교육 참여율도 31%로 OECD 1위다.


특히 직업교육이 발달했다.

고등학교 졸업생 50%가 직업계로 진학한다.

독일의 도제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실업자 직업훈련도 체계적이다.

개인별 능력 진단 후 6개월~2년 코스 제공.

훈련 중에도 급여의 82%를 지급한다.


기업도 적극 참여한다.

현장실습과 채용을 연계하기 때문이다.


작은 나라의 큰 지혜


덴마크 인구는 580만명.

프랑스의 1/12에 불과하다.


하지만 1인당 GDP는 프랑스보다 높다.

노동생산성도 OECD 5위권이다.


비결은 높은 신뢰 사회에 있다.

부패인식지수도 세계 1위,

정부 신뢰도도 OECD최상위권이다.


작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 있다.


정책 실험이 쉽고,

사회적 합의도 빠르게 이뤄진다.


프랑스가 배워야 할 것들


덴마크 모델을 프랑스에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원리는 분명하다.

유연성과 안정성은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강화할 수 있다.


해고를 쉽게 하면 고용이 늘어나고,

재취업을 쉽게 하면 실업이 줄어든다.


프랑스는 둘 다 어렵다.

해고도 어렵고, 재취업도 어렵다.

그래서 청년 실업률이 20%다.


마크롱이 노동법 개혁을 시도했지만

거리의 저항에 부딪혀 후퇴했다.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교훈


유연안정성은 노동시장 개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해고를 쉽게 하면 기업이 사람을 뽑고,

재취업을 쉽게 하면 실업자가 빠르게 일자리를 찾는다.

덴마크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했다.


프랑스는 둘 다 어렵다.

해고도 어렵고 재취업도 어렵다.

그래서 기업은 채용을 꺼리고 실업자는 일자리를 못 찾는다.

이것이 청년 실업률 20%의 진짜 이유다.


프랑스는 언제 덴마크를 배울 것인가.


다음 화 예고


독일은 수술을 했고, 덴마크는 예방을 했다.

그러면 스웨덴은? 복지국가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경쟁력을 회복했다.

1990년대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프랑스가 스웨덴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


[프랑스 : 복지국가는 죽지 않는다]

해법과 재건

3부 2화. 해고는 쉽게, 재취업은 더 쉽게 – 프랑스가 덴마크에서 배울 것

(이 글은 덴마크 고용부 통계, OECD 고용 보고서, 덴마크 플렉시큐리티 정책 연구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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